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많은 것 보여줬으나 더 고민해야” 중론
직지월·파빌리온·골든씨드 라이브쇼 ‘신선’ 책잔치 열어달라 ‘주문’

▲ 직지 하권에 쓰인 글자를 총동원해 만든 직지월은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육성준 기자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은 올해 국제행사로 승격됐다. 예산도 4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직지, 세상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열린 직지코리아는 9월 1일~8일 행사기간 동안 전시·강연·체험·학술·게임·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관람객도 과거 직지축제 때보다 대폭 늘어 지난 6일 오후 20만명을 넘었다.

 

특별한 일로는 축제 기간 동안 직지상 2.0 라운드테이블과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총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직지상은 지난 2004년 제정됐다. 기록유산 보존에 공을 세운 기관이나 단체, 개인에게 준다. 그런데 그동안 수상자들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박철완 직지코리아조직위 사무국장은 “현재까지 7개국에서 직지상을 수상했는데 네트워크가 없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직지상 2.0’을 조직해 수상자들이 만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여기서는 앞으로 기록물관리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고 기록물관리가 안되는 국가에게 교육을 하거나 지원하는 등의 일을 한다”고 말했다.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은 인쇄박물관의 활성화와 미래 발전방향 모색을 위해 이뤄졌다. 그동안 세계적으로는 유럽인쇄박물관협회만 있었으나 이번에 미국·아시아권 국가들이 들어가 조직을 확대하고 명칭도 세계인쇄박물관협회로 바꾼 것. 이 두 가지는 청주시에서 멍석을 깔고 관계기관들이 적극 동참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에는 프랭크 라 루 UNESCO 사무총장보가 나서 여러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했다고 한다. 이 협회는 앞으로 지식의 보존과 전승을 통해 인쇄문화를 널리 알리고 발전시키는 일을 한다.
 

직지코리아 기간 동안 관람객들은 청주예술의전당 광장 출입구에서 거대한 직지월을 만났다. 직지 하권에 쓰인 글자 1만6021자를 단프라 박스에 새겨 거대한 담으로 만들었다. 이 박스에는 LED 조명이 설치돼 있어 밤에는 화려한 야경을 선사했다.
 

▲ 세계적인 디자이너 론 아라드가 선보인 직지 파빌리온. 사진/육성준 기자

관람객들은 이 담을 통과해 광장으로 들어가 세계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론 아라드의 ‘직지 파빌리온’을 보았다. 파빌리온은 옛 책을 엎어놓은 듯한 형태를 하고 있다. 론 아라드는 “한옥과 사람 人자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직지 파빌리온 내부에는 3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고 조립, 해체, 설치가 자유롭다. 행사 후에는 청주시가 소장한다.

주제 전시는 ‘직지, 금빛 씨앗’ 아래 열렸다. 국내외 많은 작가가 참여했다. 공간연출은 영국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설치작가인 에이브 로저스가 맡았다. 그리고 골든씨드 라이브쇼에 세계최대 서점 아마존에서 전자책 단말기를 개발한 제이슨 머코스키, 디자이너 론 아라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아티스트 권지안, 식물학자 신혜우, 세계사 강사 이다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등이 참여해 ‘직지와 나’에 대해 강연했다.
 

한편 직지코리아를 관람한 한 시민은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고 규모가 커진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정부와 대한민국 국민들은 우리민족의 자랑 직지에 대해 여전히 무관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직지라면 전국민들이 와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행사 역시 국제페스티벌 타이틀을 걸었지만 청주시민들의 축제에 불과했다는 게 문제다. 조직위는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인사는 “직지는 책인데 책과 관련된 행사가 너무 빈약했다. 책의 정원은 언뜻 그럴 듯한데 헌책을 모아놓아 볼만한 게 없었고, 체험부스는 종류가 많았으나 중심되는 게 없었다. 출판사와 서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책잔치를 열어 책을 구경하며 살 수 있는 코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외 관람객들은 “수준높은 전시가 좋았다” “직지월과 골든씨드 라이브쇼는 볼 만 했다” “40억 행사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너무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 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 “행사만 하지 말고 직지문화특구를 조성하는데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등의 의견을 냈다.

축제는 끝나도 책은 남는다
역사·서지·인문·종교학자들이 직지 해석한 ‘직지, 말걸다’

 

대부분의 축제가 행사 끝나면 끝이다. 몇 십억원을 써도 남는 게 거의 없다. 이번 직지코리아가 끝나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그 중 하나가 ‘직지, 말걸다’라는 책이다. 직지는 어렵다. 직지를 직역한 책을 몇 번씩 읽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민족의 위대한 유산 직지가 현대인들에게 파고들지 못하는 이유도 어려운 내용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직지코리아조직위는 이런 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직지를 해석한 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원본과 동일하게 복제된 도서 본문에 다양한 부가내용을 삽입했다. 역사·인문·서지·종교학자들의 주석을 담은 책 500권을 한정판으로 출간해 직지가 무슨 책인지 이해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 교수, 서명원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정여울 문학평론가, 현진 마야사 주지 등이 글을 썼다.
 

책을 넘겨보니 책 갈피 사이사이에 간지를 끼워넣고 옥영정 교수가 서지학적 사실을 기록하면 3명의 필자들이 주석을 붙였다. 조직위는 “3명의 필자들은 직지가 불교 가르침을 담은 박제된 유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은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직지가 통찰을 불러일으키는 멘토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옥 교수는 직지 표지에 쓰인 각종 번호와 프랑스어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직위는 한정판인 이 책을 매표소에서 1만원에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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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참여연대, 평가 후 분석·발표 예정

축제는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줄까? 또 무엇이 문제일까? 축제에 관한 한 많은 의견들이 교차해도 충북에는 이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이 없다. 충북참여연대는 평가기관은 아니지만 직지코리아에 관한 시민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오창근 사회문화국장은 사전에 모니터단을 모집해 현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설문지를 받았다. 질문은 축제 효과 및 만족도조사에 관한 것.

 

오 국장은 “5일 현재 200여부 받았는데 총 300부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설문지를 분석해 발표하고 토론회도 열 계획”이라며 “축제가 매우 많은데 그동안 평가를 못했다. 하지만 평가 필요성을 절감한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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