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놀이의 책…이제 곧 추석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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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놀이의 책…이제 곧 추석이잖아
  • 충청리뷰
  • 승인 2016.08.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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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지의 생활교과서 <떡이 최고야>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연호 꿈꾸는책방 대표
 

▲ 떡이 최고야 김난지 글·최나미 그림. 천개의바람 펴냄.

날 것들의 날갯짓이 가벼워지면서 뜨겁던 햇살도 부드러워졌다. 거칠고 날 선 몸짓을 누그러뜨리며 투명해진 싱그러움이 반갑다. 덩달아 고추잠자리 떼의 군무도 낮아지고 가까워졌다. 드러난 맨살을 감추기에 바빴던 한여름의 팽팽한 긴장감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가을이 넉넉해지는 건 아마도 이런 이완에서 시작하는 건 아닐까 싶다. 하긴 처서도 지났으니 들끓는 솥단지 같았던 역대급 폭염도 물러날 때가 되긴 했다. 계절 변화의 초입 마다 놓인 절기의 엄정함에 다시 놀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철을 아는 것을 최고의 공부로 삼았나 보다. 철 드는 것, 그것이 세상을 아는 것임을 새삼 새기게 되는 때이다.

좋은 그림책을 펴내는 천개의바람 출판사에서 <떡이 최고야>를 펴냈다.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펴내는 ‘최고야 먹거리 시리즈’에 포함되어 나왔다. 우리 먹거리 문화의 대표적인 음식인 ‘떡’을 추가함으로써 시리즈는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그러고 보니 추석이 눈앞에 있다.

이 책은 줄다리기라는 익숙한 전래놀이를 통해 명절떡과 잔치떡을 나눠 소개한다. 음식과 놀이라는 발상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궁합이 맞는 설정이다. 떡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이웃과 함께 나눠 먹던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이며 문화인 만큼 음식과 놀이의 만남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엮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게다가 제철에 맞는 떡의 종류와 쓰임을 쉽게 나열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훌륭한 생활 교과서가 되기도 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스템을 조장하는 마트 중심의 물류시스템은 소비 욕망을 부추기며 온갖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소비자의 아침 식탁에 올려놓는다. 이 시스템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계절 감각을 잊은지 오래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온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생활 감각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전통적 생활 양식은 수천수만 년을 이어져 오며 다양한 문화의 생성과 서로 다른 문화의 공존을 지탱하는 바탕이 되어 왔다. 이런 생태적 생활 양식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단지 생활 양식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맞서야 하는 절박함만 남아 폭력의 습관을 몸에 익힘으로써 조화를 이루며 다져 온 평화의 균형을 깨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 두렵고 또 두렵다. 권력이 지향하는 이데올로기 교과서가 아닌 생활 중심의 생활 교과서가 중요해진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의 출간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제철에 맞는 떡 종류와 쓰임 설명

책은 제철에 맞는 떡의 종류와 쓰임을 담은 그림책이다. 계절 변화의 지점마다 어김없이 절기가 놓여 있다. 전통적 생활 양식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생산해야 할 것과 소비해야 할 것을 이해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태적 생활 감각은 세시 풍속이라는 공동체 문화 형식을 만들어냈다. 세시 풍속을 풍요로운 공동체 문화 축제로 승화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떡’은 감사와 나눔의 문화적 장치로서 공동체 문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떡’에 담긴 전통적 지혜가 결코 적지 않다. 간편함이 지나쳐 떡 한 접시 없이도 차례상이 차려지기는 하지만, 햅쌀로 정성껏 지은 밥 한 공기와 밤이며 콩이며 팥 등등이 맛있게 들어있는 송편 한 접시에 담긴 소복한 정성과 기쁨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가래떡은 새해 첫날이면 일 년 내내 복이 길게 이어지라고 내놓는 음식이다. 꾸덕꾸덕해진 가래떡은 동그랗게 썰어 구수한 떡국 한 그릇이 된다. “해님을 닮도록 동그랗게 썰어” 소복하게 담아 나눠 먹는 떡국 한 그릇에 새해 첫날의 희망이 담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다짐이 아닐까? 삼월 삼짇날에 먹는 ‘진달래 화전’은 흥겨움과 즐거움의 대명사임에 부족함이 없다. 봄 나들이에 ‘진달래 화전’이 없으면 어찌 봄날을 즐겼다 하겠는가? 봄날 풍류를 완성하는 건 역시 ‘화전’인 반면 추석엔 송편이 제맛이다. “둥근달이 되고 싶은 소망을 담아 반달 모양으로 빚”은 송편을 나눠 먹으며 감사와 나눔의 소박한 공동체 문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그림책 한 권을 두고 여러 말이 많았다. 그 만큼 잃어버린 기본이 많았다는 성찰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바쁘다는 이유로,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로 다지고 지켜야 할 것들을 너무 쉽게 잊고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추석엔 다부지게 움켜쥔 손아귀의 긴장을 풀고 감사와 나눔의 송편 한 사발 소복하게 담아 보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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