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야행 밤드리 노니다가’ 연인원 7만여명 참가, 문화재 재발견 ‘호평’
옛 중앙초 후문~청주향교 ‘근대문화의 거리’ 인기···차없는 거리로 제안

▲ 올해 처음 선보인 '청주야행'에 연인원 7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충북도청 본관에서 펼쳐진 공연.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민들은 모처럼 문화예술과 함께 하는 화려한 여름밤을 보냈다. 시내 문화재를 돌아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던 ‘청주야행 밤드리 노니다가’. 지난 8월 26~28일 저녁 청주시내 일원에서 펼쳐진 이 프로그램에 청주시 추산 연인원 7만5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내년에도 또 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이 시작한 ‘문화재 야행(夜行)’ 프로그램의 주제는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였다. 문화재에 불을 밝히면 낮에 볼 수 없었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이라는 취지로 올해 처음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도시는 서울·부산·부여·경주·순천·전주·경주·강릉·대구·청주 등. 행사는 5월~10월에 걸쳐 진행된다. 청주는 맹위를 떨치던 한여름 폭염이 맥없이 주저앉던 8월 26일부터 3일동안 실시됐다. 갑자기 불어온 가을바람이 많은 시민들을 불러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청주야행’은 중앙공원의 망선루·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척화비·압각수와 청녕각, 용두사지철당간, 충북도청 본관, 구 충북산업장려관, 우리예능원, 충북문화관, 청주향교, 성공회 성당 등 12가지 문화재에 조명을 밝히고 문화해설사들이 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사. 여기서 끝났으면 심심했을텐데 가는 곳마다 공연·전시 프로그램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었다. 행사는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재청·충북도·청주시가 주최했다.
 

읍성도시인 청주는 성 안에 많은 문화재가 있다. 성안길내 중앙공원과 충북도청, 청주시 상당구청, 그리고 도청에서 청주향교 가는 길에 포진해 있다. 이 거리는 멀지 않아 걸을 만 하다. 그러나 무심코 지나치는 시민들은 문화재의 가치를 잘 모른다. 충북도청 본관과 과거 도내 상공인들의 홍보관으로 쓰였던 충북산업장려관이 문화재였는지 몰랐다는 시민들도 많다.
 

이 날 압각수 앞에서는 마당극, 청녕각에서는 퓨전국악 ‘한 여름밤의 꿈’, 충북도청 본관 앞에서는 익살과 해학을 담은 만요공연과 ‘근대 청주의 자화상’ 사진전이 열렸다. 옛 중앙초 후문~청주향교에서는 모던걸 모던보이 퍼포먼스, 충북문화관에서는 무성영화와 전시, 우리예능원에서는 마린바 연주가 있었다. 또 청주향교에서는 선비체험과 전통혼례, 영상쇼 미디어 파사드, 성공회 성당에서는 신부님과 건축가가 들려주는 동서양건축 이야기 한마당이 열렸다.
 

"충북도청 본관이 문화재 였어요?"

이 행사에는 국비 2억원, 도비와 시비 각각 1억원 등 총 4억원이 들어갔다. 다른 행사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행사장을 짓거나 연예인을 불러 오는 게 아니고 우리 지역 사람들이 있는 자원을 가지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김미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도시재생팀장은 “청주의 문화재와 공연, 걷기를 융합한 프로그램이다. 청주시는 유일하게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이번에 문화재 야경을 즐기면서 문화재를 다시 발견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조명 등 몇 가지 프로그램을 보완하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청주향교에서 펼쳐진 미디어 파사드쇼. 사진/육성준 기자

이번에 청주시내에는 근대문화의 거리가 탄생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은 옛 청주 중앙초 후문~청주향교 길을 근대문화의 거리라 명명하고 행사기간 동안 차량통행을 막았다. 평소 이 곳은 길이 좁고 주민들이 많이 살지 않아 차량통행과 행인도 적다. 아파트단지가 없고 고층빌딩도 없고 조용하다. 그런데 이 길에는 우리예능원, 충북문화관, 청주향교처럼 유서깊은 근대건축물들이 있다.
 

우리예능원은 일제강점기 때인 1924년 조선금융조합연합회 충북지부장 사택으로 건립됐다.  1930년대 청주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났다. 방갈로풍으로 일본·서양 건축양식이 혼합된 형태라고 한다. 옛 도지사 관사인 충북문화관은 1939년 건립됐다. 민선4기 충북도지사로 취임한 이시종 지사가 2010년 7월 도민들에게 돌려주면서 도민들을 위한 문화관이 됐다. 넓은 정원과 여러 개의 방을 가진 문화관은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청주향교는 건립연대가 정확치 않다. 다만 고려성종 때인 987년에 전국 12목에 향교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어 그 때로 추정된다.
 

행사기간 동안 차가 다니지 않은 이 길에는 퍼포먼스, 먹을거리 가득한 푸드트럭, 공예품을 파는 아트마켓, 옛날로 돌아간 그 때 그 시절, 골목대장 근대놀이 등이 등장했다. 이 거리에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평소 한적한 뒷골목이었던 이 곳에서 골목과 오래된 건축물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시민들 말이다. 그러면서 이 참에 차없는 길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냈다.

 

▲ 근대문화의 거리. 사진/육성준 기자

시민 이양호 씨는 “이번에 와보니 이 길을 차없는 길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근 상당공원~명암산성동 주민센터에 큰 도로가 생겼으니 차량은 이 도로로 다니고 이 길을 근대문화의 거리로 잘 보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주말 만이라도 시내 문화재에 조명등을···
평상복 입었던 문화재, 화려한 파티복 입자 ‘깜짝’

 

청주시내 중심가에는 망선루, 용두사지철당간 등 귀중한 문화유산이 있다. 이 중 용두사지철당간은 국보41호, 망선루·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청녕각·청주향교·성공회성당은 충북 유형문화재, 척화비·압각수는 충북 기념물, 충북도청 본관·구 충북산업장려관·우리예능원·충북문화관은 등록문화재로 분류된다.

▲ 용두사지철당간

이번 청주야행에 등장했던 문화재 12선은 각기 조명을 받아 화려한 모습을 뽐냈다. 낮에 평상복을 입었다면 밤에는 화려한 파티복을 입은 양 새롭게 다가왔다. 그러자 이를 본 시민들이 평소에도 청주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들이 빗발치고 있다.
 

김미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팀장은 “행사는 26~28일 이었지만 23일부터 조명등을 설치했다. 행사 끝나면 철거해야 된다. 이를 본 시민들이 문화재를 새롭게 바라봤고 즐거워했다. ”고 말했다. 문화재에 조명등을 설치하고 주말 만이라도 밝힌다면 청주시내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다.
 

▲ 중앙공원 망선루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