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모으는 노무사, 복사하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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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모으는 노무사, 복사하는 변호사
  • 김남균 기자
  • 승인 2016.08.2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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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 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취재1팀 기자

청주노동인권센터(대표 김인국 신부·이하 인권센터)는 괴짜다. 사람도 괴짜고 하는 일도 괴짜다. 인권센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를 지원해주고 노동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일을 한다. 여기까지는 괴짜가 아니다. 이런 일을 하는 단체는 대한민국에 1000개 정도는 된다.

인권센터는 법률지원을 하면서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이 단체에는 두 명의 노무사가 일하고 있다. 노무사는 변호사처럼 체불임금·해고·산업재해 등 사건을 수임해 위임자를 대리해 변론하는 일을 한다. 일반적으로 200~300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단 임금체불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노동인권센터에 소속된 노무사는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두 명의 노무사들의 이력도 괴짜 같다. 주영민 노무사는 전직 공무원이다. 그 전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 다녔다. 적성을 찾아 돌고 돌아 대기업에서 공무원으로, 공무원에서 노무사가 됐다.

조광복 노무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고생 끝에 번듯한 노무사 사무실로 키웠지만 홀연히 후배에게 맡기고 청주로 왔다. 사무실을 정리한 돈으로 3000만원을 민주노총에 기부하고 인권센터 상근 노무사가 됐다. 그가 정리한 것은 사무실 뿐만 아니라 억대의 수입도 포함됐다.

현재 자매단체인 음성노동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조 노무사는 멀리 보은군 회인땅에 1000평의 농지를 마련하고 농사를 짓는다.

그는 “석유만 넣으면 저절로 움직이는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손수 쟁기를 끈다. 더 괴짜같은 것은 똥. 그는 거름으로 쓴다며 집과 사무실에서 일을 본 뒤 그것을 모아둔다. 술에 취하면 무조건 정태춘의 노래를 부른다. 이들 노무사의 급여도 형편없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그러하듯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돈다.

인권센터의 임금 책정 방식도 괴짜다.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월급이 똑같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오래 일했거나 지금 막 들어왔거나 월급은 똑 같다. 노무사나 다른 상근자나 월급도 똑 같다.

괴짜 같은 인권센터에 또 다른 괴짜가 나타났다. 이번에 나타난 괴짜는 전직 공군 대위. 그의 현직은 이달부터는 노동인권센터가 상근활동가 되시겠다. 오진숙 변호사는 특이하게 공군사관학교를 나왔다. 여성이 사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많이 보편화 됐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가 이곳에서 할 일은 공익·인권 변호사로의 역할이다. 오 변호사는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여성,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변론한다. 물론 노동인권센터의 괴짜들이 그러하듯이 그도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오 변호사의 처우도 동료들과 똑 같다. 그는 법원이나 검찰에 직접 서류를 접수하고 복사도 해야 된다. 이것은 괴짜들만의 원칙이다.

지난 주 오진숙 변호사의 상근활동 소식을 본보 ‘사람들’ 코너에 실었다. 짧은 기사였지만 지면과 인터넷에 실린 기사를 보면서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사실 인권센터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괴짜가 아니다. 차가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 있겠냐마는 이들 모두는 따듯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지극히 순리적이고 평범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다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괴짜로 보일 뿐이다.

똥 모으는 노무사, 복사하는 변호사. 참 재밌다. 괴짜 같은 일을 하고 괴짜 같은 삶을 사는 인권센터와 식구들이 월 1만원의 후원인을 모집한다. 함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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