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월드컵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세계인의 눈이 이미 한국으로 쏠려있고 눈에 띄게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거리엔 오색 깃발이 내 걸리고 신문방송들은 때를 만나 연일 특집기사로 분위기를 띄웁니다.
월드컵은 문자 그대로 ‘꿈의 제전’입니다. 월드컵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이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구현하는 ‘전세계인의 축제’입니다. 물론 규모면에선 올림픽이 앞서지만 대회열기로는 단연 월드컵이 먼저입니다. 월드컵이 열리면 경기장 한곳으로 쏠리는 세계의 눈이 10억이나 된다하니 축구에 대한 열기에 대해서는 새삼 놀랄 일도 아닙니다.
월드컵은 어느 나라나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본선 참가국은 참가 그 자체만으로도 영예이고 주최국으로선 경제효과까지 더해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으로 우리나라는 88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국운융성의 기회를 맞습니다. 그 경제적 효과로서 11조원의 생산유발효과, 5조원의 부가가치, 30만 명의 고용효과가 기대된다고 합니다. 또 경제 외적인 효과는 돈으로 계산 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는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첫 번째 과제는 선수들과 관광객들의 안전문제입니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작년 미국의 9·11테러의 악몽이 아직 선연한 터라서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일시에 몰려올 관광객입니다. 이번 월드컵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30만 명의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오리라고 합니다.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그들의 교통 숙식 등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잖아도 관광인프라가 시원찮은 것이 우리의 형편이고 보면 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 축구팀의 16강 진출입니다. 근자 국내의 분위기를 보면 16강 진출이 마치 국가 의 명운 이라도 걸린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물론 그동안 여러 차례 본선에 진출하고도 한번도 시원하게 이겨보지 못했으니 그것이 염원일수도 있고 또한 주최국으로서의 욕심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란 항상 상대가 있는 법이고 그 상대가 모두 예선이라는 관문을 뚫고 올라온 강호들인데 우리가 이기고 싶다고 해서 생각대로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가 잘해도 상대가 더 잘하면 패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승부의 세계입니다. 또 우리 팀의 실력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동안의 국제경기에서도 확인이 된 만큼 16강이라는 국민적 열망이 이루어지기는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온 매스컴이 약속이나 한 듯 날마다 ‘16강타령’으로 지면을 뒤덮고 브라운관을 메운다면 그것이 실패했을 때 오는 국민적 허탈감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 만큼 큰 법이기에 말입니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요, 16강은 우리의 잔치입니다.
병서(兵書)에 일승일패는 병가상사(一勝一敗 兵家常事)라 하였습니다. 싸움에서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의 흔한 일이라는 뜻이지요. 하거늘 죽고 사는 전쟁도 아니요, 단지 보고 즐기는 스포츠 일뿐인데 그것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하는 것은 글쎄,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어쨌건 이번 월드컵은 성공리에 마쳐야합니다. 16강은 못해도 할 수 없지만 대회는 지구촌의 축제로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한국인의 기상을 전 세계에 보여주어 그들의 기억 속에 ‘코리아월드컵’이 영원히 남을 수 있도록 다 함께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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