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악취 피해 주장, 수한면 길신리 주민들 군수실 항의방문
17일 불법현장점검…동물사체 별견, 주민 주장 곳곳서 확인 돼

지난 17일 보은군수실에서 고성이 오갔다. 수한면 질신리 주민들이 군수실을 방문해 보은군의 민원 대응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최중기 청년위원장은 “동네에 있는 폐기물처리업체가 불법을 자행해 주민들이 수년간 악취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수백번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보은군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항의 방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민원을 제기한 것은 물론 보은군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군수 면담도 수차례 신청했지만 이날까지 단 한 차례도 만날 수 없었다. 주민들이 예고없이 군수실에 들이닥친 이날에서야 군수와 면담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정상혁 군수는 일부 행정적 실수를 인정하며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고 약속하고, 부군수를 총책임자로 현장점검을 지시했다. 이것으로 주민들의 항의방문은 일단락됐지만 민원처리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또한 주민들로부터 ‘봐주기 식 행정’을 해왔다는 비난을 받은 보은군이 철저히 조사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처분을 내릴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불법을 자행하는 폐기물처리업체를 마을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보은군이 어떤 결론을 내릴 지 관심이 모아진다.
 

▲ 지난 17일 질신리 주민들이 보은군청을 항의방문했다. 최중기 청년회장이 A업체가 반출한 퇴비 속 이물질을 기자들에게 꺼내 보였다.

주민들의 항의방문으로 급히 꾸려진 현장점검반. 이경태 부군수를 비롯해 환경과장과 담당공무원들은 성분분석을 위한 채집 장비를 갖추고 오정리와 봉비리 등 퇴비 야적 현장과 폐기물처리공장 점검에 나섰다.

주민들은 2013년부터 가동한 폐기물종합재활용업 A업체가 퇴비(비료)를 판매하는 것처럼 속여 처리공정을 거치지 않은 폐기물을 그대로 보은군과 옥천군 곳곳에 판매·야적했다고 주장했다.

보은군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업체는 2013년 4월 보은군으로부터 폐기물종합재활용업 허가를 받았다. A업체는 하수처리오니, 폐수처리오니, 공정오니, 동식물성 잔재물, 가축분뇨처리오니를 가져다 퇴비로 가공해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반입대상 물질 중 동식물성 잔매물은 악취 때문에 반입하지 않기로 주민들과 합의했다. 공장 관계자도 취재진에게 “판매(무상)한 퇴비에서 그런 물질(동물 사체)이 나올 리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퇴비 야적현장에는 소털로 추정되는 물체는 물론 동물의 뼈와 비닐 등 비전문가도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이물질들이 섞여있었다. 공장 환경은 더 충격적이었다. 질신리 공장 입구부터 악취가 진동했다. 며칠째 가동하지 않고 있다는 공장 현장은 서둘러 정리한 모습이지만 침출수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불법보관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연접한 계곡 쪽으로 향한 관은 용도를 의심케 했다.

▲ 봉비리 야적현장. 퇴비라고 하기에는 수분을 많이 품고 있는 제품(?)이 대량으로 쌓여 있다.

주민들, 만성악취에 두통 호소

현장점검에 동행한 취재진이 관에 연결된 밸브를 돌리자 역한 냄새와 함께 침출수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나온 침출수는 골짜기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였다. 특히 이에 앞서 질신리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모터펌프까지 이용해 침출수를 공장 밖으로 퍼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수일 뒤 공장 책임자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전 운영자가 쌓아둔 것”이라며 사실상 퇴비로 부적절하다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직접적인 불법행위 의혹은 부인했다.

17일 현장에서 채집한 물과 공기, 퇴비 샘플은 각각 분석기관으로 보내졌다. 보은군 관계자는 “분석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은 물론 검찰고발 등 사법처리를 위한 조치를 밟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보은군은 이에 앞선 지난 2일에도 민원에 따른 현장점검에 나섰다. 당시 보은군은 침출수 무단방류와 악취에 대해서는 조사를 벌이지 않았고, 초과보관과 보관장소 문제만 적발했다. 보은군 관계자는 “해당업체가 허가받은 폐기물 보관량은 480톤인데, 650톤을 보관하고 있어 적발했다. 또한 지정된 곳에만 보관해야 하는데 비가림시설도 안된 곳에 야적해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업체가 받고 있는 오니류는 톤당 7~10만원의 처리비용을 받는다. 처리비용으로 톤당 1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지난 2일 현장에 있던 폐기물만 6800만원어치다. 또한 170톤을 초과 보관함으로써 17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셈이다.

청주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폐기물을 재활용해 퇴비를 생산하고 있는 청주자원화(주) 관계자는 “퇴비가 되려면 40일 이상의 부숙(섞어서 익음)기간을 거친다. 또한 최종적으로 농가에 납품하기 전, 채에 걸러서 상품화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퇴비에서 그런 이물질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 봉비리 야적현장에서 발견된 이물질들. 동물 사체로 추정.

재활용 퇴비 품질관리 허술

 

폐기물을 활용한 퇴비(사료)에 대해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법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취재 결과 폐기물종합재활용업체 인허가 과정에서만 유일하게 퇴비의 적합여부를 검사할 뿐 정기적인 점검은 물론 허가받은 이후에는 어떤 품질관리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점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충북도 농정과 관계자는 “이런 업체에서 생산되는 비료(퇴비)는 공산품이 아니니까 품질이 일정할 수 없다. 주기적인 품질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현행법에는 ‘수시로 필요할 때 검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을 뿐 특별히 정해서(정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시·군에서 자발적인 검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이번 보은 재활용퇴비 논란을 계기로 농식품부에 법률 개정을 제안할 계획이다.

▲ 공장 벽면 틈에 설치된 관. 안쪽을 확인한 결과 밸브가 설치돼 있고, 밸브를 돌리자 역한 냄새와 함께 진한 침출수가 흘러나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