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민경탁논설실장을 비롯한 논설실이 절필 선언과 함께 사실상 노조를 지지하고 나섰다.

 민경탁논설실장은 22일 '후배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후배들의 몸부림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며 "이제 미력하나마 후배들에게 힘을 보태고 격려하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판단에 따라 자판 두드리는 일을 멈추려한다. 후배들의 통곡에 작은 불씨로 답하려 한다"면서 절필과 함께 노조 지지를 선언했다.

이정균 논설위원도 23일 오전 노조 집회에 참석해 절필 동참 입장을 밝혔다.

 민실장은 "지역의 정보나 소식이 누락되고 지역 사회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파행적인 상황에서 정론이나 직필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더구나 외부 필진에 대한 고료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 수모였고, 사설이 없어도 되지 않느냐는 경영진의 사시적인 언급에서 한가롭게 글을 쓴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며 "영욕과 부끄러운 굴절의 지난날을 가슴에 묻고 새 인생을 준비하려 한다"는 심정을 피력했다.

 신문사의 논조를 대표하는 논설실이 이같이 절필을 선언하고 노조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면서 노조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사주인 임광수회장에게 사회적 지역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편 충청일보 노조는 사측이 노동법을 어기고 제작 대행을 하는 것에 대해 '신문 제작 하도급 가처분 신청'을 23일 청주지법에 제출했다.

 충청일보 사측은 노조측이 합법적인 파업 상태 임에도 서울 모 제작대행사를 통해 편집 제작한 후 서울신문에서 발행 인쇄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회사 시설 이외에는 생산 제작할 수 없도록 한 노동법에 따라 이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다음은 민경탁 논설실장이 절필을 선언한 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충청일보 가족들의 절규가 가슴을 파고듭니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후배들의 몸부림을 더 이상 외면 할 수가 없습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들이 제작 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저간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선배로써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자괴감과 무기력에 남몰래 가슴 앓이를 했습니다. 젊음과 누구 못지 않은 정열을 다 바쳤던 직장이 급기야 직장 폐쇄까지 들먹여지는 안타까운 현실은 정말 감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제 미력이나마 후배들에게 힘을 보태고 격려하는 일이 나의 몫이라는 판단에 따라 자판을 두드리는 일손을 잠시 멈추려 합니다. 후배들의 통곡에 작은 불씨로 화답하려 합니다. 무책임하다는 생각에 망설였으나 제가 선택할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빛나는 역사와 전통의 자긍은 오간데 없이 파국의 종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구성원간에 상경하애하며 서로 신뢰하고 격려하는 웃음과 온기가 넘실될 자리에 대자보와 불신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지금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고 누구를 단죄한단 말입니까. 중부권 최고의 언론으로 육성하겠다는 대주주의 다짐이 오늘의 일그러진 자화상입니까. 누구를 탓하기 앞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최소한 생존의 공허한 욕구마저 기약 없고 너희들이 벌어서 살라는 현실에서 상생의 대 타협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충청일보의 얼과 정신을 살리지 못한 죄스러움에 먼저간 선후배들에게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정상화될 때까지 인내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가치인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야 겠습니다.


그동안 과분한 사랑과 은혜에 고맙고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2004년 9월 22일

논설실장 민 경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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