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유엔) 사무총장의 고향 충북도와 도내 시·군이 앞다퉈 'UN' 간판을 내건 시설 건립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UN 명칭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유엔이 이를 승낙할지는 불투명해 일부 사업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반 총장 출생지인 음성군은 '반기문 생가마을' 인근 7803㎡ 터에 UN평화관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비 43억1000만원과 군비 81억9000만원 등 125억원을 투입, UN평화관, 컨벤션홀, 다목적홀, 세계문화관, 수장고 등 연면적 2800㎡ 규모의 건축물과 유엔평화동산, 야영장, 전망대 등 부대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2014년 첫걸음을 내디딘 이 사업은 내년 말 완공될 계획이다.

도는 이 UN평화관 부지 안에 (가칭)UN여성리더교육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여성가족부에 내년도 국비 지원을 타진하고 있다. 총사업비 92억원 중 46억원을 국비로 충당한다는 게 도의 구상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여성리더십 역량강화 전문 교육기관인데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의 연계도 추진할 방침이어서 도는 국비 확보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UN여성리더교육관을 포함한 UN평화관 내 시설에 'UN' 간판을 내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도와 음성군 역시 '가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UN이 국내에서 'UN 또는 유엔' 명칭 사용을 허락한 곳은 부산시 남구뿐이다. UN 명칭 사용을 허락받은 시설 등은 세계적으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유엔기념공원(UN군 전사자 묘지) 일대를 유엔평화문화특구로 개발하기로 한 부산시 남구가 2010년 UN의 허락을 받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UN은 남구의 명칭 사용 신청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쳤다. 외교부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유엔본부를 수차례 방문하며 공을 들였지만 부정적인 전망이 더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 총장 배출을 계기로 2007년부터 UN평화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던 충주시는 같은 해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국비 확보가 어려운데다 UN 명칭 사용 협의도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충주시는 이듬해 UN평화공원을 세계무술공원으로 바꿨다. 충주는 반 총장이 중고교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다.

음성군의 UN평화관 내 시설과 충북도의 UN여성리더교육관 역시 UN 측과 명칭 사용 협의를 하지 않은 상태다. UN과의 협의에만 수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준공 전 승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음성군은 내년 말 준공 전에 UN평화관 명칭 변경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도가 추진하는 UN여성리더교육관도 가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UN 명칭 사용이 최종 무산되거나 자발적으로 포기한 이후에는 유엔 대신 '반기문'을 내세운 작명이 검토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충북도는 '반기문 여성리더교육관'으로 명명하려다 반 총장이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면서 반기문 대신 UN을 채택했다는 후문이다. 야권의 눈총을 고려한 조처다.

충북 지역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은 이제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 중 하나"라면서 "유엔이나 반기문을 내세운 사업은 20대 국회를 장악한 야당 심기를 건드릴 수 있고, 야당의 반감은 국비 확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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