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청주시 수동을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곳은 우암동에 있는 한화생명 빌딩 옥상이다. 더 넓게 보면 청주대에서 우암산 기슭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수동 안에는 수암골도 포함돼 있다.

수암골을 비롯한 수동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반드시 올라가야 하는 곳이라 생각했다. 빌딩 시설보안과를 어렵게 설득한 끝에 촬영허가를 받았다. 해가 진 후 딱 10분간의 시간이었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수동의 모습은 낯설었다. 골목길은 간데없고 카페들은 대낮보다 밝은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본지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청주지역의 맛집을 소개한 바 있다. 이중 수암골 카페 한 곳도 포함됐다.

그러나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사명으로 하는 직업 사진가로서 필자가 10년 전부터 제집 드나들다시피 돌아다닌 수암골의 이야기는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는 데에 대해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한 가지 사연 깊은 이야기가 있는 숨어있는 공간이 있다면 수암골 제일 위 골목길에 자리한 ‘하늘다방’이다. 아버지 때부터 살고 있는 수암골 원주민인 김상윤씨 본인이 자신의 집 옆에 카페를 지었다. 돈이 있어서 지은 것이 아니다. 돈은 없지만 소박한 나눔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던 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건설업자, 목공예가, 커피바리스타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한땀한땀 지어낸 것이 ‘하늘다방’이다. 비록 몇 테이블 없는 작은 카페이지만 따뜻한 인정이 담긴 그 집의 커피 맛은 절대 다른 가게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지역순환경제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내가 쓴 돈이 서울 등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우리지역사회에 돈이 돌고 돌아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나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개념이다. 수암골이 진정한 청주의 명소로 거듭나려면 지역 주민들의 꿈이 흐트러지지 않게 도와야 할 것이다.

카메라의 야경 노출은 어두운 것과 밝은 것을 다 함께 담을 수 없다. 한 가지는 포기해야만 한다. 필자의 노출은 작게나마 가로등 불빛아래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수암골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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