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열경쟁 이유로 한국문학관·철도박물관 공모 취소···지자체만 억울
문광부·국토부 계속추진 밝혔으나 과연 할까? 지자체도 나름 기준 마련해야

▲ 청주시와 국립철도박물관유치추진위는 61만여명에 달하는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헛수고가 됐다. 사진=청주시

정부는 올해들어 한국문학관·국립철도박물관 국가공모를 중단했다. 충북도는 도내에서 청주·옥천을 한국문학관, 청주시를 철도박물관 후보지로 선정하고 정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지금은 브레이크가 걸려 멈춘 상태다. 정부는 두 개 모두 백지화를 선언한 게 아니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여운을 남겼으나 과연 추진될 것인가 지역 여론은 회의적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문학관 건립 공모사업에는 전국 24군데, 철도박물관 건립에는 전국 11군데가 신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모자체를 한 적이 없다. 철도박물관 수요조사를 했을 때 11군데가 응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청주시는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연히 과열경쟁이 지속됐다. 모두 ‘우리 아니면 안된다’는 식이었고 한국문학관은 서울 은평구, 철도박물관은 경기 의왕시가 내정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두 번씩 배신 당한 충북도민들
 

그러자 급기야 정관주 문체부 제1차관은 지난 6월 24일 “지자체 간 유치 경쟁 과열로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지금 어떤 곳을 선정하더라도 탈락한 23곳에는 치유하기 힘든 허탈감과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문학관 건립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문학관 건립 등을 포함한 ‘한국문학진흥 중장기 종합대책’을 올 하반기 중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문학관은 국비 500억원을 들여 오는 2020년 개관이 목표였다.

그러나 신뢰를 잃은 정부는 약 1개월 뒤인 7월 22일 다시 한 번 충격을 준다. 국토부는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을 공모방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역시 이유는 지자체간 과열경쟁. 대신 입지선정 절차와 방식, 건립이후 운영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한 후 올해 말까지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철도박물관은 국비 1007억원을 들여 오는 2020년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이곳에는 철도의 발전과정과 미래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철도산업 과학기술관, 철도역사 문화 전시관, 어린이 철도 테마파크, 철도입체 체험영상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청주 오송은 무가선 트램 시험선, 철도완성차 안전시험 연구시설, 철도 종합시험선로, 오송시설장비사무소 등 미래 철도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경쟁지인 의왕시에는 기존 철도박물관과 철도대, 철도기술연구원 등의 인프라가 있고 대전시는 오랜 철도의 역사를 자랑해왔다. 
 

▲ 청주시에 여전히 걸려있는 플래카드

한국문학관과 철도박물관 두 개 국가사업 유치에 매달렸던 청주시는 한동안 할 말을 잃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렇다고 ‘을’의 위치에 놓인 지자체가 ‘갑’인 정부를 내놓고 비판할 수는 없고 속으로만 불만이 쌓였다.
 

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해 충북도와 청주시는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한국문학관유치추진위를 발족했다. 그리고 청주시는 지난 5월 4일 철도박물관유치 TF팀을 조직하고 5월 23일 유치위원회 출범식과 도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청주시 새마을회 서명운동 결의대회, 유치위원회 전략워크숍에 이어 7월 4일에는 서명자수가 61만7076명이나 됐고 보고대회가 개최됐다. 이어 7월 19일에는 충북시장군수협의회 공동결의문 채택이 있었다. 철도박물관유치 운동이 더 오래 지속됐기 때문에 행사도 더 많이 했다.
 

정권말기에 돈 많이 드는 사업 할까?

결국 한국문학관과 철도박물관 유치에 들인 행정력과 도민들의 참여는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모사업에 지자체간 경쟁을 시켜놓고 어느 날 중단해도 그만이다. 청주시와 충북도는 몇 개월 동안 두 개 시설 유치 못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해댔다. 여기에는 돈과 시간, 행정력이 투입됐다. 수곡2동주민센터는 행사 때마다 서명을 받아 목표치를 훨씬 초과했다는 얘기를 서원구 블로그에 올렸지만 이 또한 헛수고 한 꼴이 됐다.

청주시는 철도박물관유치 TF팀을 아직 가동하고 있다. 전담자 2명과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겸직하는 직원 2명 등 총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선정방식을 새로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공모를 안 하겠다는 것이지 끝난 게 아니다. 당분간 TF팀을 운영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 공정하게 선정한다면 오송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철도박물관청주유치추진위는 “공정하고 투명한 결정으로 최적의 입지가 선정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다. 다만 건립목적을 훼손하거나 공정한 입지선정 과정을 방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박물관 유치는 지자체·지방의회·정치권에 맡기고 (가칭)철도사랑운동충북범도민협의회로 재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정권말기가 도래하고 돈이 없어 예산 많이 들어가는 사업은 걸러질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모 인사는 “정부부처간 상의없이 돈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따로 따로 추진했다가 감당을 못하게 되자 접었을 수 있다. 또 담당부처 말대로 지자체간 과열경쟁으로 어디를 선정해도 욕 먹게 생기자 손을 들었을 수도 있다. 추이를 살펴봐야 하지만 정권말기에 봉착한 정부가 계속 추진할까 의구심이 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도종환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문체부 관계자와 전문가, 문학단체 등이 참여하는 TF팀이 구성됐다. 여기서 일을 추진하고 있고 문학진흥법이 8월 4일부터 시행돼 한국문학관 건립을 안할 수는 없다. 늦어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이미 말한 것처럼 공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무조건 공모하고 보는 국가방식이나 그 사업이 우리지역에 맞는지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신청하는 지자체의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무원 A씨는 “사업을 끌어와야 일자리와 돈이 생기므로 지자체는 무조건 달려든다.

그 사업이 우리지역에 필요한지는 둘 째 문제고 어떻게 해서든 논리를 개발해 신청한다. 그러므로 과열경쟁이 된다. 이번 문체부·국토부의 말도 안되는 결정은 오히려 정부나 지자체에 큰 교훈을 남겼다. 양쪽 모두 그간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따라서 충북도와 청주시도 덮어놓고 신청할 게 아니라 우리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만 신청하는 등 나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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