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각에서 삼일포로 가는 길목에 ‘제천과원’은 있었습니다. 여기 저기 주렁주렁 달린 옥수수 밭 들녘에 가지런히 잘 정리된 과원은 이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안내원은 “저 오른 쪽에 산뜻한 과수원이 보이시지요? 그곳이 바로 지난 봄 충북제천시에서 남북 합작으로 조성한 삼일포 과원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눈을 돌린 버스 속의 남쪽 일행들은 모두 놀라워했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 정확히 고성군 봉화리. 해금강이 지척인 이곳이 바로 제천 시민들의 성금으로 조성된 ‘북고성↔남제천 협력 삼일포과원’입니다. 주변의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지주목이 질서 정연히 줄서있어 금방 눈에 띄는 1만여평의 넓은 과원에는 사과나무 1600주와 복숭아 900주가 심어져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천시가 이곳에 과원을 조성한 것은 지난봄입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이후 활발해진 남북 자치단체간의 사회 문화 교류협력에 발맞춰 낙후된 북의 농업기술 선진화를 돕고자 금강산에 과원조성 사업을 추진한지 불과 3개월만에 일군 성과입니다.

 올해 초 제천시는 제천시의회와 손잡고 북한 돕기에 나섰습니다. 새농민회제천시지회가 적극 동참하고 실무진이 몇 차례 방북해 고성군 인민위원회와 과원 조성방안을 모색합니다. 민주평통제천시협의회는 모금활동을 벌여 불과 한 달만에 시민성금 1억 600만원을 모았습니다. 모금 목표 8000만원을 훨씬 넘는 액수였습니다.

 과원 조성사업이 급진전되면서 원예전문가들이 묘목과 자재를 싣고 올라가 현지주민들의 힘을 빌어 닷 새만에 스프링클러까지 갖춘 훌륭한 과원을 탄생시켰습니다. 그사이 엄태영시장이 두 차례 방북해 인민위원회 책임자들과 만나고 지난 4월 7일 현장에서 직접 남북공동 기념식수를 함으로서 공사를 마쳤습니다.

 제천시는 앞으로 펜스와 방풍망을 설치하고 과원관리를 위해 3년 동안 경유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 주민들의 식량난을 돕기 위해 3년간 매년 6톤씩의 쌀과 축구공, 배구공, 탁구대 등 운동기구도 청소년들에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나무가 자라 3년 뒤 과일이 수확되면 ‘제천사과’라는 브랜드로 금강산에서 관광객들에게 판매해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 할 것입니다.

 지난 9일 금강산성화채화단의 일원으로 엄태영시장이 방북했다는 소식을 들은 봉화리 주민대표들이 삼일포로 급히 달려와 엄시장과 유영화시의장을 반갑게 만났습니다. 그들은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엄시장님은 우리 마을에서도 유명하답니다”라고 큰 소리로 주변에 소개해 타 시장 군수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습니다.

 오는 11월에는 제천시민 200명이 방북해 과원을 둘러보고 봉화리 주민들과 ‘제천사과’ 홍보간판 제막식도 갖고 금강산에서 ‘제천사과’홍보를 겸한 판매도 하리라고 합니다.

 삼일포과원은 한마디로 제천시와 제천시의회, 사회단체, 시민이 일체가 되어 일궈 낸 ‘작품’입니다. 제천시민들의 북녘돕기운동은 사사건건 갈등을 빚으며 불협화음을 연출하는 타 시 군들이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배워야 할 모범사례입니다. 열 번의 통일노래보다 중요한 것은 한번이라도 직접 나서서 돕는 동포애입니다. 제천시민들의 삼일포과원조성은 뜨거운 민족애의 발로로 열 번을 되풀이 칭찬한다해도 지나침이 없겠습니다. “제천시민 여러분, 당신들은 아름답습니다.” -금강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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