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인기 연예인부터 고위 공직자, 재벌가 총수에 이르는 각종 추문과 스캔들로 우리 사회가 펄펄 끓고 있다. 7월 폭염에 지친 민심을 밑바닥까지 증발시키고 있다. 연일 언론에 터지는 악재속에 충북인의 귀를 쫑끗 세우게 하는 한줄 소식이 있었으니‥‥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 총조사,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 집계결과'다.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이 16명인 괴산군이 10만명당 비율로 환산했을 때 42.2명을 기록, 전국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경북 문경시는 33.9명으로 괴산보다 한참이나 뒤쳐졌다. 또한 영동군도 10만 명당 비율이 28명으로 전국 7위에 올랐다. 국내 10대 장수도시에 괴산·영동군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전국적으로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은 3159명으로 인구조사 이래 처음으로 3000명대를 돌파했다. 5년전인 2010년(1835명)보다 72.2% 증가했고 100세 진입을 앞둔 90대 노인들도 15만명을 넘어 ‘장수 시대' 를 예고했다. 하지만 장수 노인들의 행복감은 이전 조사에 비해 떨어졌다. 통계청이 100세 이상 고령자들을 직접 방문 조사한 결과 181명(5.7%)은 ‘매우 행복하다'고 했고, 907명(28.7%)은 ‘행복한 편'이라고 답했다. ‘행복하다'는 답이 전체 1/3에 불과해 5년전의 2/3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것.

어찌됐든 ‘청풍명월의 고장' 충북은 건강과 힐링이 넘치는 ‘장수의 고장'으로 불러도 무방한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전국의 산간농촌 지자체가 앞다퉈 내세운 건강장수 슬로건이 충북 앞에선 무색하게 됐다. 힐링과 장수를 내세운 항노화 산업, 농촌과 관광을 연계한 6차 산업을 충북이 키울 명분도 갖게 됐다. 특히 괴산은 세계유기농엑스포를 통해 획득한 유기농 도시 이미지에 ‘유기농 장수도시'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다.

충북도 인구통계에 따르면 괴산 영동 이외에 단양 보은도 100세 이상 장수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해당 4개 군의 공통점은 굴뚝산업이 터잡지 못한 전통적 농촌지역이란 점이다. 결국 청정지역의 적당한 농사일과 이웃간 소통이 장수의 비결인 셈이다. 이같은 장점은 앞으로 귀촌 귀농인구 유입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충북은 지난해 928가구가 귀농했고 앞서 장수지역으로 꼽힌 4개 군이 유입인구가 많은 곳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실버산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현실에서는 재력있는 은퇴노인들을 위한 고급 요양시설 건설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비용대비 만족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깊어져 사업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대중적인 시장기반을 가진 실버푸드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실버푸드는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특수 영양식품으로 요즘 유행하는 건강식품과도 일맥상통한다. 도내의 청정 장수지역인 4개 군지역에서 지역 특산물을 원료로한 실버푸드을 생산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느리게 살기 미학을 추구하는 슬로시티(Slow City)도 장수지역이 선점해야 할 가치다. 은퇴자와 고령자를 위한 자연·환경·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룬 삶터가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 괴산군의 장수도시 선정이 낡은 도시 아젠다를 버리고 생태도시, 슬로시티로 향하는 발상 전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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