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모처럼 듣는 얘기지요? 최근 충청일보 제2사회면에 실린 해설기사(2월 24일자)의 제목입니다. 청주지법의 영장실질심사 결정에 대한 우려감을 강도높게 제기한 보도였습니다. 사전담합을 통해 건강보험급여비 3억원을 허위부당청구한 의사·약사에 대한 구 속영장을 법원이 기각시킨 데 대한 문제제기였죠. 법원의 결정에 대해 지역언론이 연속 보도를 하면서 시비를 따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우리 충청리뷰도 지난호(제219호) 기사를 통해 문제의 사건을 집중보도한 바 있습니다.
먼저 국민 호주머니돈으로 조성된 보험재정을 3억원이나 몰래 빼먹은 범죄에 대해 법원이 예상밖의 관대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성이 적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한 약사는 7천여만원의 부당 청구액을 모두 반납했고 의사는 직업에 비추어 2억900만원을 변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 과정을 지켜본 취재진에 따르면 피의자인 의사는 일부 혐의사실을 부 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범법행위로 챙긴 금액에 대해 이미 ‘변제했다’와 ‘변제할 가능성이 있다’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의약분업을 통해 엄격하게 역할이 분리된 의사와 약사가 사전담합을 통해 의료보험제도 의 근간을 무너트린 반사회적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피의자가 3억원에 달하는 타인의 재산을 사기를 통해 편취한 사건이었다면 법원의 결정이 어떠했을까요? 변제할만한 재력이 있다는 이유로 구속을 면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군요.
이번 결정은 공정성 뿐만아니라 형평성에 있어서도 짚고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해 5월 790만원의 보험급여를 부당청구한 청원군 관내 약사가 구속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액으로 보면 이번 사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구속됐던 약사는 영장실질심사 때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이번 사건은 충청일보가 지난해 10월 단독보도한 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2월말 의사·약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사회면 톱기사로 부각시켰습니다.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대해 후속보도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신문·방송 의 보도태도는 미온적이었습니다(청주MBC는 영장기각 보도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충청일보가 풀(Full)기사로 내놓지않고 단독으로 취급한 보도였기 때문에 뒤따라가지 않겠다는 자존심아닐까요. 하긴 중앙언론사들도 타사의 특종보도를 아예 묵살해 ‘물먹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언론의 기능 가운데 최우선은 위기 경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을 Watch Dog(감시견)으로 비유하는 연유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그 감시견들이 경쟁을 내세워 위기상황에도 아예 짖 기를 포기한다면 참 답답한 노릇이겠죠. 그렇다면 짖지못하는 Dog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리지도바르도의 험담으로 신경이 곧두선 독자 여러분들은 이미 해답을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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