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투자 50억원대 매립용량 90%이상 채워 수익성 전무
민간 낙찰 어려워 환경부 제천시 공영방식 처리방안 절실

▲ 온비드 6차 공매에서 유찰된 제천시 왕암동 폐기물 매립장 전경.

최근 한 환경업체가 제천에 대형 폐기물 처리시설 추진을 고집해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왕암동 폐기물매립장 공매가 또다시 유찰돼 주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2일 제천시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가 이 시설에 대한 6차 공매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번 최저입찰가는 감정평가 금액 13억 6632만원의 절반 수준인 6억 8316만원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음에 따라 침출수 유출 등 각종 환경 재앙을 몰고 온 이 시설은 당분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세금 체납으로 피해를 입은 국세청, 원주지방환경청과 민간의 피해를 보전받을 길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0년 폭설로 에어돔이 무너진 이후 우여곡절을 겪어온 이 시설은 지난달 13일 첫 입찰에 들어갔으나, 번번이 유찰됐다. 만일 몇 차례 더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10회차까지 밀린다면 최저입찰가는 감정평가금액의 12.5%인 1억 7079만 원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이는 당초 감정평가금액은 물론 개별공시지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헐값 수준이다.

잡종지 2만 7647.2㎡에 210㎡와 62.55㎡ 규모의 건물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이 매립장의 1월 기준 잡종지 개별공시지가는 1㎡ 당 단가가 2만 6700원으로 총 토지대는 7억 3818만여 원이다. 이 매립장은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시설 개선 명령을 받은 시설로, 에어돔 붕괴와 침출수 유출로 인근 지하수에 오염이 발생하는 등 지역은 물론 중앙정부에도 골칫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공시지가 7억4천만원 못미친 유찰가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시설 개선 비용과 재가동 자금, 인허가 사항 및 영업권, 하자 승계 의무 등이 자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게 온비드의 설명이다. 결국 낙찰자는 천문학적인 인수비용을 들이고도 어떠한 이득도 볼 수 없는 매물이어서 악성 중 악성으로 평가된다.

제천시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매립용량을 증설했음에도 허가 매립용량(25만 9458㎡)의 90%가 넘는 폐기물(23만 7941㎡)이 채워진 이 시설에서 수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시설에 100억 원에 육박하는 투자비와 운영자금을 감수하고 응찰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시에 따르면 이 시설은 침출수 처리와 오염방지시설 등에 37억 원, 복토에 12억 원 등 최소 50억 원의 기본 투자가 필요하다. 30년 동안 유지관리 의무도 있기 때문에 운영비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시설 보수 등 기본 의무를 완수해야 하는 기간 동안에는 재산권 행사도 쉽지 않다. 세금 체납과 민간 채권채무 관계 등으로 이 시설이 압류, 가압류된 상태여서 법적 절차에 따라 공매에 착수했을 뿐, 현실적으로는 원매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에어돔 붕괴와 운영회사의 도산 이후 인근 하천에까지 침출수 피해를 주고 있는 이 시설을 단순히 공매 절차에 맡긴 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주민들의 요구다. 일각에서는 환경부와 제천시가 이번 공매에 적극 나서 공영방식으로 사태를 마감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시민 김정현 씨는 “왕암동 폐기물 매립장이 온갖 환경 재앙 우려 속에 방치된 상황에서 또다시 대형 폐기물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 주민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며 “요즘 환경 시설 추진을 놓고 예정 부지마다 ‘님비’ 논란이 일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태에서 밀어붙이려고만 하는 문화부터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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