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관행 무시 총학생회장 당선무효…재투표 결정
학교측,학생비대위에 총장 선거권 부여 ‘비호 의혹’

▲ 총학생회장 당선무효로 시작된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의 학내 사태가 법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오른쪽이 김진규 당선인.

총학생회장 당선무효로 시작된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의 학내 사태가 법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이 대학 총학생회는 회장 선거 후유증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4개월간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충주시 단월동에 위치한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의 올해 총학생회장 선거는 지난 3월 29~30일 치러졌다. 이때 단독 출마한 김진규 씨는 투표율 53.5%에 78.1%의 찬성을 얻어 당선됐지만 전체 유권자에서 4학년생이 제외됐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씨의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재투표를 결정했다. 선거인명부 중 4학년 재적인원 제외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관위는 대자보를 통해 “이들 졸업예정자가 선거인명부에 포함돼야 한다는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재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당선인 측은 법적 하자 없이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과 2015년 1학기에 실시된 선거도 4학년 재적인원이 제외된 상태로 치러져 관행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재선거 결정이 ‘모함’이라는 주장도 했다. 당선인은 선거 1일차인 3월 29일에서야 4학년 재적인원이 선거인명부에 포함된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항의해 2일차에는 4학년 재적인원이 제외된 채 투표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당시 선관위원장은 이를 이유로 갑자기 사퇴했고, 신임 위원장이 나서 재선거를 유도했다고 당선인은 주장하고 있다.

당선무효 ‘한 지붕 두 총학’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총학 출범을 인정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결국 2개의 학생 대표기구가 활동하게 됐다. 여기에 학과 통합과 정원 축소를 담은 학사구조개편안이 공개되며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총학생회는 선거 공약으로 구성원간 합의 없는 학사구조조정 방지 등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제1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김진규 당선인은 중앙선관위가 후보자격을 박탈하자 4월 21일부터 총학 정상 출범을 호소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비대위 관계자를 상대로 검찰에 고소장까지 접수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김 당선인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회 장에 당선됐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비대위는 업무방해만 일삼고 있다”며 고소장 접수 배경을 설명했다.

김 당선인은 또 최근 변호사를 선임해 총학 선거과정의 공정성을 법적으로 가리는 절차에 들어갔다. 학교 측이 ‘총학’이 아닌 ‘비대위’에 총장 선출 선거권을 부여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총학 선거 자체가 논란이 되고, 2개의 학생회가 출범한 상황에서 비대위 측에만 선거권이 부여됐다는 점에서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혹이 커지자 학교 측은 서울캠퍼스 법무감사팀을 통한 유권해석을 시도했지만 당선인 측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중립적 시민단체를 통한 법무법인 선정’을 주장하며 이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건국대 관계자는 “현 비대위원장은 지난 1월 전 학생회장으로부터 학생평의원으로 추천받아 학생 대표 자격이 주어졌다”며 “이후 학생회장 자리가 논란이 됐기 때문에 이전 결정을 따랐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논란이 된 상황에서는 양쪽 모두에게 선거권을 주거나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학교 측의 조직적인 비대위 밀어주기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당선인은 최근 충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학교 측은 비대위를 학생 대표기구로 인정해 총장 후보자 선정위원회 참여 권한과 축제 진행권을 준 반면, 총학생회장인 본인에게는 학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편파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들의 총학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대학본부는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편협적으로 이용해 온 기득권을 학생회에 대표자격을 부여하고 국외여행 전액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중앙운영위원회 소속 학생 60여명은 우리 등록금으로 8박 9일 일정, 필리핀 해외 연수를 하고 있다”며 “해외봉사활동이란 명분을 달았지만 실은 외유성 여행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4~5년 전부터 진행돼 온 해외연수는 일반 학우들 모르게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며 “이 같은 정황은 학교 측이 학생 자치권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은 저의 집에 내용증명까지 보내 농성을 그만두지 않으면 퇴학 및 제적처분을 내리겠다고 했다”며 “민주사회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납득할 수 없는 사태가 지성의 요람인 우리 건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대해 대학측 관계자도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회는 독립적인 학생 자치기구이기 때문에 그 선거에 대해선 중앙선관위에서 총괄적이고 최종적인 결정권이 있어 원칙적으로 대학 측에서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며 김 당선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이번 사태는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총유권자중 4학년을 제외한 것에 대해 이의제기가 있었고, 중앙선관위가 이의를 심의한 후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재투표를 결정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학교 측은 양측의 원만한 합의와 중재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대학측 “부당개입은 없었다”

아울러 “김진규 씨가 5월 12일 서울캠퍼스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중재를 요청, 법무감사팀에서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제출하면 결론을 내리기로 약속했지만 김씨가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총장선거에 학생대표를 추천한 것은 총학생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규정에 의거, 적법하게 한 것이고, 학생 60여명을 필리핀으로 국외연수를 보낸 것은 맞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자치와 자율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중재 내지 조력을 계속할 것이고, 소송결과에 따라 김씨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진규 씨는 지난달 ‘총학생회장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청주지법 충주지원에 냈고, 내달 10일 첫 심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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