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통보로 폐기물매립장 가시화…혐오시설, 손안대고 코 풀어
사업 지연으로 오창테크노폴리스 입주희망업체 이탈 움직임도

청주시의 근시안적 행정이 비난을 사고 있다. 불필요한 업무협약 체결로 특정업체에 700억원대 특혜를 줬다는 지적과 함께 기업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추진하고 있는 오창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 이야기다. (주)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는 2013년 충북도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산업단지조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최근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체가 산업단지 예정부지 내에 폐기물매립장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 사진설명-청주시가 민원해결을 이유로 2015년 체결한 업무협약이 공공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은 ES청원이 이전을 약속한 오창산업단지 내 매립장.

당장 기업유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동안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성황리에 사업설명회를 마쳤고 잇따라 기업들이 입주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MOU를 체결하는 등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은 71개로 집계됐다. 희망업체를 모두 받으려면 산업용지가 부족할 지경이다. 이들이 원하는 면적은 공급면적 대비 139%에 달한다. 하지만 폐기물 매립업체의 등장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마냥 산업단지 조성만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내부적인 계획과 입주가능 시기가 맞지 않으면 다른 산업단지 이전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 발목 잡은 ‘매립장 적합통보’

경제를 중시하는 최근 기조에서 기업유치는 능력 있는 지자체의 제1 덕목으로 꼽힌다. 하루라도 빨리 실적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인데, 청주시는 어찌된 일인지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청주시 산단조성팀 관계자는 “중재를 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았고, 양측이 면적을 조금씩 양보하는 것으로 결론날 것”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하지만 관련부서의 설명처럼 중재를 통해 두 사업 모두를 진행하는 것이 청주시를 위한 일인가 하는 데는 논란이 있다. 본보는 15일자 ‘탁상행정 민낯 드러낸 소각장 이전’ 제하의 보도를 통해 청주시 행정의 난맥상을 지적했다.

같은 부지를 놓고 도시개발과에서는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자원정책과에서는 ES청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해 ‘매립시설 적합통보’를 내 준 것이다.

매립시설 적합통보란 사실상 매립장 건설 허가를 의미한다. 폐기물매립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주민반대가 심해 인‧허가를 받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그런데 청주시는 별다른 추가 요구없이 ES청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을 받아들였다. ES청원이 제시한 매립용량 140만㎥도 축소 없이 그대로 반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적정 통보를 받았다는 것은 사업성공까지 7부 능선 이상을 넘어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적정통보를 근거로 ES청원은 사업계획서 상 건설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후 시설에 따른 관련 허가를 받고 준공허가를 받으면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

청주시가 혐오시설임에도 불구하고 ES청원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은 2015년 3월 26일 체결한 업무협약서 때문이다. 민원발생지역인 오창산업단지 내 소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대신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민원해결의 묘수로만 생각했던 2015년 업무협약이 지금에 와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소각장은 그렇다지만 매립장은?

ES청원이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소각장 인허가를 득했다는 점에서 소각장 이전은 합리적 이해가 가능하지만 매립장 추가 신설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창산단 내 기존 매립장이 허가량을 대부분 채운 데다 청주시가 적정통보를 해준 후기리 매립장은 ES청주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사업장이라 연속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두 매립장은 사실상 별개이며 업무협약서에 의해 ‘소각장과 매립장 이전사업이 완료되면 오창산단 내 현 사업부지에 대한 모든 사업권을 포기하고 철수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전 사업부지가 마련되는 시점이면 기존 매립장의 잔여 매립량도 남지 않을 정도라 사실상 덤으로 얻은 격이다. 하지만 덤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이권이다. 새롭게 140만㎥의 폐기물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반폐기물 매립비용은 성상과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주된 폐기물은 1㎥당 3만~5만원의 처리비용을 받는다. 1㎥당 5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40만㎥를 채울 경우 7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대개의 폐기물매립장이 인허가를 쉽게 받기 위해 최초 허가량을 적게 신청한 뒤 추가 매립허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매립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매립장은 혐오시설이라 신규허가가 어렵다. 반면에 꼭 필요한 시설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인허가기관인 지자체나 환경청도 기왕이면 주민반발이 적은 기존 시설의 용량 추가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매립량이 330만㎥ 이상이거나 면적이 30만㎡ 이상이면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폐기물 매립장은 이 기준을 넘지 않는다.

(주)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와 ES청원은 각각 사업을 축소해 두 사업 모두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업무협약서의 법적 효력을 지적하며 ES청원의 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공공사업인 산업단지조성이 부지 제척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상태로 보면 총면적 258만 2577㎡의 5%가량인 12만㎡ 가량이 제척될 전망이며, 이럴 경우 조성원가 상승 등이 초래된다.

 

 

금강유역환경청의 이상한(?) 일처리

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 미룬 정황 포착

산업단지조성사업은 물론 매립장이나 소각장을 건설할 때도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주)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와 소각장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ES청원, 제2광역쓰레기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청주시 또한 이 과정을 거쳐야 다음 과정으로 진행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3개 사업 모두 청원군 오창읍 후기리 동일 부지에서 진행됐고, 지난해 9월 3일 금강유역환경청은 사업지역 중복으로 정상적인 평가 협의가 불가능하다며 사업지를 정리해 다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금강유역환경청에 협의 공문을 제출한 시기다.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는 지난해 5월 22일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개최하고 금강유역환경청에 협의를 요청했다. ES청원이 매립장 관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한 것은 같은 해 6월 29일이다. 37일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금강유역환경청은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가 요쳥한 협의 요청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신속히 처리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발생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6일 제2광역매립장에 대한 협의 요청이 들어왔고, 수개월 뒤인 9월 2일에서야 ES청원이 소각시설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금강유역환경청은 청주시에 교통정리를 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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