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복도·벽 같은 칸막이 없고 카페를 중앙에 배치해 자유로워”
세종국립도서관도 실내 탁 트인 개방형, 청주시내 도서관은 답답

▲ 청주시내 공공도서관은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불만들이 많다. 공간을 나눠 폐쇄적이고 로비, 복도같은 쓸데없는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진은 상당도서관.

도서관이 빛을 발할 때가 있다. 가을철이 아니고 요즘같은 여름철이다. 도서관은 최고의 피서지이다.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나와 시원하기 그지없고, 재미있는 책들이 가득하다. 괜찮은 프로그램도 많다. 이제 도서관은 공부하고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다. 책을 주제로 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대폭 확장됐다. 이런 변화 덕분에 공간도 굳이 구분짓지 않고 개방적인 형태로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공공도서관은 어떤가?
 

청주시내에는 11개의 공공도서관과 124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공공도서관에는 신율봉·기적의 어린이도서관 같은 어린이 전용 도서관 2개가 포함됐다. 작은도서관은 동네 곳곳에 있는 것인데 더러는 등록만 해놓고 운영을 하지 않는 곳이 있어 실제는 이보다 적다. 올해는 오창 호수도서관이 개관했고, 내년 2월 금천도서관이 착공예정이다. 청주시내에 도서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시민들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불만들이 많다. 윤송현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 대표는 올 4월에 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도서관과 7월에 일본 도서관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윤 대표는 선진국 도서관과 청주 공공도서관을 비교한 뒤 “선진국 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됐다. 여기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회의하고, 책읽고, 논다. 평생학습의 중심에 도서관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숙하게 앉아 책보고, 정독실 같은 곳에서 공부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도서관의 틀을 깨고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주민 14만명 도시에 1일 7000~8000명이 몰려오는 일본 무사시노시 도서관.

이런 생각은 도서관의 구조도 획일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북유럽과 일본 도서관의 구조가 닮았다. 일본이 북유럽 도서관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이들 도서관의 가장 큰 특장점은 로비, 복도, 벽 같은 칸막이가 없다는 것이다. 넓은 공간을 확 터놓아 시원하고, 카페를 가운데 배치해 차를 마시며 책을 볼 수도 있어 자유스런 느낌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무사시노시 도서관은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천장을 뚫은 뒤 유리로 씌웠다. 서가를 간접조명으로 해놓고 책상 위에 스탠드 불빛을 비치게 했다. 또 창문 밝은 쪽에 책상을 놓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등 이용객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도서관은 놀러가는 곳이라는 개념이 생겨 주민이 14만명에 불과한 도시에서 도서관 이용객은 하루 7000~8000명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외관도 아름답게 꾸민 선진국 도서관들

선진국 도서관들은 외관도 아름다워 한 번 들어가보고 싶게 만든다. 이에 반해 청주시내 공공도서관은 외관이 회색으로 우중충한 곳이 많다. 들어가면 우선 로비, 복도, 벽이 막아 폐쇄적으로 느껴진다. 옛날 학교건물처럼 구분을 지어 이런 공간들에 뺏기는 면적이 많다. 선진국 도서관들 중에는 1층 출입구 공간을 최소화하고 막바로 책을 놓는 곳으로 활용하는 곳이 많다. 그러면 버리는 공간을 최소화해서 넓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천장이 뻥 뚫린 일본 무사시노시 도서관

임성재 충북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청주시내 공공도서관은 1층 로비가 너무 넓다. 올해 개관한 오창 호수도서관도 외관은 큰데 로비, 복도 등으로 빠져나가는 면적이 많아 아까웠다. 공간을 구분짓는 종전 개념을 허물고 넓게 쓰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에 있는 세종국립도서관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 국립세종도서관은 1층의 일부를 로비로 쓰되 일부에는 책을 비치해 놓았다. 각 층을 올라가는 계단을 가운데에 놓고 개방해 별도 복도도 없다. 이 곳에 들어가면 모든 공간이 트여있어 한 눈에 보이는 점이 가장 좋다. 한 쪽에는 공부를 하거나 혼자 작업을 할 수 있는 책상이 놓여있고 잡지나 신문을 보는 곳도 매우 쾌적하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도서관 뒤에 바로 호수공원이 있는 점도 인기를 끄는 요소이다. 선진국 도서관도 도서관과 연계해 공원을 조성한 곳이 많다.

한편 지금 청주시내 공공도서관에서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으로 독서교실, 처음만나는 별난건축이야기, 유쾌한 경복궁이야기, 시끌벅적 동화세상, 지구특공대 모여라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치중돼 있다. 이 때문에 성인들의 불만이 많다. 시민 김영숙 씨는 “도서관에서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에 종종 참석해보니 많은 도움이 된다.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이것을 연중 실시하는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방학이라고 어린이 프로그램만 있는데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천도서관 주민설명회 ‘아는 사람들끼리만’
‘가고싶은 도서관’ 만들려면 전문가·시민 의견수렴 확대해야 

 

청주시에 또 하나의 공공도서관이 생긴다. 시는 금천동 호미골체육공원내 부지면적 1만2582㎡에 지하1층, 지상3층의 금천도서관을 짓는다. 올 연말까지 설계용역을 거쳐 내년 2월 착공해 오는 2018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설계는 건양기술공사건축사무소에서 하고, 예산은 113억원이 투입된다.

 

시는 지난 19일 금천동주민자치센터에서 도서관 건립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직능단체장, 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하는데 그쳤다. 이 설명회 일정을 사전에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아는 사람만 참석한 것이다. 청주시 홈페이지에도 올리지 않았다. 금천동 주민뿐 아니라 시민이면 누구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인데 의견수렴 할 때는 한정된 사람들만 참석하고 만 것.

도서관 관계자는 “지난번에는 홍보를 제대로 못했다. 설계가 완료되는 11월 전에 중간보고회 겸 주민설명회를 한 번 할 것이다. 도서관 건축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간혹 전화를 하는데 전화로도 의견접수를 받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도서관을 짓자는 게 우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으나 지금 방향은 시민들이 원하는 도서관 건축으로 가고 있지 않다. 전화로 의견접수를 받는다는 것도 어디에서도 홍보하지 않고 있다.
 

또 설계용역사 직원, 청주시 관계 공무원, 도서관 사서 등 15명이 모여 정기적으로 금천도서관 건립회의를 한다고 하는데 여기에도 전문가와 시민은 빠져 있다. 설계용역사 직원과 시 공무원이 대부분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청주시가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모범적인 도서관들을 참고해 금천도서관을 ‘가고싶은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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