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무원 대폭 증가했으나 고위직은 찾기 힘들어
간부회의는 남성들끼리만···말로만 하는 성평등정책

인포그래픽=서지혜

여성 공무원 수가 대폭 증가했다. 청주시는 9급 여성 공무원이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다. 이 때문에 전체 여성 공무원 수가 대폭 늘어 10명 중 4명이 여성이다. 그러나 국장급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충북도도 전체 10명 중 2명이 여성인데 국장급 여성은 한 명도 없다. 광역지자체 국장은 3급 부이사관이고, 기초지자체 국장은 4급 서기관이다. 때문에 여성들은 여전히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유리천장은 1970년 미국의 경제주간지가 만들어낸 신조어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조직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충북도 정규직 공무원은 총 1685명이다. 소방직은 제외된 숫자다. 이 중 여성은 453명으로 전체 26.8%를 차지한다. 3급 국장은 한 명도 없고 최고위직인 4급은 전체 4명. 5급 사무관은 26명이고 6급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해 하위직에는 많이 포진해 있다. 6급은 188명으로 30.9%, 7급 이하는 235명으로 38.9%를 차지한다. 6급이하 여성 중 육아휴직자가 76명에 달하는데 이 숫자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전세계적으로 여성 대통령에 여성 총리가 나오는 21세기에 여성 국장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에 ‘가뭄에 콩나듯’ 여성국장이 1~2명 있었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이마저도 끊겼다.

청주시 구청장, 10여년 전에 1명

충북도는 2실·7국·2본부장이 모두 남성이다. 간부회의에는 대개 실·국·본부장, 공보관, 감사관, 여성정책관이 들어가는데 이 중 여성정책관이 유일한 여성이다. 여성정책관은 임기제 공무원. 과거에는 계약직이라 불렀고 외부인사가 들어오는 개방형직위므로 특별한 케이스로 봐야 한다.

청주시 정규직 공무원은 총 2850명이다. 무기계약직과 청원경찰을 합치면 3530명에 달하나 정규직만 치면 이 정도다. 이 중 여성 공무원은 1126명으로 전체 39.50%를 차지하고 있다. 10명 중 4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 공무원 수가 대폭 증가했다. 청주시도 6급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9급은 여성이 남성을 앞질러 45명 더 많다. 9급은 여성 비율이 56.03%이다.
 

그러나 국장급인 4급 서기관은 한 명도 없다. 시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에는 국장 6명과 공보관, 감사관 등이 참석한다. 이 중 여성은 김천식 공보관 밖에 없다. 김 공보관은 5급 사무관이나 업무특성상 참석하는 것이지 국장은 아니다. 상당·흥덕·서원·청원구의 구청장 4명도 모두 남성들이다. 그러므로 청주시의 주요 행정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남성들이다.
 

민선3기부터 따져봐도 국장급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다. 민선3기면 이미 10여년 전이다. 이정숙 씨가 흥덕구청장, 최정숙 씨가 문화예술체육회관장, 이춘숙·이관동 씨가 평생학습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6월 말 인사 때는 여성 국장 후보가 한 명 있었다. 통상 승진자의 몇 배수를 뽑은 뒤 최종 승진자를 결정하는데 이 배수 안에 들어 승진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결국 탈락됐다. 항간에서는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승진이 안됐다는 소문이 돌아 뒷말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업무추진력을 보고 승진을 결정한다.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안된 건 아니다”고 말했으나 여성 공무원이 40%에 달하는 청주시에 여성 국장 한 명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들이 충북도 국정감사차 내려와 꼭 지적하는 것도 이 문제고, 그럴 때마다 자치단체장들에게 여성우대 인사를 하라고 주문한다. 이는 청주시장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엄청난 성차별 겪으며 올라온 4·5급

고위직을 남성들이 싹쓸이 한다는 지적을 할 때마다 남성 공무원들이 하는 얘기는 승진 배수에 들어온 여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왜 없을까. 모 여성 공무원은 “여성들은 보직 받을 때부터 차별을 받았다. 통상 총무·기획·행정·예산부서 등을 주요부서라고 하는데 현재 5급들은 이 쪽 부서 일을 거의 해보지 못했다. 본청에 들어오기도 힘들었고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민원 일을 주로 했다. 겨우 본청에 들어와도 민원이나 여성업무를 맡기기 일쑤였다. 6급 이하는 숫적으로 많다보니 이런 저런 부서 경험을 많이 한다. 여성들이 안 가는 부서 없다고 하는 말은 6급 이하부터 해당된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여성 최고위직은 과장급인 5급 사무관이다. 여성 과장은 본청에 6명, 사업소에 6명, 구청 12명, 읍면동에 8명 등 총 32명이다. 전체 154명 중 20.8% 밖에 안된다. 말하자면 이들은 남성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면서 올라온 사람들이다. 그 중 본청에는 김천식 공보관, 권오순 여성가족과장, 유오재 원예유통과장, 길선복 인재양성과장, 정용심 위생정책과장, 김수자 시립미술관장이다.

이승훈 시장은 지난 1월 김천식 여성가족과장을 공보관에 임명했다.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을 공보관에 임명, 관행을 깬 인사로 좋은 평을 받았고, 정용심 과장은 위생직이라 자기 자리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나머지 4명은 주요부서에 있지 않다. 충북도 4급 여성 공무원들도 여성부서와 자치연수원 등에 있고, 5급 사무관들 역시 주요부서에 진출하지 못했다.

모 여성 공무원은 “5급 이상 여성들은 엄청난 차별을 받으며 공무원 생활을 해왔다. 민선3기 이후 충북도에서 여성 부군수를 하고 퇴직한 사람은 2명 밖에 없다. 이후로는 뚝 끊겼다. 부단체장도 당연히 남성들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는 자리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종 지사나 이승훈 청주시장이 특별히 여성우대 인사를 단행한 적이 별로 없다는 게 여성 공무원들 말이다.

4급 이상 여성 간부들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여성우대 인사가 답이다. 비례대표제를 두고 여성정치인을 의도적으로 육성하듯이 지자체도 어느 정도는 우대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여성들의 요구다. 지자체 정책도 양성평등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시대인데 남성들만이 주요정책을 결정한다면 불공평하기 때문이라는 것. 지자체부터 성평등정책을 펴야 사회로 확산되고 그래야 살기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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