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노인전문병원 극적 타결…수탁자, 23명 전원 복직 약속
100명으로 시작 77명 이탈…공공성 강화 등 과제 여전히 남아

상처뿐인 승리다. 권리 찾기를 위해 파업에 돌입한 지 850일, 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간 지 꼬박 446일 만에 받아낸 복직 약속이다. 해고와 폐업으로 10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조합원 66명이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긴병에 효자 없다던가, 기울어져가는 가세를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수십명의 조합원이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이제 남은 조합원은 총 스물세 명, 청주병원이 이들의 복직을 약속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 종결되지 않은 청주시의 고소·고발, 공공병원의 정상화와 의료공공성 강화 등의 과제를 남겨 놓고 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정상화를 위한 그간의 사건들을 정리했다.

▲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가 노조 파업 850일 만에 마무리됐다. 전원복직 요구를 관철시킨 권옥자 분회장이 동료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새로운 수탁운영자인 청주병원이 공개채용 공고를 낸 가운데 채용 원서 마감일인 25일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남아있는 23명 노조원 전원 복직이다.

25일 오전 10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회의장에서 진행된 협상에서 양측은 이같이 합의하고 세부적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청주병원 대표로 협상에 참여한 조원익 행정원장은 “이번 공모를 통해 20여명을 우선 채용하는데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일정 비율(5:5)로 채용할 것”이라며 “이번에 23명 모두를 채용할 수는 없다. 순차적으로 채용하게 될 것이고, 결국 모두를 채용하는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청주병원은 선별 채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노조는 전원복직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투쟁의 상징과도 같은 시청 앞 천막도 사라지게 됐다. 노조 측은 첫 채용자 명단이 발표되는 다음달 4일을 전후해 해단식 후 철거할 계획이다.

노조원들을 이끌어 온 권옥자 분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2년 넘게 절규하고 몸부림쳤다”며 “새 수탁자인 청주병원과 함께 환자가 행복할 수 있고, 우리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개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청주시립요양병원으로 개명하기로 한 청주병원 측은 다음달 초까지 직원 채용을 마무리하고, 시설 점검·보강을 거쳐 8월 말 개원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성 강화, 운영위원회에 기대

이제 관심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과거의 전철을 되밟지 않고,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다. 권옥자 분회장은 협상 타결 직후 소회를 말하는 자리에서 “이 곳이 (근무환경이) 좋아서 돌아오려고 한 것이 아니다. 이 곳이 우리의 일터였기 때문”이라며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니 그 때가 떠오른다. 밥 먹는 것도 감시당하고, 의자에 앉기라도 하면 곧바로 (일어나라는) 인터폰이 온다. 온갖 탄압을 다 받았다. 환자를 돌본 임금도 받지 못했고, 인간적인 대접도 받지 못했다. 너무 억울해서 여성의 몸으로 450일을 농성장에서 버텼다”고 말했다.

지금 이들에게 약속된 것은 복직뿐이다. 근무여건 개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물론 그때와 달라진 것도 있다. 수탁자가 바뀌었고, 관련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협상 내내 참여했던 서지한 청주시의원은 “개정된 조례가 최상은 아니지만 공공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됐다. 조례로 보완할 부분은 개선해 나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전과 다른 노인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영위원회 구성과 인사위원회 구성이 대표적인 장치다. 조례에 정해진 대로 운영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면 과거처럼 개인의 판단에 의해 병원이 운영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합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운영기구 보완도 필요하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의 일단락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바로 노조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건이다. 각계각층에서는 청주시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취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탁자, 폐업으로 파국 치달아

2014년 3월 당시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하던 씨엔씨재활요양병원은 간병사들에게 새로운 근무형태를 요구했다. 간병사 인력 충원없이 3교대로 근무제를 변경하겠다는 병원의 결정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간병사의 근무여건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한 노조원들은 파업을 택했고, 이후 공방이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6월에는 수탁자가 폐업을 선언하면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청주시는 운영자를 찾기 위한 공모를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2차 공모에서 청주병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고용승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노조와 입장차를 줄이지 못해 스스로 수탁을 포기했다. 3차 공모에서는 의명의료재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본보의 보도를 통해 과거 불법 전력과 부도덕성 등이 드러났고, 수탁을 포기하는 전철을 밟았다.

청주병원이 4차 공모에 재도전했고, 진통 끝에 고용과 관련해 노조와 합의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