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 선점한 충주시, 청주개최 반감 여전···충주지역구 의원들 계속 문제제기
여러 번 예산 증액은 대회 신뢰성 문제, 행정사무감사 때 ‘태풍의 눈’ 될 듯

▲ 충북도와 무예마스터십조직위는 청주 지웰몰 앞에서 대회 홍보전을 펼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가 살아났다. 지난 13일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충북도가 올린 제2회 추경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무예마스터십대회 30억원 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18일 예결위원회는 이 예산을 전액 반영했다. 이로써 충북도와 도의회간 형성된 팽팽했던 긴장감이 완화됐다. 무예마스터십대회도 예상대로 치를 수 있게 됐다.

도는 당초 대회 예산을 41억원에서 51억원으로 올렸고 이번에 다시 81억원으로 올렸다. 이에 대해 도의회 행정문화위는 주먹구구식 행정, 국제행사 미승인 등의 문제를 비판하며 표결도 없이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만일 예결위도 삭감했을 경우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승인을 안해줄 수 없는 입장에 놓였던 것이다. 이미 도와 조직위는 대회 중반을 넘기면서 수많은 관련 기관·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외에 홍보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경비가 모자라 대회를 졸속으로 치렀다가는 도의회가 비난을 떠안게 생긴 것이다. 그러자 도의회 예결위는 대회 절차상의 문제보다 외국인이 참가하는 대회이니 만큼 성공적 개최가 우선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도와 무예마스터십조직위(이하 조직위)는 당초 30개국 1600여명의 선수와 임원진 참가를 예상하고 대회를 준비했으나 지금은 60개국 2100명을 예상하고 있다. 18일 현재 75개국 1909명이 신청했다. 참가 선수와 임원진이 늘어나면서 예산이 더 필요하게 된 것. 이를 위해 도는 지난 5월 행자부에서 특별교부세 30억원을 확보하고 이 예산을 쓰겠다고 주장해왔다. 
 

차후 행사는 충주에서?

그럼에도 충북도가 예산을 고무줄처럼 늘인 것에 대해서는 도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 지사와 관계 공무원들은 이를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연말에 열리는 행정사무감사 때 다시 한 번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큰 행사가 끝나고 나면 사업비와 수입, 성과 등에 대해 결산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도의회는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후에도 예산상 문제를 제기해 충북도가 큰 곤욕을 치렀다.
 

충북도 관계자는 참가자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에 대해 “선수모집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연맹과 협의가 잘 안된 점이 있고, 월드컴뱃게임이라는 대회가 없어져 무예마스터십대회가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게 돼 참가인원이 예상보다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회는 입장료가 없고 참가선수들에게 절반 정도의 체류비를 지원해준다. 1인 1실 60달러, 2인 1실 40달러 지원. 때문에 대회 수입은 기대하기 힘들다. 81억원의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수입이 없다는 점에 대해 향후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충북도는 국제행사 승인은 오는 2019년 예상하고 있고, 올림픽·아시안게임·월드컵 같은 큰 대회가 열리지 않는 홀수년에 개최한다는 것이다. 또 차후에 열리는 대회는 무술의 도시 충주에서 하도록 이 지사와 조길형 시장이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충주시민들의 불만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인데 이렇게 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무예마스터십대회는 무술의 도시 충주가 대회 개최를 거부하고 청주에서 하면서 벌써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 대회를 만든 이시종 지사도 충주시를 염두해두고 시작했다. 이 지사는 충주시장 재임시 충주세계무술축제, 국회의원일 때 무예대제전을 만들었다. 국회의원 시절 전통무예진흥법을 발의해 제정했고, 충주 탄금대에는 무술공원과 무술전시관도 지었다. 무술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이 지사는 충주시가 택견의 본고장이라는 데 착안해 여러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길형 충주시장은 충주무술축제와의 중복성, 예산부담, 2017전국체전 개최준비 등의 사유로 무예마스터십대회 충주 개최를 거절했다. 당시 충북도는 국비와 중앙투융자심의 때문에 개최지를 확정할 수밖에 없어 청주시에 의사타진을 하니 좋다고 해 청주시와 하게 됐다고 설명해왔다.

 

▲ 서울시내에서 열린 홍보전

전액 삭감-부활-삭감-부활

험난한 예산확보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도의회는 지난 2014년 말, 2015 당초예산 심의 때 집행부가 올린 무예마스터십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집행부의 설득과 요청으로 2015년 4월 추경예산에 반영됐다. 또 이 때 상임위와 예결위를 통과했으나 충주가 지역구인 임순묵 도의원(새누리·충주3)은 본회의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본회의에 올라온 안건을 다시 심의하려면 수정발의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의원 1/3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임 의원은 이의만 제기했지 의원 1/3 동의를 얻지 못해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임의원은 “무술의 메카 충주를 만들고자 이시종 도지사가 충주시장 재임시절 충주세계무술축제를 창안해 추진했음에도 도지사가 되어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청주 개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 대회는 무술의 메카 충주 위상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주시민들에게는 아직도 이런 감정들이 있다. 지난 13일 추경예산안 심의 때도 충주출신 의원들이 앞장서서 반대했다. 김학철 행정문화위원장과 역시 행정문화위 소속인 이언구 도의원이다.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김학철 의원은 무예마스터십 대회가 충주세계무술축제와 중복되는 것 아니냐, 관주도의 스포츠 대회가 연속성이 있는가, 예산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문제, 참가국과 단체의 공신력 등에 대해 이 지사에게 따져 물었다.
 

충주세계무술축제와 무예마스터십 대회 중복성 여부는 이미 해명이 됐다. 무술축제는 시연 중심의 축제이고, 무예마스터십 대회는 국가대항 무예 올림픽이라는 설명을 충북도가 초반부터 해왔다. 그리고 충주시에서 여러 이유를 들어 이 대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충주 출신 의원들이 매번 같은 이유를 들며 예산 통과를 반대하는 건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때 도의원들이 무예마스터십대회 예산을 통과시켜 주는 대신 집행부로부터 의원사업비를 은밀하게 받아내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었으나 충북도와 도의회 모두 부인했다. 만일 그렇다면 부당한 거래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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