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3년간 끌어온 청주대 학내분규가 법의 잣대에 의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형사사건은 검찰의 기소와 구형이 끝났고 민사사건은 법원의 판결이 시작됐다.

지난 11일 청주지법은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 가족 4명이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구성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비대위의 자택앞 집회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며 원고 4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총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원인은 차치하고 과정상 위법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한 손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이다.

이밖에 재단측이 총동문회장, 교수회장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중이다. 비대위가 김 전 총장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해 형사고소하자 민형사 7건을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본격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민사건은 비대위측이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재단과 학교 돈으로 하는 소송전을 개인이 감당하기엔 벅찬 노릇이다.

반면 형사고소건은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이다. 검찰은 지난 5월 김 전 총장에게 횡령 (2억여원)과 배임(6억7500만원)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6월말로 예정된 법원 선고가 1차례 연기되면서 이번달 26일 1심 판결이 내려진다. 또한 검찰은 지난 5일 김준철 전 이사장 동상을 철거한 범비대위 구성원 8명에게 징역 6개월에서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핵심역할을 해온 전 총동문회장과 전 총학생회장은 징역 2년으로 전 총장보다 구형량이 높았다. 결국 검찰은 수억원대의 사학재산 횡령보다 이에 저항한 물리적 행위를 더 중하게 판단한 셈이다.

재단과 김 전 총장의 입장에선 민형사상 소송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선고유예가 확정되면 ‘사립학교법’ 제22조에 따라 이사직을 박탈당한다. 실질적인 재단주가 아예 이사회에서 배제당하는 것이다. 물론 1심보다 2심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양형을 낮춰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청주대 형사소송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 작년 12월, 김윤배 전 청주대총장이 충북 청주지방법원 423호 법정에서 열리는 1심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뉴시스

지역의 대표사학이 부실대학으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내부 구성원의 갈등이다. 69년의 역사와 3000억원의 적립금과 가진 대학이 2년 연속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이 ‘미스터리’가 우여곡절 끝에 법의 심판대에 선 것이다. 동상이 쓰러지고 총장실이 점거된 것은 그 미스터리를 밝히고자 하는 과정의 잔가지일 뿐이다. 지역민들은 법의 잣대를 통해 청주대 미스터리의 본가지를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청주대 사태는 27년 전 고 김준철 이사장이 대학 총장직을 넘보면서 시작됐고 수차례 법적다툼도 벌어졌다. 그 법적책임을 피하기 위해 고 김준철 이사장은 5년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제, 고인의 아들인 김윤배 이사가 법적책임으로 이사직을 물러날 위기에 놓였다. ‘치킨게임’식 법적다툼의 끝은 공멸이다. 상대의 패를 알게 되면 대화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법원의 최종 선고 전에 대타협을 하는 것이 공생의 지름길이다. 대타협을 위해서는 주변의 매는 묶어두고 ‘비둘기’들이 날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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