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억원 복원사업…장맛비에 산책로 범람, 바닥돌 유실
충주시 “미비점 165건 개선돼야 관리권 인수”준공 미뤄

▲ 폭우에 산책로 일부가 유실된 충주천 생태하천 복원공사 현장.

충주시 성내·충인동의 충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최근 내린 비로 산책로가 파손되고, 바닥돌이 유실돼 부실시공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올 봄에도 우수관을 충주천 수위와 비슷한 높이로 설치해 부실공사 의혹을 받은 전례가 있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보강공사 및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주시내를 관통하는 충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최근에 내린 집중호우로 보강공사가 불가피해졌다. 충주시 및 주민 등에 따르면 성내충인동 현대교~용산동 성남교 594m 구간에 걸쳐 추진된 충주천생태하천 복원사업이 4~6일 내린 120㎜ 가량의 장맛비에 일부 구간 시설이 엉망이 됐다. 총사업비 422억 원(국비 294억원, 기금 88억원, 도비 11억원, 시비 29억원)이 들어간 이 사업은 최근 완료됐지만 이번 장마로 산책로 등이 주저앉았고, 바닥돌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시행·시공사 “부실공사 아니다”

상류에서 빗물이 휩쓸려 내려온 자재와 쓰레기 등이 보행자용 다리 사이에 걸려 물이 산책로로 넘쳐 훼손됐고, 지반이 약해지면서 호안석과 바닥돌이 유실된 것이다. 길 위에 놓여있던 의자들도 불어난 물에 지반이 약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때문에 준공 승인(5월)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부실공사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준철 성서동 도시재생추진협의회 위원장은 “바닥을 제대로 다져가지고 밑에 기초공사를 하고, 그 위에 흙을 얹어서 화초를 심고 바닥을 깔아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 것 같다. 한마디로 부실시공한 부분들이 여실히 다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시는 하천 본연의 기능을 감안하지 못해 이번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위쪽에서 충주천으로 내려오는 과정에 급격하게 하천 폭이 줄어 유속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하천 본연의 기능을 감안해 넓고 깊게 했어야 했는데 다른 문화나 환경 등 부가적인 부분에 신경 쓰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사인 한국환경공단 측은 “준공을 설계대로 했기 때문에 부실공사라고 보기 어렵다. 비가 한꺼번에 내렸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부실시공 의혹을 일축했다. 공단 측은 시공사에서 예치한 하자보증금(5억 원)으로 일단 보강공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공사 역시 같은 대답이다. 시공을 맡은 A업체는 “설계도와 시방서에 맞게 시공을 했기 때문에 부실공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번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우수관’도 부실시공 논란

시는 사업이 완료됐음에도 그동안 이 시설을 넘겨받지 않았다. 지난 5월 준공 승인이 났지만 시가 하자를 이유로 인수를 거부해 준공식도 열리지 않고 있다. 최근 환경정책과, 도로과, 지역개발과 등 8개 부서가 전반적인 점검에 나선 결과 165건이 미비해 세 차례에 걸쳐 공단 측에 조치 계획을 요구했다. 따라서 시가 165건에 이르는 하자를 이유로 이 사업에 인수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충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이번 장맛비로 시설을 점검한 셈이 됐다”며 “홍수기를 지나서 보강공사가 마무리된 뒤 인수인계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충주생태하천복원사업은 지난 5월 완공을 앞두고도 우수관 설치를 잘못해 부실시공 논란이 일었다. 시공사는 장마 때 빗물이 하천으로 들어가고 평소 가정에서 배출된 각종 오수가 유입될 수 있는 8개의 우수관을 설치했는데, 우수관 모두 충주천 수위와 비슷한 높이로 설치돼 하천물이 우수관을 통해 오수관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 충주댐관리단이 농번기인 4~9월 충주천에 물을 공급하면 수위가 높아져 하천물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었다.

이곳 시공사와 감독을 맡은 환경관리공단, 충주시는 우수관을 잘못 설치했다고 시인했다. 따라서 별도 예산을 투입해 우수관과 우수토실 유량 조절기를 현재보다 40㎝ 높이기로 했다. 또 월류벽을 추가로 설치해 충주천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할 계획을 세웠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부실공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며 “시민사회단체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충주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지난 1992년 복개돼 주차장으로 사용 중인 현대교~성남교 594m 구간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해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이곳에는 차도교, 보도교, 대체 주차장. 산책로, 리듬벽천, 수변공원 등이 들어섰다. 당초 지난해 12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수차례 미뤄져 올해 5월 준공 승인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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