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지 놓고 한쪽에선 ‘소각장’ 다른 한쪽에선 ‘산업단지’ 추진
민관 합의 사례라던 협약…남일현 의원 “폐기물업체에 특혜” 의혹

2012년 본보가 연속 보도를 통해 불법 매립 의혹을 제기했던 오창산업단지 내 폐기물매립지 운영업체 ES청원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청주시가 민간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진행하고 있는 오창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 조성사업지와 ES청원의 이전 사업지(소각장‧매립장)가 중첩되면서 두 사업 모두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업유치를 위해 하루 빨리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하는데 폐기물업체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ES청원을 몰염치한 기업으로 몰아 부치는 반면, ES청원 측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 내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란의 근원지 ‘업무협약’

 

논란의 핵심은 오창테크노폴리스 사업지역 지정이 먼저 됐는데 뒤늦게 들어온 ES청원이 일명 ‘알박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ES청원이 사업장 이전지로 정해놓은 토지를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가 모르고, 같은 지역을 사업지역으로 정했는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한다.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는 2011년부터 토지작업 및 입지 타당성을 검토했고, 2013년 11월에 충북도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근거로 먼저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ES청원 측은 “산업단지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면 그 부지를 매입하지 않았다”며 “청주청원테크노폴리스가 구체적인 추진을 시작할 때는 이미 소각장 사업부지 일부에 대한 매입을 끝낸 뒤였다”고 적극 부인했다. ES청원 관계자는 또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토지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 측에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 사진설명-2015년 3월, 오창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채결했다는 업무협약이 1년여가 지난 지금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보다 ES청원이 이 곳(후기리)으로 오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느냐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S청원은 오창산업단지 내에서 폐기물매립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다. 2006년 청원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도심 속 폐기물매립장을 시작한 ES청원은 2015년 청주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민원이 끊이지 않는 악성민원사업장이었다. 악취 발생‧허가상의 문제‧ 불법 매립 등 의혹이 제기됐고, 인근지역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도내 최초로 주부들 중심인 ‘오창환경지킴이’라는 환경단체를 출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통합 청주시는 이 같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 3월 26일 ‘오창지역 환경개선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서를 교환했다. 협약서의 내용은 한마디로 현 사업장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업행위 일체를 포기하면,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해주고 기존 부지도 매입해주겠다는 것이다.

당시 청주시는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사례”라고 자평했다. 9년간 지속됐던 민원이 업무 협약 이후로 사라졌으니 이러한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여기에다 ES청원이 추진하고 있던 폐기물소각장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도 한몫했다. 당시 청원군은 수질오염총량제를 근거로 배출부하량 할당을 거부해 소각장 신청을 막았지만 통합 이후까지 이어진 소송에서 ES청원이 최종 승소하며 사업이 재개됐다.

 

소각장 1위 청주시, 또 짓나?

내몰리는 상황에 처하기는 했지만 당시 청주시가 ES청원에 제시한 조건은 특혜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행감에서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청주시에 재 감사를 요청한 남일현 청주시의원은 “법적이 요건은 갖췄지만 반발이 워낙 거센 지역이라 사업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청주시가 민원이 없는 지역을 골라서 사업을 하라고 했으니 업체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거기에다 팔기도 어려운 땅을 제값 이상 쳐주겠다고 했으니 ES청원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산업단지와 부지 중첩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되자 ES청원이 협약을 파기하고 현 부지에서 소각장을 신청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결정권이 있는 ES청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많이 시달렸다. 그 과정을 또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이 곳에서 소각장을 추진할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남 의원의 분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말이다.

업무처리과정에서 부서 간 조율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 ES청원이 이전부지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산단 추진부서와 협의없이 사업계획 적합 통보를 했다.

여기에서도 ES청원은 이익을 챙겼다. 청주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후기리 이전사업지에 매립장과 소각장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매립 계획량은 140만㎥(루베)다. 청주시가 행정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니 금강청 등 관계기관만 허가하면 ES청원은 140만㎥의 폐기물을 새롭게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오창산단 내 매립장은 허가량의 상당부분을 매립했고, 최대 수십만㎥ 정도의 처리용량을 남겨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40만㎥의 폐기물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장소를 옮겼다고는 하지만 오창 내 소각장이 또 필요하냐는 것이다. 청주시는 미세먼지 등 최악의 대기오염상태에 있고, 소각장이 주범 중 하나다. 청주지역은 이미 전국 소각량의 12%를 처리하고 있고, 소각장 수도 전국에서 1위다(환경부 제공). 한 관계자는 “2012년 오창환경지킴이 등이 문제를 제기할 때 불법 매립과 불법 설계변경 등의 행위가 드러났지만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당시 제대로 처벌했다면 지금까지 영업행위를 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2년 본보가 확인 결과 허가량 이상을 처리한 정황이 포착됐었다. 폐기물 처리과정을 관리하는 올바로시스템을 통해 초과 반입량을 유추할 수 있었고, 매립고가 설계보다 깊게 만들어진 점도 확인했다. 이는 이후 금강유역환경청과 청원군의 합동 조사에서도 밝혀졌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무리한 부지 매입 시도, 업무협약서 때문?

100억원에 구입 시도 불발되자 44억원으로 낮춰 재시도

지난달 13일 행감에서 지적된 ES청원 소각장 부지 매입 시도. 청주시는 지난해 11월 해당 부지를 매입해 북부소방서를 짓겠다며 ‘2016년도 수시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에 넣어 시의회에 제출했다. 행정문화위원회는 매입비용이 과하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충북도도 접근성이 좋지 않다며 소방서 부지로 부적합 의견을 내놓았다.

남일현 의원은 “공시지가가 3.3㎡당 (최저)7만원 밖에 하지 않던 땅이다. 그런데 3.3㎡ 128만원을 책정해 산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의회의 불승인에도 청주시는 4개월 뒤인 지난 3월 또다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사업내용과 부지면적 등 달라진 게 없는데 매입가격은 43억 90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의문이 생긴다. 반 의원은 “충북도에서도 접근성을 문제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도 없이 매입가격만 낮춰 4개월만에 다시 북부소방서 매입부지로 매입하겠다고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시의회는 재 감사를 요구한 상태다. 감사 결과는 9월 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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