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쪽진 머리에 은비녀 꼽은 긴 머리를 참빗으로 쓸어내리던 필자의 할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짧은 뽀글뽀글 파마머리로 스타일이 변한 시점은 아마도 80년대 후반쯤 인걸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동네 모든 할머니들의 헤어스타일은 모두 동일했고 지금도 변함없다.

이런 궁금증에 ‘같지만 다른 할머니 파마’의 취재가 시작됐다.

무더운 6월의 월요일 오전, 청주 육거리 시장 내 가든미용실은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자리가 없으면 순서를 지정하고 장을 보러 간다든지 미용실 마루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모두들 파마와 염색을 함께 하러온 손님들이다. 소문으로 듣던 데로다. 그중에는 중년의 남성도 보인다. 여쭤보니 커트를 하려고 왔고 파마를 하러온 아내 손에 이끌려왔다 한다. 그만큼 검증된 미용실임이 분명해 보였다.

미용실에 벌써 네 번째 온 찾아 왔기에 주인은 별다른 내색 없이 “오늘은 손님이 많네” 라며 필자의 카메라를 거부감 없이 반겼다. 한번은 감자 캐는 날이라 또 한 번은 마늘 캐는 날이라 등등 갈 때 마다 그 소문난 미용실은 텅 비어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이 오기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미용실은 순식간 칼국수 집으로 변한다. 멸치국물육수에 양념간장과 잘게 자른 묵은 김치를 넣어 먹은 칼국수는 손님 중 ‘내수 할머니’가 끓인 것인데 제일 마지막 손님이 국수를 삶는다.

사실 고단한 농사일에 할머니들의 표정은 맑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도 똑같은 파마스타일에 한마디 던졌다. “혹시 세분 쌍둥이세요?” 모두들 파안대소였다. 긴 머리 관리가 귀찮아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남들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선택한 당연한 권리였고 궁금증은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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