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물 없는 모래밭에서 생존?…칡넝쿨과 잡풀만 무성
농어촌공사, 2014년 백곡저수지 상류에 조성…관리부실‘도마’

▲ 2014년 한국농어촌공사가 13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백곡저수지 상류 미호종개 대체서식지(사진 오른쪽). 농어촌 공사는 백곡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으로 기존 서식지(사진 왼쪽)가 파괴될 것에 대비해 대체서식지를 조성했다.
▲ 과연 물고기가 물 없이 살수 있을까? 잡초 밭으로 변한 대체서식지
▲ 하류에서 바라본 대체서식지 모습. 물 한모금 없이 흙먼지만 날린다.

물고기가 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한국농어촌 공사에 질문을 해야될 상황이 연출됐다. 멸종위기 1급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제454호 미호종개. 한국농어촌공사가 미호종개를 보존하기 위해 조성한 대체서식지에 물 한모금 없이 풀만 자라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청주시 오창읍 지역 미호천에서 발견돼 ‘미호종개’로 이름이 붙여졌으며 금강 수계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모래 준설 등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미호천 본류에서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2007년 미호종개 복원 연구를 펼치는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에 의해 미호천 상류인 백곡천 일대에 1만여 개체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방 교수팀의 발견으로 백곡저수지 상류의 백곡천은 미호종개의 마지막 서식지로 유명세를 탔고 각종 보전대책이 마련됐다. 금강유역환경청은 미호종개 서식지인 진천군 백곡면 상송교 부근에 “미호종개의 포획 뿐 아니라서식지가 파괴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시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입간판을 세웠다. 문화재청과 충북도, 진천군은 백곡천 일대에 대한 개발을 제한했다.

 

비극의 씨앗, 둑 높이기 사업

2010년 7월 한국농어촌공사는 “하천생태계 보전을 위해 사용할 환경용수를 마련한다”며 ‘백지구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이 계획에 따르면 백곡저수지의 제방 둑은 2m 높아지게 된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미호종개 서식지가 파괴된다”며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둑을 높일 경우 “수심이 깊어지고 진흙 등 퇴적물이 증가해 서식여건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사업백지화를 요구했다. 환경부도 한국농어촌공사가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가 “미호종개에 대한 보전방안이 구체성이 결여되는 등 미흡한 점이 있어 세부적인 보전방안으로 보완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환경부의 재검토 요청이 있은 뒤 충북도는 수정안을 제시한다. 2010년 충북도는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에 대한 충북도의 입장’을 발표한다. 충북도는 입장문에서 “둑 높이를 2m에서 1.3m로 낮추고 전문가가 인정하는 수준의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또 “공사가 끝난 후에도 5년간 공사 전 수위로 유지하고 그 다음 5년 동안은 매년 30cm만 수위를 높이면서 미호종개의 서식상태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미호종개의 서식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10년간 실시하고 환경단체로 하여금 감시원을 배치하도록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충북도의 제안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될수 없다”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충북도와 한국농어촌공사가 환경단체를 제외한 채 사업을 진행한다.

 

모래는 어디가고 칡넝쿨만?

한국농어촌공사가 공사를 시작하면서 미호종개보전사업도 대폭 축소됐다. 한국농어촌공사의 기본계획에는 미호종개 보전대책에 총 49억1600만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었다. 하지만 최종 시행과정에서 1/3수준으로 격감됐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미호종개 대체 서식지 사업에는 총 13억2000여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체서식지 공사비 3억2000여만원, 수실정화습지 조성 3억여원, 물안뜰 비점오염원 해소 6억원 등이 투입됐다. 이렇게 해서 미호종개 대체서식지는 2014년 완공됐다.

완공된 대체서식지는 상송교 옆 운동장 부지를 변경해 새로운 물길을 개설하고 이곳에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인 모래사장이 조성됐다. 또 하천이 흐르는 동안 계속해 모래를 공급하기 위해 커다란 모래톱이 조성됐다. 미호종개 대체서식지 조성사업은 처음 계획보다 축소됐지만 13억여원이 지출된 큰 사업이었다.

하지만 대체서식지 사업은 한 눈에 봐도 설치이후 관리가 부실한 것이 여실히 확인됐다. 미호종개를 이곳으로 유인해 새로운 서식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었지만 확인결과 대체서식지에는 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칡넝쿨과 잡풀이 무성하고 바닥에는 흙먼지가 날렸다. 기존 하천에서 새로이 개설된 물길은 가로막혀 흐르지 못했고 갇혀버린 약간의 물은 썩어가고 있었다. 상송교 윗 부근에 우수와 가정오폐수 유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습지는 검게 썩어 악취만 풍겼다.

한국농어촌 공사 관계자도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진천지사 관계자는 “물이 흐르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며 “조만간 정비작업을 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밝힌 미호종개 보전방안도 전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경석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서식지 생태 모니터링 등 참여하는 사업은 일절 없다”고 밝혔다. “저수지 수위를 완공후 5년동 안 유지하고 이후 5년동안 매년 30cm만 높인다”는 도의 입장에 대해서도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다”고 말했다.

충북을 대표하는 어종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는 멸종위기 1급 미호종개. 13억여원이라는 큰 돈을 쓰고도 엉터리로 관리되는 현실속에 살아남을지 의문만 더해간다.

 

천연기념물 454호 미호종개는 충북의 대표어종

 

▲ 천연기념물 제454호 미호종개

미호종개는 옛 청원군 오창면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자취를 감춰 지금은 멸종위기종이면서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됐다. 미호종개가 신종으로 발표된 지난 1984년에는 서식 개체수가 풍부했으나 모래 채취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수질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미호종개는 유속이 완만한 수심 1m미만의 얕은 여울에 서식하며 산란기는 5~6월경으로 추정된다. 몸 길이는 약 60~80mm로 몸의 중앙은 굵지만 앞과 뒤는 가늘고 주둥이는 뾰족하게 돌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꾸라지과인 미호종개는 충북의 대표 어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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