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6월 24일자 표지이야기를 통해 청주지역 내 지역주택조합을 소개했다. 우리는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선택한 조합은 안 그렇겠지’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종종 내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머피의 법칙’ 이랄까.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불안함은 여지없이 현실이 된다. 그러고는 ‘왜 이리 재수가 없지’하고 애먼 하늘을 탓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현실은 다르다. 이미 그 같은 결과는 예정돼 있었고-사실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낮다-애써 외면하며 그러지 않길 바란 것뿐이다. 어쩌다 불행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불행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보도 이후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사에 나오는 조합이 어디냐는 질문부터 어떻게 해야 안전한 조합을 고를 수 있느냐는 질문까지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질문도 다양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알고 있는 선에서 답했다. 여기까지는 지인들의 전화다.

지인들의 전화만큼이나 일면식도 없는 독자들에게 전화가 왔다. “기자님이 쓰신 그 지역주택조합이 제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곳 같아요. ○○맞나요?”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을 기다리는 독자에게 나는 여지없이 ‘맞아요’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50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독자는 “저 뿐만 아니라 딸도 조합원”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주택조합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자발적으로 조합원이 된 사람치고 작은 사연 하나 없으랴. 결혼한 지 10년 만에 처음 집을 마련하겠다고 조합에 뛰어든 사람, 사업실패로 있던 집을 날리고 다시 시작하려고 조합원이 된 사람도 있다. 안타깝게도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해 낭패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와 같은 서민들이다.

내게 전화한 독자들이 듣고 싶은 말은 동일하다. ‘선생님이 가입한 조합은 문제의 조합이 아닙니다’라는 말이거나 만약 그렇다면 해결책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명쾌한 답변이 나오지 못한다. 조합원이 되는 순간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합원이 되는 과정에서 업무대행사가 계약을 무효화될만한 절차상 잘못을 저질렀다면 엎지른 물을 주어 담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조합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분명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방법들이 사용될 뿐이다. 일반 분양아파트보다 수천만원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합하는 조합도 있다. 지금은 입주해 소파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고 외면하고 싶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지난 10년간(2006. 1~2015. 6) 166개 조합이 설립됐고, 그 중 입주까지 마무리한 조합은 34개 뿐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예비조합이 조합설립인가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갔다. 그게 현실이다. 더 많이 알아보고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선택하길 다시 한 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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