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무학소주, 수도권 공략위해 충주 공장 추진
청주 현도 하이트진로·초정 롯데주류도 물량 확대

경남의 대표적인 주류기업인 ㈜무학이 충주시 기업도시에 둥지를 튼다. 충주시는 지난 14일 무학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무학은 2020년까지 서충주신도시 내 충주메가폴리스산업단지 8만5740㎡의 터에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무학의 충주메가폴리스산단 입주는 수도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충북에는 시장 점유율 1위인 하이트 진로, 2위인 롯데주류에 이어 3위인 무학까지 3개 사의 생산공장이 들어서게 됐다. 진로소주는 청주시 현도공단에 롯데주류는 청주시 초정리에 자리잡고 있다. 국토의 중심에서 소주 생산의 중심으로 떠오른 충북, 소주 시장과 현황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1929년 설립된 무학은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90년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2016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소주 부문 ‘좋은데이’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선정됐다. 이에따라 전국 유통망을 가진 진로, 롯데에 이어 시장 점유율 3위로 뛰어올랐다. ‘좋은데이’의 기세를 수도권으로 밀고가기 위해 충주에 새로운 병입 공장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무학이 분양받은 충주메가폴리스 부지는 총 8만5740㎡(2만5982평)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다음으로 넓다. 충주공장은 2018년부터 가동예정이며 무학은 창원1공장 연 2억4000만병, 창원2공장 3억8400만병, 울산공장 1억2000만병과 함께 연간 약 10만병 이상의 소주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무학이 충주에 공장을 짓는 배경에는 각종 세제혜택과 보조금지원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 때문이다. 무학은 충주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및 물류기지로서의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무학은 대전지방국세청으로부터 충주메가폴리스에 신규공장 설립에 대한 조건부 용기 주입면허를 허가 받았다. 다른 공장에서 소주를 제조해 충주공장에서 병입작업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제조공장 면허 취득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학의 서울 시장 진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학의 과일맛 저도소주인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출시 직후 반짝 인기에 그쳤다. 수도권에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유사상품을 신제품으로 내놓으면서 무학의 차별화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마트와 협업해 출시한 ‘엔조이 소주’가 사실상 이마트 PB제품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다른 유통채널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것. 따라서 서울 수도권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충주시에 건립하기로 한 소주병입 공장이 재무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

2위 자리를 수성하려는 롯데주류도 본격적인 물량 공세에 들어갔다. 청주 초정리에 약 900억원을 투자해 제2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2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준공된 청주공장은 분당 소주 1000병·연 1000만상자를 생산할 수 있다. 롯데주류의 청주공장 역시 서울 및 수도권, 영·호남 지역 시장 공략을 위해 5년전 충북소주를 인수했다. 롯데주류는 증설된 물량을 바탕으로 현재 17~19% 수준인 소주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국 소주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업체는 참이슬 제조업체인 하이트진로다. 가장 많은 인력과 넓은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하이트진로가 소주시장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재 수도권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장악하고 있어 지방 소주업체들이 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일하게 무학이 서울시장 진입을 위해 물량 증가과 영업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류시장은 도매상들이 유통망을 쥐고 있는데 이들과 기존 업체의 관계가 단단해서 신규 업체들이 뚫고 들어가기는 어렵다. 특히 지방 소주업체의 경우 거래처가 확보되더라도 물량 공급이 빠르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도매업자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안정적인 생산라인을 갖춘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소주 브랜드를 살펴보면 참이슬(서울), O2린(충남), 처음처럼(강원), 시원(충북), 참소주(대구,경북), 한라산(제주),잎새주(광주,전남), 하이트(전북), 화이트(울산, 경남), C1(부산) 등이다. 하이트진로 참이슬은 50~60%의 시장을 차지하는 명실공히 국내 1위 소주 브랜드다. 한달에 1억 3천만 병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 처음처럼의 경우 2011년께 점유율이 20%를 넘었던 적도 있었다. 일명 알칼리 환원수라는 이슈를 타고 이효리 등을 내세운 ‘흔들어요' 춤이 주효했다. 3위의 좋은데이 무학소주 이외에 대구 금복주의 참소주, 광주 보해의 잎새주, 부산 대선주조의 C1 소주 등이 있다. 제주도 한라산은 1%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부산 소주시장을 장악했던 대선주조가 경남의 무학소주에게 밀려 2위가 됐다는 점이다. 향토소주 판매전략으로 읍소하고 있지만 실지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충북은 소주 빅3 업체가 생산기지를 갖추게 되면 사실상 자도주 홍보전략은 사라질 전망이다. 롯데주류도 충북소주의 브랜드인 ‘시원소주'를 어느 시점이 되면 ‘처음처럼'으로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의 중심으로 물류이동이 원활하다보니 맥주를 비롯한 소주까지 주류업체의 집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소주의 맛에 얽힌 진실게임
같은 주정·정제수 사용…맛 차이는 첨가물

소주는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주정에 물을 섞어 95%에 달하는 주정의 알코올 도수를 낮춘 소위 희석식 술이다.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소주는 대한주정판매회사라는 주정 총판에서 공급한 주정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모든 소주업체가 같은 주정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에 10개 주정 제조업체가 만든 주정이 대한주정판매회사 주정탱크에 들어갔다가 각 소주업체로 공급되기 때문에 사실상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주 광고에서 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소주업체는 없다.

그렇다면 소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물은 어떨까. 2000년대 중반 소주시장에서는 물 전쟁이 벌어졌다. 지리산 천연암반수(지하수)를 원료로 사용한 무학의 저도 소주 등장으로 시작된 이 물 전쟁은 그동안 수돗물을 정제해 원료로 사용하던 국내 소주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기도 했다. 암반수 소주 돌풍은 대선주조는 물론 전국구 소주업체까지 앞다퉈 암반수 개발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청주 시원소주도 초정리 암반수를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류 전문가들은 암반수든 수돗물이든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모든 소주업체는 비슷한 정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암반수든 수돗물이든 다층여과과정을 거쳐 원료용 물에서 부유물질부터 제거한다. 그리고 활성탄 여과로 이취, 이미를 제거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밀여과과정으로 미세물질을 제거하고 역삼투여과로 또 한 번 미세물질 제거작업을 한 번 더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물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정제수가 탄생한다. 이 정제수가 소주 원료로 사용된다. 이들은 ‘모든 소주업체가 정제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차이를 느끼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주정도 아니고 물도 아니라면 소주의 맛은 결국 첨가물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알코올 도수가 옛날처럼 25% 정도만 돼도 첨가물의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강한 알코올 향이 소주 본래의 맛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든 소주에 부드러운 목 넘김을 도와줄 첨가물이 들어간다.

특히 누구든지 부담없이 즐기는 지금의 저도 소주에는 더 특별한 첨가물이 들어간다고 한다. 저도 소주에 들어간 첨가물의 기능은 부드러운 맛을 내는 기능과 함께 물 냄새를 잡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어떤 첨가물은 비만과 당뇨를 유발한다는 설도 있다. 과연 어떤 첨가물을 사용하는지 소비자들이 확인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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