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막아 수량확보?…“모래톱 저장기능이 더 우수”
개발제안 잇달아…“15m 준설해 댐 만들자” 주장도

▲ 미호천 청주권역중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신대동 모래톱과 백사장. 사진/육성준 기자
▲ 백사장이 살아 있어 걷기에 딱 좋다. 신대동에 위치한 미호천 백사장. 사진/육성준 기자
▲ 작천보가 물을 가둔 이후 미호천의 백사장은 자취를 감췄다. 작천보에서 상류 여천보까지 거대한 호수처럼 물을 담고 있다. (항공촬영 최성훈)

미호천에 대한 대규모 개발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대규모 준설을 통해 배를 띄우자는 제안부터 수상레저타운 건설까지 여러 개발제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제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더 많다. 보를 건설해 수량을 막고 준설을 통해 유역을 넓힌 4대강 사업을 통해 결과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모래강이 가지고 있는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2013년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시민운동단체인 ‘미호천개발추진위원회’(대표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가 생겼다. 이 단체는 “하폭과 유량을 기준으로 보면 4대강 다음을 차지하는 제5위의 하천”이라며 “미호천을 미호강을 바꾸자”고 했다.

지난 4월 5일, 충북도는 ‘1차 미호강 개발프로젝트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정용승 소장은 ‘서청주 미호강과 청주과학벨트 개발에 관한연구’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준설을 제안했다. 그는 이날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이름을 바꾸고 배가 다닐수 있도록 강바닥을 15m이상 준설하고 4개의 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오창호‧옥산호‧강내호 만들자”

정 교수는 본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토사가 쌓인) 석기 시대적 강을 다스리려면 반드시 준설되어야 한다. 강폭이 대략 500 m에서 1000 m가 넘는 강 바닥을 깊이 15 m 이상 준설하여, 그 토사와 모래를 건축 자재로 쓰며 미호강의 기적을 창조 하자”고 했다. 이어 “미호강의 준설과 함께, 저수용 둑을 쌓고 갑문을 만들어 수위를 조절해야 하며, 미호1호, 미호2호, 미호3호, 미호4호 (또는 오창호, 옥산호, 오송호, 강내호)를 만들어 농업용/공업용 물을 저수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정 소장은 “이는 예상되는 기후변화와 가뭄, 폭우 등 이변적인 기상현상의 발생을 미리 준비하는 대책의 하나가 된다”고 밝혔다. 정 소장의 제안은 보를 통해 물길을 막았던 4대강 수준이 아니라 댐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충북도는 1차 설명회에 이어 4월 26일 2차 설명회를 열었다. 충북연구원 이경기 박사는 ‘신수도권 블루네트워크 구축전략’이란 제목으로 미호천 개발방안을 제시했다.

청주시의 발걸음도 예사롭지 않다. 시는 지난 6월 1일 ‘미호천‧무심천 친수공간 조성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착수보고회’를 열었다. 당시 청주시는 복합 수상레저 시설 조성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미호천 친수공간에 RC 자동차 연습장, 모터보트와 카누 체험장, 천변 야영장 건립이 추진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변재일 국회의원이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를 포함해 검토한다는 것이지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변재일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항공‧수상‧레저 복합공원 조성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따르면 미호천 까치내 일대에 48만㎡ 둔치에 피크닉장, 운동장, 역사마당, 야외무대 등을 건설한다.

 

“모래강은 배 띄우는 강 아냐”

모래강 연구 분야에서 1인자로 평가받는 오경섭 교원대학교 명예교수. 그는 제안된 미호강 개발에 대해 강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의 하천관리나 치수는 한국하천의 천혜의 장점인 모래강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수행되어 왔다”며 “4대강 사업에서 보듯 댐이나 보를 막고 하천 경관을 심하게 변형시키는 방법이 하천관리 및 치수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개발 대신 모래강이 가지고 있는 기능적 장점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가 말하는 모래강의 기능적 장점은 네 가지로 배수기능, 물저장기능, 정수기능, 생태적 기능 등을 가장 우수하게 수행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모래강에 배를 띄우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모래강은 하곡 폭이 넓다. 모래강은 넓은 곳으로 물도 빠져나가고 수질도 정화된다. 미호천 모래층은 5m에서 10m 정도로 모래층 사이에 있는 다공층에 엄청난 물이 저장된다. 약 40~60% 정도로 수위가 30cm가 안돼도 아래에는 수심 4~6m의 물이 저장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래강은 엄청난 물을 저장하는 저장고로 굳이 수량 확보를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보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약간의 관정만 파도 물이 펑펑 나와 농업용수를 공급할수 있는 거대한 물탱크”라고 밝혔다.

 

홍수 조절 역할도 수행

오 교수는 모래가 홍수 조절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모래는 유량 변동에 민감하고 빨리 이동해 퇴적된다. 모래톱이 발달한 하곡에서는 강물이 불 때 하상의 모래가 이동해 통수 단면이 넓어지고, 수위가 낮아지면 하상에 다시 모래가 퇴적돼 통수 단면이 좁아진다. 이로 인해 홍수 때는 강물이 빨리 빠져나가고, 갈수기에는 유출에 의한 수분 손실이 적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모래강을 사람 콩팥에 비유했다. 오 교수는 “모래톱은 하천 환경의 ‘콩팥’이다”며 “다공질 모래층은 이를 통과하는 물의 혼탁물을 걸러주면서 수질 정화 기능을 수행한다. 청주 오염물질이 다량으로 들어와도 미호천은 모래톱 덕분에 무심천과 같은 지천의 물머리 일대에서 조차도 맑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기본적으로 구불구불 흐르려는 강을 인간이 아무리 직선으로 가라고 물길을 잡아도 잡히지 않는다. 직강화를 위해 제방을 쌓는 것도 어리석은데 보를 막아 모래강을 없애는 것은 미호천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래톱은 생명의 강을 유지하고 인근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 모래톱의 공극은 대기와 소통할 수 있는데다 모래톱이 여울을 이루는 곳에서는 많은 산소가 수중에 공급된다. 이로 인해 수중 모래톱에는 미생물이 살 수 있고 어패류가 서식·산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호천 유역을 개발해 친수공간을 만들자는 주장에서부터 댐 건설 제안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모래강의 원형을 보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대비되고 있다. 작천보로 물길이 막히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미호천의 모래톱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미호천

충북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472m:망이산, 매산)에 있는 망이산성에서 발원하여 충북 진천군·청주시 및 충남 연기군을 거쳐 남서류하면서 백곡천·보강천·무심천·천수천·조천 등 지류를 합치고 부강 서쪽에서 금강에 합류한다. (이상 두산백과)

인터넷 ‘다음백과사전’은 미호천은 “길이 89.2㎞. 유역면적 1,860.9㎢. 부용산에서 발원하여 진천군·청원군 및 세종특별자치시를 거쳐 남서류하면서 모두 지방하천이나 소하천인 백곡천·보광천·무심천·천수천·조천 등 지류를 합치고 부강(芙江) 서쪽에서 금강에 합류한다.

발원지가 부용산, 마이산으로 다르게 표현된다. 이에 대해 송태호 청주삼백리대표는 “탐사 결과 망이산이 맞다. 부용산은 남한강수계로 흐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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