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충북 유력” 언론보도에 사드음성대책위 결성 반대
5~6개 후보지 정치권 ‘폭탄 돌리기’식 입지 결정 우려

▲ 사드배치반대 음성군대책위의 20일 기자회견 모습.

지난 20일 음성군청 앞에서 ‘사드배치반대 음성군대책위원회’(이하 사드대책위)가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드대책위에는 음성군의회 의원, 음성군이장협의회 회원, 시민단체 대표 등 60여명이 참여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사드 배치 후보지로 음성 유력설이 나돌면서 즉각적으로 민간조직이 꾸려진 것이다. 사드대책위는 회견에서 “국방부가 2013년도에 사드는 한반도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면서 “미 의회 보고서도 한국에선 미사일 방어가 효용성이 낮다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후보지로 음성을 지목한 보도는 ‘동아일보’에 실렸다. 15일자 신문에 사드 배치 후보지로 “평택-충북지역 유력”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미 공동실무단이 휴전선 인근과 경남 지역에는 배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 이에따라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2개 지역으로 후보지를 압축했는데 “군 안팎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인근과 충북지역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위치는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육군 미사일사령부가 있는 충북 모 지역 인근에 사드가 배치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평택 미군기지, 계룡대까지 방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본보 취재 결과 7년전 음성군 생극면에 육군 유도탄사령부가 주둔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동아일보’ 기사를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로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본보는 15일 오후 인터넷 ‘충북인뉴스’를 통해 도내에서 처음으로 인용 보도했다.

본보가 만난 익명의 군 전문가는 “음성 사령부는 지휘본부라서 미사일 장비가 설치된 곳이 아니다. 따라서 사드 체계라는 대규모 장비를 설치하기엔 부지가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공군이 사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충주 공군기지나 진천에 위치한 공군 대공미사일 기지도 후보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충주는 군사비행장이고 배후 면적도 넓어서 다른 곳보다 배치조건이 뛰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 미군의 이동식 사드와 발사 모습.

대구, 원주 등 시민반대운동 직면

16일 도내 신문방송의 사드 배치 음성 유력설이 보도됐고 민중연합당 충북도당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가 사드 배치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이에 국방위 소속인 지역구 경대수 의원측은 “국방부 확인결과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음성이 후보지가 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충북 출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충북이 적합한 조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언론을 통해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려면 전방 5㎞ 정도의 평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럴 경우 주변지역을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권익 피해가 불보듯 뻔 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실전배치 논리는 미군기지 방어용이라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충북은 적합한 후보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군전문가들은 서해안은 중국과 러시아 대응용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고 사드가 한국 방어용이라는 논리를 위해 국토 중앙부에 있는 음성의 산악지역을 택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김종대 의원은 대전MBC 인터뷰에서 “측면에서 때리는 것보다 마주 보고 때려야 명중률이 높아질 것 아닌가? 또 외진 곳에 있으니깐 주민 반발을 무마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다. 기존에 거론되던 후보지는 다 대도시고 힘센 정치인들이 다 차단하려고 하니까 폭탄 돌리기 측면이 존재하고 그러다 보면 종착역이 어디겠느냐?”며 정치논리에 휩싸일 경우 음성이 후보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지금까지 사트 배치 후보지로 알려진 도시는 부산 기장, 대구, 전북 군산, 강원 원주, 경기 평택 등이다. 북한의 미사일 타격 범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고, 미군 기지 보호라는 측면이 고려된 지역이다. 하지만 사드 특성상 반경 3km 이상을 비워야 하는데, 이들 지역은 도심이거나 인접지역이라서 주민반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지난 2월 사드 배치 부지선정 문제와 관련 배치 지역을 먼저 결정한 뒤 해당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원주시 등 사드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서 집단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고조되던 시점이었다. 이에대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아직 배치지역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되면 주민들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지역을 한미 공동실무단이 먼저 결정하고 난 다음 해당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뜻이다.

미군 2014년 5개 지역 자체 조사

우리 정부와 미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공식 협의하겠다는 발표 이전부터 논란은 계속돼 왔다. 올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부는 공공연하게 사드 배치를 거론했고 주한미군이 한국에 1개 포대를 배치할 예정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로 구성되고 1기당 8발의 미사일이 장착돼 총 48발을 발사할 수 있다. 사드 1개 포대 구매비용은 2조~3조원으로 알려져있다. 장비유지 보수 등 운용 비용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드 운용을 위해서는 상대국 미사일 탄도추적을 위한 엑스밴드 레이더를 설치해야 한다. 감지범위가 1800km에 달해 중국 베이징도 포함될 수 있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한국에는 감지범위 1000km(지상 이동형)인 AN/TPY-2 레이더를 설치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충남 이남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엑스밴드 레이더는 강한 전자파가 발생하고 발전기에서 나오는 저주파 소음도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레이더 성능 확보를 위해 전면에 5.5KM에 달하는 탁 트인 개활지가 필요하다는 것. 주변 6KM에는 비행금지구역도 설정돼야 한다. 이만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토지수용, 이주 등 상당한 주민 피해가 예상된다.

2009년 패트리어트 미사일 청주비행장 이전 막아내
2010년 특전사 강하훈련장 음성군 원남면 조성계획도 사전 차단

충북도는 지난 2009년 국방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가 청주공군기지로 배치되려는 것을 사전차단한 바 있다. 당시 정우택 지사,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 이욱 국장 등이 김태영 국방부장관을 면담해 항공기정비센터(MRO) 조성사업 추진계획을 내세워 미사일 부대 배치를 거부했다. 결국 국방부는 다른 군비행장으로 배치키로 약속했고 충북도는 미사일 부대이전을 막아냈다. 당시 청주 출신 이상훈 전 장관이 이들의 만남을 주선했고 청주공군비행장 이전요구 등 지역의 민원을 역제시하면서 국방부의 양보를 이끌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에선 6년전 낙하산 훈련장 조성 계획을 백지화시킨 사례도 있다. 육군이 2010년 음성지역에 특전사 강하훈련장을 조성하려다 주민 반발로 포기한 것. 당시 원남면 일대 50만㎡에 강하훈련장을 조성하는 사업 계획이 수립됐으나 지역 주민들이 ‘낙하산훈련부대반대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집단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두 사례 모두 사업착수 전 계획수립 단계에서 반대운동을 펼쳐 성과를 거뒀다. 따라서 사드 배치 반대 운동도 후보지 검토 단계부터 여론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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