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여성일용직, 작업도중 유독성 물질에 3도 화상
회사에 산재신청 요구하자 “입원비 돌려달라” 갑질

▲ 작업도중 3도 화상을 입은 일용직 여성 노동자 이 모(65) 씨가 회사가 산재신청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 이 씨가 강한 산성물질로 추정되는 유독물질에 노출돼 화상을 입었다.

작업도중 노동자가 유독성 물질에 3도 화상을 입었지만 회사가 산재처리를 외면해 물의를 빚고 있다.

화상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65세의 여성 노동자로 인근 직업소개소에서 일용직으로 채용돼 일을 하다 변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유독성 물질에 대한 안전교육은커녕 안전장구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산재처리를 요구하는 피해 여성노동자에게 회사 관리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요”등 인격을 조롱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회사는 피해여성노동자가 산재처리를 요구하자 병원에 지급했던 입원비까지 돌려달라고 요구해 ‘갑질’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음성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 이 모(65)씨. 지난 해 음성지역으로 이주해온 그는 홀로 생활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일명 ‘나홀로’ 족이다. 60대 중반이지만 아직 노령연금 수급 대상이 되지 않는 그는 일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다. 나이 때문에 취업이 어려운 그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창구는 직업소개소. 그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용직 노동자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다.

당연히 직업소개소를 통해 나오는 일자리는 깨끗하고 편안한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하루하루라도 일을 해 돈을 번다는 즐거움이었다.

지난 4월 9일 이 씨는 음성의 H 직업소개소를 통해 음성군 원남산업단지에 소재한 신안포장산업(주)에 일하기 시작했다. 직업소개소에서는 기계를 청소하는 일을 하며 열흘 정도 일을 한다고 알려줬다.

이 씨가 신한포장산업에서 지시 받은 일은 들었던 대로 기계를 세척하는 작업이었다. 회사는 세척액과 보통의 작업복, 면장갑과 고무장갑, 그리고 마스크를 지급했다. 하지만 세척액의 성분이 무엇인지, 위험성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4월 12일 이 씨는 기계의 밑에서부터 윗부분까지 구석구석을 닦아야 했다. 기계 밑을 청소할 때 몸을 구부린 채로 작업을 해야 했다. 쪼그리고 앉아서 기계를 청소하는데 관리자가 박스를 깔고 앉아서 해도 된다고 해 그렇게 했다.

그렇게 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뒤 이 씨는 엉덩이 부분에서 따끔따금 하는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지네 같은 곤충에 물렸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자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이 씨는 뒤늦게 통증 부위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엉덩이에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발갛게 달아 올랐고 물집까지 잡혔다.

그제서야 이 씨는 뭔가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작업 주변을 살펴보니 입구가 깨진 세정제 분무기가 넘어져 있었다. 깨진 부분을 통해 세정제가 바닥에 흘러내렸고 그가 앉아 있던 종이 박스도 세정액으로 젖어 있었다.

이 씨는 퇴근 때까지 통증을 참았다. 퇴근 직전 신안포장산업 관리자에게 “화상을 입었다. 구급 약품을 달라”고 했지만 회사 관리자는 “약이 없다.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영수증을 달라”고 말했다.

이 씨가 퇴근 버스 좌석에 앉았는데 통증이 심했다. 그는 직업소개소에 도착해 증상과 통증을 호소했다. 직업소개소에서는 5만원을 주고 병원 진료를 보라고 했다. 이 씨는 바로 동네에 있는 의료기관을 찾았다. 이 병원 의사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이 씨가 화상을 입은 부위에서는 진물이 흐를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사고 다음날 그는 충주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진료를 한 의사는 입원을 권유했지만 이 씨는 입원이 내키지 않았다. 그가 입원을 꺼리게 된 것은 치료비. 그는 자신의 생계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치료비는 부담이 됐다. 기본적인 치료만 받고 집으로 왔다. 다음 날 이 씨의 상처부위 통증은 더 심해졌다.

결국 이 씨는 사고 7일째 되던 4월 19일 충주에 있는 모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이 씨가 입원한지 하루 되던 날 신한포장산업 관계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이 씨는 이 관계자에게 “산재처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회사 관계자가 ‘산재 신청은 안하고 치료비와 치료기간 동안 임금을 회사에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세정액 성분 “우리도 몰라요”

이 씨는 입원 25일째 되던 5월 13일 의사의 처방에 따라 퇴원을 했다. 퇴원 당시 입원비 520만원은 신한포장산업 관계자가 와서 계산했다. 퇴원은 했지만 상처가 완치된 것은 아니었다. 통증 때문에 딱딱한 곳에는 앉을 수가 없었다. 또 계속해서 발생하는 외래 통원 치료비도 만만치 안았다. 이미 한 달 이상 일을 못 했뿐 더러 회사는 일한 3일차 밖에 임금을 주지 않았다.

부담되는 의료비에 상당기간 일을 할수 없게 된 이 씨는 신안포장산업 관계자에게 재차 산재처리를 요청했다. 이 씨가 산재를 신청하겠다고 하자 회사 관계자의 입장이 돌변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래서 퇴원하는 날 의자에 앉아있었습니까? 죄송하지만 정도껏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 씨가 “입원비 지불 한 것 내놓으라고 하셨는데 제가 내놓아야하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내자 “네. 감사합니다. 산재처리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열심히 사세요^^”, “앉아 있기 너무 힘드신 분이 서있기 힘들어서 앉아있었다? 참, 힘드네요”, “왜 사람이 그러세요. 참, 힘드네요”, “감사합니다. 아까 이야기 했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요”라는 문자를 보내 이 씨를 조롱했다.

신안포장산업 측은 현재의 사태에 대해 “이 씨의 일방적인 주장 일 뿐 화상 사고가 회사에서 발생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상을 입었다고 하는데 목격자도 없다. 사고가 난뒤 2주일이 지나서야 연락이 왔다”며 “우리는 사고가 회사에서 일어 났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씨가 휴식시간에 장난을 치다 깨뜨려서 사고가 난 것이다”고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세정제 성분에 대해서도 회사 관계자는 “병원에서 확인해 봐라. 우리도 물건을 사다 쓰는데 어떻게 성분을 아냐”며 “집에서 락스를 사용할 때 성분을 다 일일이 확인하고 쓰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산재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조사해서 밝히면 될 일이다”고 말했다. 입원비를 되돌려 달라는 행위가 비도덕적이라는 지적에 “이중 수급은 안된다는 것을 안내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퇴원하는 날 의자에 앉아있었습니까?”

다친 것도 억울한데 … 조롱 문자 ‘갑질’

“정의를 위해 살고 있습니다. 불의를 못 보는 성격이라.”(회사 관리자).

이○○입니다. 앉아있기가 너무 힘들고 불편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새로 올라온 살이 정상으로 될려면 1년 걸리며 그때 앉아 있기가 편해진다고 합니다. 1년이라는 기간이 저로서는 힘든 기간인데 산재처리로 해주실 것을 다시 요청합니다.”}
(산재 피해자 이 모 씨)

“그래서 퇴원하는 날 의자에 앉아있었습니까? 죄송하지만 정도껏 하세요.”(회사 관리자)

“잘못 보셨어요. 서있기가 힘들어서 옆쪽으로 걸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 먹지 마세요.”(산재 피해자 이 모 씨)

“산재는 산재에서 판단할 일이니 알아서 하세요. 제가 뭐라 할 말이 없네요.”(회사 관리자)

“지금 힘든 상태이니 이렇게 함부로 하는 것 절제해 주세요.”(산재 피해자 이 모 씨)

“함부로...? ”, “절제...?”, “바라는 모든 일 잘 되시길 바랄께요.” (회사 관리자)

“다시 말합니다.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것이 정당합니까? 더 이상 함부로 하지 마세요.”(산재 피해자 이 모 씨)

“여보세요.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요.”(회사 관리자)

“입원비 지불 한 것 내놓으라고 하셨는데 제가 내놓아야하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산재 피해자 이 모 씨)

“네. 감사합니다. 산재처리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열심히 사세요^^”, “앉아있기 너무 힘드신 분이 서있기 힘들어서 앉아있었다? 참, 힘드네요.”(회사 관리자)

“아까 이야기 했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요. 정도가 뭔지. 참, 힘드네요.”(회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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