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무심천에선 올 겨울 내내 왜가리 등 여름 철새가 목격됐다. 하천이 맑아지면서 먹이감이 풍부해지자 아예 남쪽으로 떠나기를 포기한 철새가 텃새화되는 일종의 기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살을 에는 추위속에서 두 다리를 얼음장 틈새의 물속에 담근채 먹이를 기다리며 잔뜩 움츠려 있는 모습이 아주 안쓰럽게까지 보였다. 여름같으면 순백이어야 할 날개깃도 거무튀튀한 색깔이어서 억지겨울을 나는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같다. 똑같은 철새이지만 지난 구정연휴 때 천수만에서 바라본 화려한 군무(群舞)의 가창오리떼와는 너무나 달랐다. 역시 철새는 철새답게 놀아야(?) 아름답다.
철새를 정치에 대입시키는 것은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다. 이념, 정당정치가 성숙하지 못한 현상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포괄적으로 짚어내는 단어도 없다. 그런데 정치판에서도 철새는 철새다워야 자연스럽다. 이당 저당 옮겨 다니면서 억지명분을 붙여 봤자 듣는 이에게 부담감만 준다. 계절따라 움직이는 철새가 따뜻한 양지를 찾아 잠시 머물며 호시절을 구가하다 떠나듯이 정치철새 역시 궁극적으론 자신의 안위(양지)를 추구하는 지향성(志向性)의 범주를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어차피 당을 옮기는 정치인들은 백이면 백 좀더 인기있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따뜻한 정당을 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런 행위를 곱게 봐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 오고 있다는 것은 곧 정치철새들의 기지개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마침 계절적으로도 봄이 아닌가. 지금은 날씨가 서서이 풀리면서 땅속의 벌레들이 꿈틀거린다는 준동(蠢動)의 시기이다. 그야말로 철새들의 본격적인 준동이 예고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도내에선 지난 연말 지역 인사들의 한나라당 입당이라는, 한바탕 철새이동이 있었다. 무심천의 철새처럼 이들도 계절감각을 잃었나 보다.
더 한심한 일이 지금 도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엄연히 자민련 소속인 이원종지사를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까지 서로 자당 후보의 가능성을 점치며 아직도 공개적인 영입의사를 비치는 것이다. 이지사가 자민련에 남건 아니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으로 옮기건 그것은 본인의 자유다. 설사 옮긴다 하더라도 유권자의 입장에선 크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본인의 재선을 위해 좀 더 쉽고 편한 계기를 찾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도민들이 신경쓸 게 하나 있다. 도지사 한 사람을 놓고 벌이는 공당(公黨)들의 후안무치다. 지금의 처사는 엄밀히 말해 이지사보고 정치철새가 되라는 강요밖에 안 된다. 우리 유권자를 너무 우습게 보는 발상이 아닌가. 정당이 공개적으로 철새를 양성한다? 바로 충북만이 안고 있는 현실이자 한계다.
오는 선거에선 좀더 솔직한 정치철새를 만났으면 한다. 씨도 안 먹히는 구차한 변명으로 텃세인척하기 보다는 차라리 “당선 때문에, 그리고 편하게 살기 위해 당을 옮겼다”고 말할 수 있는, 이런 철새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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