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상근자 규정한 신문법시행령 문턱 못넘어
줄곧 사회적약자 대변…2011년엔 민주언론상 수상

▲ 미디어충청은 2007년 12월 19일 일하는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창간했다. 창간 이후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등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현장을 찾아 보도했다. 사진은 미디어충청이 500여건의 기사를 실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 모습

일하는 노동자들의 언론을 표방했던 ‘미디어충청’이 폐간했다. 미디어충청은 지난 달 홈페이지에 사고를 내고 5월 31일자로 폐간한다고 알렸다. 2007년 12월 19일 충북,대전,충남 등 충청권 노동자들이 십시일반 뜻을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창간한지 8년 7개월 만이다.

미디어충청이 폐간한 데에는 인터넷신문에 대해 5인 이상의 상근 인력을 규정한 신문법 시행령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달 30일 미디어충청(대표 임두혁)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폐간키로 했다”며 “2007년 12월 19일 창간 후 지역언론, 또 노동자들의 언론이고자 했던 미디어충청에 보내주신 지지와 후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미디어충청 페이지는 5월 31일까지 업데이트 되며 이후 자료로만 남는다”고 알렸다. 현재 미디어충청 홈페이지는 공지대로 5월 31일 이후 새로운 게시물은 없다.

미디어충청은 폐간하는 순간까지도 창간 정신에 충실했다. 미디어충청 정재은 기자가 마지막으로 송고한 기사도 노동자들의 이야기였다. 정 기자는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복수노조를 설립해 노조를 파괴하려 한 유성기업에서 자살한 고 한광호씨와 죽음에 대한 사실관계를 취재해 보도했다.

미디어충청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밤에는 잠 좀 자자. 심야노동 중단하라”며 파업을 시작한 2011년 5월 이후 현재까지 노조탄압 실태를 심층 보도했다. 홈페이지에서 ‘유성기업’을 검색하면 500여건의 기사가 검색될 정도다.

미디어충청은 충북과 대전, 충남 지역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노동문제에 발품을 팔고 현장을 취재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투쟁했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기아자동차와 관련된 동회오토 충남 서산공장, 청주시노인전문병원등 미디어충청은 늘 현장에 있었다.

주류언론이 외면하는 곳에서 미디어충청은 고군분투했다.

2011년 1월 아산 삼성전자 LCD 사업부에서 노동자 투신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사고 부터 장례가 치러지는 97일 전 과정을 취재한 언론사도 미디어충청이 유일했다.

 

쌍용차 파업당시 함께 연행

미디어충청은 늘 현장 취재원칙을 고수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쌍용자동차 공장 옥쇄 파업이었다. 미디어충청은 당시 옥쇄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과 함께 77일 동안 공장에 상주한 상태에서 취재하고 보도했다. 당시 미디어충청 정재은, 박원종 기자는 경찰 해산 작전이 진행 될 때도 평택공장안에 있었다. 이들은 당시 진압 작전에 나선 경찰에 노동자들과 함께 연행됐다.

이들 두 기자는 건조물 침입, 업무 방해죄로 연행돼 48시간 만에 석방됐다. 진보언론 참세상 워커스에 따르면 미디어충청 정재은 기자는 2011년 제주 해군 기지 반대 강정마을 투쟁 취재 땐 4개월 동안 강정마을에 살았다.

당시 정 기자는 취재 도중 두 번이나 연행됐다. 이 사건으로 검찰은 정 기자를 공사 현장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최종 무죄 판결을 내리고 형사 보상을 명했다. 2011년 정 기자는 이 사건으로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받았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옹호했던 미디어충청은 그 자체로 비주류였다. 하지만 규모가 작다보니 비주류 속의 또 다른 비주류가 됐다.

같은 진보언론인 참세상워커스 김용욱 부편집국장은 미디어충청이 겪은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충청은 그저 지역의 마이너 언론사였다”며 “진보든 좌파든, 노동 단체든 사회단체 든 자기 사안을 알리는 데는 더 큰 언론사를 선호하는 현실 앞에서 실망하곤 했다”고 밝혔다.

김 부국장에 따르면 미디어충청은 올 초 장기간 취재해 온 노조의 재판 과정에서 원청사 개입 정황 자료를 확보했다. 미디어충청은 작은 언론사에서 기사를 먼저 쓰면 다른 주류 언론사들이 기사화하지 않는 관행으로 묻힐까 봐 노조 기자 회견 직후에 맞춰 기사를 내려했다.

김 부국장은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가 ‘미디어충청이 조금 일찍 기사를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노조 상급 단체에서 중앙 일간지에 자료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충청의 폐간은 인터넷언론매체에 대해 5인 이상을 규정한 ‘신문법’ 시행령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충청 폐간 때 까지 기자로 활동했던 정재은 기자는 “폐간에 이르는 데는 신문법 등을 포함해 여러 요소가 있다”며 “이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충청은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돼왔다. 미디어충청은 자본에서 독립적인 언론의 모습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판, 시민단체등 공익성이 있는 광고 등만 받았다. 3명 이내의 상근 편집·취재기자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장기자로 활동하며 기사를 작성해왔다.

 

신문법 시행령이 무엇이길래?

인터넷신문 등록요건 강화…5인이상 상시고용

소규모 매체 위기… 언론·출판 자유침해 논란

 

노동자언론인 미디어충청의 폐간을 불러온 신문법 시행령은 현재 위헌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유사언론 행위를 규제한다”며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이 ‘3인 이상의 취재·편집 인력’에서 ‘5인 이상 상시고용 인력’으로 변경됐다. 기존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의 경우도 올해 11월까지 새 등록요건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재정이 한정된 대안매체의 경우 상시고용 인력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번에 폐간된 미디어충청도 상시고용인력이 3명을 넘은 적도 없다. 미디어충청은 창간정신을 살리기 위해 기업들의 광고는 일절 받지 않았다. 부족한 재원은 노동자들이나 진보적인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다른 소규모 대안매체들도 미디어충청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최소한의 인원과 시민기자, 현장기자의 형식을 빌어 시민참여형 대안언론을 지향해 왔다.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이들 소규모 대안매체들은 최저임금을 지급하기에도 벅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이를 충족하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 신문법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소송을 주관하는 민변 이강혁 변호사는 “신문법 시행령이 헌법 제21조 제2항 ‘언론 허가제 금지’ , 평등원칙, 과잉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소급입법금지원칙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정부가 언론 설립 허가제를 시행할 수 없음에도 사실상의 허가제라는 점, 재력이 있는 사업자만 언론을 만들 수 있게 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점, 해당 시행령이 목표로 하는 기사품질 제고와 유사언론행위 감소 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 아니고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여 기본권 제한을 통한 불이익이 과도하다는 점, 근거법인 신문법에서 규정되지 않은 증빙자료 제출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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