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거리의 가객 이철남씨를 만나기까지는 3일이 걸렸다. 매일 저녁 7시쯤이면 서문동에 한 식당에 꼭 찾아온다는 이야기에 이틀 저녁나절을 기다렸고 삼일 째 되는 날 그를 만났다.

멀리서 오는 그의 모습은 팔자걸음에 어깨는 처지고 허리는 굽었지만 발걸음은 당당하고 씩씩했다. 그 당찬 걸음에 중요한 포인트는 한손에 쥔 기타였다. 굳게 쥔 기타는 57년동안 거리의 가객으로 당당하게 지탱할 수 있는 큰 힘처럼 보였다.

코스는 서문동에서 시작해 사직동을 지나 운천동까지 간다고 했다. 그 동선은 오래전부터 일정했고 들어가는 술집도 같았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았다. 뒤에 카메라가 붙었으니 노래 부를 명분이 충분해 보였고 그 설득력은 먹혔다. 가는 식당과 술집마다 그의 기타는 울렸고 노래 값을 받아 나왔다.

사직동으로 가는 길은 무모할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인도를 안 걷고 차도로 걷는다. 이유인 즉 빨리 가는 길이이라고 한다. 80이 가까운 나이에 그의 빠른 걸음걸이를 따라 잡으며 사진을 담기에는 숨이 가빴다.

우연히 그의 친동생을 만났다. 그는 이씨의 노래를 끝까지 들으며 조용히 경청했다. 노래가 끝나고 나가려고 하자 이씨를 붙잡아 “오빠 제발 노래 좀 그만 부르고 이제 좀 쉬라” 고 당부한다. 애써 태연한척 하며 알았다고 하지만 이씨의 의지는 단호해 보였다. 그의 여동생을 통해 이씨의 본명이 박00이란 사실도 알았다.

20대 후반, 가수로 앨범을 내 면서 이철남 이란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가는 길 내내 그는 남진과 나훈아를 견줘 언급하며 본인도 그만큼 실력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그의 레파토리는 언제나 ‘홍도야 울지 마라’ 다. 반응이 좋으면 2절까지 부른다. 78세 힘겨운 몸에서 끌어당기는 험하고 거친 목소리는 박력이 있었다.

가사의 내용은 홍도란 여동생이 오빠의 학비를 벌기위해 온갖 험한 일을 해서 끝내 오빠를 성공시켰고 힘겹게 살아온 여동생을 위해 오빠의 안타까움이 담겨있는 노래다.

그의 노래 중간 ‘오빠가 있다’는 부분에 목청을 크게 높여 부른다. 가사에 ‘오빠’가 본인처럼 느껴졌다. 왜 이 노래만 부르냐고 묻자 이 노래와 가사가 나한테 꼭 맞는다고 한다.

과한 바이브레이션과 정교하지 않은 기타선율이지만 그는 영원한 오빠가 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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