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청주시내 공중화장실/화장실 피살사건 후에도 ‘만만디’
화장실 안전관리 시스템 허술···본청은 구청에서 보고도 안받아

▲ 청주시는 2010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받고 올 1월 재지정 받았다. 여성친화도시라면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사진은 충북대 후문에 등장했던 화장실 피살사건 여성 추모 게시판

최근 공중화장실 안전이 화두로 떠올랐다. 화장실 여성 피살사건이 일어난 서울 강남역 부근 화장실은 남녀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쓰는 곳이다. 현행법상 2004년 1월 29일 이전 시설과 연면적 3000㎡ 미만 건축물에 대해서는 남녀분리 의무가 없다. 단 1·2종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2000㎡ 미만이 기준. 이 때문에 지은 지 12년 넘었거나 규모가 작은 건축물 화장실은 남녀공용인 경우가 많다.

그러자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2004년 1월 29일 이전 건물과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풍속영업업소 및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규모와 상관없이 남녀 화장실을 분리토록 하는 현 공중화장실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성폭력범죄처벌법에 상가건물 화장실을 포함시키는 성폭력범죄처벌법 개정안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 규정’에 공중화장실과 목욕탕화장실은 적용되지만 상가건물 화장실은 제외돼 이 곳에서 사건이 발생해도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화장실 피살사건이 발생한 후 많은 지자체들이 화장실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다. 화장실 안전은 남녀분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포털사이트에서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서울·인천·광주·김제시 등은 공중화장실 일제조사 계획을 밝혔고, 대전 서구는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가 공중화장실 안전점검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수원·하남시 등은 공중화장실에 여성 안심벨 설치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군산경찰서는 공중화장실에서 비명소리가 나면 112에 자동으로 신고 접수가 되는 원스톱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참고로 수원시는 故 심재덕 시장이 화장실 문화운동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화장실문화라는 말을 처음 한 사람도 심 전 시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에는 세계 유일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가 있다. 심 전 시장을 기리기 위해 2007년 건립됐다. 그는 저개발국 공중화장실 보급운동을 전개하는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했고, 수원시는 지금도 이 운동을 해오고 있다. 
 

군산서, 화장실 사고 112 자동신고 마련 중

이승훈 청주시장은 지난 5월 30일 월간업무보고회 때 공중화장실 시설 점검으로 여성친화도시 위상을 세우자고 말했다. 청주시는 지난 2010년 7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받았다. 5년간의 1단계 사업을 마치고 올 1월 여성친화도시를 재지정받아 오는 2020년까지 2단계 사업이 진행된다. 시는 ‘여성이 평화롭게! 청주를 살맛나게!’라는 슬로건 아래 여러 가지 핵심과제를 정했다. 그 중 가장 첫 번째가 여성이 편안한 청주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안심 콜택시, 여성중심 완전도로와 여성친화 배티공원 조성, 여성친화기업인증, 여성인턴제 실시 등의 일을 해왔다. 2단계는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한 뒤 7월 첫째주 양성평등주간에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여성친화도시 조성은 진행형이나 여성들이 행복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기까지는 ‘백년하청’일 수도 있다. 5년단위로 이뤄지는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강제성이 없어 포기하면 그만이고, 지정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이에 따른 예산지원을 전혀 하지 않아 청주시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는 올 1월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을 받았으나 2단계 사업을 시작도 못했다. 아직도 관계자들 의견수렴중이라고 한다.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너무 걸린다는 게 여성계 지적이다. 공중화장실 여성 피살사건이 난 뒤 다른 지자체는 안전대책을 강구중이나 시의 움직임은 너무 느리다. 여성친화도시 담당부서는 화장실 담당부서에서 현황과 대책을 파악한 뒤 함께 협의할 것이라고 말해 제대로 된 계획이 나오기까지는 ‘부지하세월’임을 알 수 있다.

 

청주시내 공중화장실에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청주시 본청-각 구청-용역업체로 떠넘기는 시스템 ‘큰 문제’

 

청주시내 공중화장실은 공원·관광지·상가·역·체육시설 등지에 있다. 그런데 관리주체는 각각 다르다. 공원은 공원녹지과, 관광지는 관광과, 상가는 경제과, 체육시설은 체육진흥과 등이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것도 헷갈리는데 시설물 관리를 책임지는 곳은 본청이 아니고 각 구청이다.

 

예를 들어 공원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곳은 각 구청 농축산경제과 산림공원팀이다. 이들은 또 직접 관리하는 게 아니고 업체에 청소 용역을 준다. 말로는 구청에서 분기별 1회씩 시설물 점검을 한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일을 용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화장실에 관리부서와 청소책임 관리인 명단을 붙여 놓았으나 관리부서는 이름 뿐이라는 것이다.
 

업무는 각 구청에서 하더라도 최종 책임자는 본청이어야 하고, 용역업체는 청소만 담당하는 것이어야 하나 이렇게 뒤죽박죽 돌아가고 있다. 본청 담당과는 각 구청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않고 구청에서 알아서 한다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 했다. 비상벨도 구청이 경찰서와 상의해 설치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이용객이 많은 곳에는 없고, 인적이 드문 곳에는 설치된 경우도 있다. 이런 사실은 평소 알 수 없으나 사건·사고가 난 뒤에는 관리책임소재가 가려지기 때문에 드러난다. 그래서 평소 제대로된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화장실 피살사건이 난 뒤 화장실 시설물 점검 및 비상벨 수시점검 실시 계획을 세웠다. 구청별로 경찰서와 협의해 이용이 많고 설치가 필요한 화장실에 우선적으로 추경예산이나 내년 본예산에 편성해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에서 몇 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서 이를 예산에 반영한 뒤 하겠다는 것이나 너무 추상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경에 못하면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것. 전혀 급할 게 없는 행정이다. 화장실 피살사건이 우리지역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음에도 청주시 행정은 ‘만만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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