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1천 여명의 시민들, 체육계 인사들, 퇴근도 않고 기다리던 도청공무원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천리 길을 달려 온 성화를 맞이했습니다.

 오후 1시 금강산을 출발한 전국체전 성화가 7시간의 강행군 끝에 도청 정문에 도착하자 금강산 성화 채화단의 얼굴, 얼굴에는 “드디어 해 냈다”는 자부심과 안도감이 뒤 덮였습니다. 내달 8일 충북에서 개막되는 제85회 전국체육대회는 금강산 성화 채화를 시작으로 이미 개막된 셈입니다.

 사실 이번 성화 채화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4월 충청리뷰의 금강산 마라톤대회 때 처음 북측과 접촉이 시작된 금강산 성화 채화는 그 뒤 충북도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급진전을 보였으나 그때마다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채화단이 청주를 출발해 금강산으로 들어가던 7일은 제18호 태풍 ‘송다’가 동해안을 타고 북상 중이어서 강풍을 동반한 굵은 빗줄기가 늦은 밤까지 계속해 내렸습니다. 당연히 행사 책임자들은 걱정과 조바심으로 밤을 보내야했습니다. 만일 비바람이 그치지 않을 경우 태양열에 의한 채화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이른 새벽 눈을 뜨자 장엄한 금강산 영봉(靈峰) 그 너머에서 검붉은 태양이 찬란히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비는커녕 하얀 뭉게구름마저 동녘하늘의 여명에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천우신조였습니다.

 또 채화단이 금강산에 도착하던 날 저녁 북측의 문화담당 고위인사가 평양에서 급파돼 비밀리에 이원종지사를 만났습니다. 북측은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채화에 난색을 표명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성화 채화야말로 통일에 한발 다가서는 계기가 된다”는 이지사의 간곡한 설득과 담판으로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고 채화는 계획대로 양해가 됐다고 합니다.

 성화채화단이 머문 3일 동안 금강산은 온통 충북의 축소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장전항 광장에 띄워 놓은 대형애드벌룬과 호텔 해금강, 온정각 여기 저기 걸어 놓은 플래카드는 온통 축제 분위기 그대로였고 성화 봉송길인 장전항→온정각으로 이어지는 7㎞ 도로양편 전신주에 촘촘히 내 걸린 깃발 등은 이곳이 금단의 북녘 땅이 아니고 마치 청주시내로 착각할 정도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온정각 특설무대에서의 기념식과 칠 선녀의 춤, 남녀 2중창에 맞춰 모두가 박수 치며 합창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가슴 찡하게 금강산에 메아리쳤고 172명의 채화단 전원이 번갈아 성화를 들고 이어 달리는 광경은 인민군 경비병들과 북쪽 주민들, 남쪽에서 올라 온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전국체전 사상 최초의 금강산 성화 육로 봉송이라는 쾌거를 이룬 이원종지사는 청주도착 성명을 통해 “민족의 명산 금강산에서 전국체전을 밝힐 성화를 채화함으로써 체전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평화통일에 대한 민족의 염원도 더 굳건해질 것”이라며 “특히 성화 채화에 협조해준 북한 당국에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번 금강산 성화 채화는 남북의 불이 합화(合火)함으로써 상징적으로나마 ‘통일의 불’로 승화돼 제85회 전국체전의 의미를 한층 고양(高揚)시킴은 물론 중앙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충북 자체의 역량으로 북측과 직접 접촉, 채화를 성사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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