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공동체헌장 제정 반대 주장하는 단체들의 실체는…
반대 단체 중 이름 올린 ‘충주시민연합’명의 도용 밝혀져 파장

▲ 지난달 31일 충북도교육공동체헌장 선포를 반대하기 위해 모인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 소속 사람들. 제정을 반대하는 8개 단체 중 충주시민연합은 이름을 도용당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지난달 ‘충북도교육공동체헌장’이 선포됐지만 여전히 몇몇 학부모단체는 헌장 제정 무효화를 주장하며, 김병우 교육감을 상대로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충북도교육공동체헌장이 선포되는 날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에는 8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청주미래연합, 충주시민연합, 차세대바른교육국민연대,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충북지부, 충북학교아버지회연합회, 한마음사랑학부모연합회, 충북교육사랑학부모협회다.

 

항의전화를 받고 알게 됐다

 

▲ 조성빈 충주시민연합 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충주시민연합이 충북도교육공동체헌장제정 반대운동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밝혔다.

그런데 최근 8개 단체 중 하나인 충주시민연합은 헌장반대운동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단체명을 도용한 것이다. 충주시민연합은 충주에 기반을 둔 단체로 그동안 지역사회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충주시민연합 조성빈 대표는 “2013년쯤 경제자유구역청 충주유치를 위해 단체가 태동됐다. 회원은 60명 정도이고, 회비를 받아 운영되는 순수한 NGO단체다. 충주에는 충주시민연합외에 시민단체로는 충주범시민연합이 있는데 이는 환경단체다. 이 외에 충주에 다른 단체는 없다. 대표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충주시민연합이 충북도교육공동체헌장에 반대하는 단체 중 하나라는 것을 지인들의 전화를 받고 알게 됐다는 것. 조 대표는 페이스북에 사건의 진실을 알렸다.

그는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찾아보니 진짜 보도자료에 우리 단체 이름이 올라가 있더라. 관련 기사가 나온 대표적인 신문사 한 곳에 전화를 걸어 삭제를 요청했고,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 대표에게 전화도 취했다. 전화도 하고, 이러한 내용을 문자로도 남겼는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 페이스북에라도 알려야 할 것 같아서 글을 남겼다”라고 밝혔다.

 

학부모 단체 대표성 과연 있나?

 

8개 단체 중 하나인 차세대바른교육국민연대 홍연희 대표는 “충주시민연합 대표는 우△△씨로 충주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 대표단끼리는 얼굴을 서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회원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다. 우△△라는 사람은 회원으로도 있지 않다. 명백한 도용이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단체들 또한 이름만큼(?) 조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세대바른교육국민연대,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충북지부 또한 단체이름이 비슷하다. 홍연희 차세대바른교육국민연대 공동대표는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충북지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은 전국조직이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전업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는 없다”라고 말했다.

청주미래연합은 이번일로 인해 처음 생겨난 단체이고, 충북교육사랑학부모협회 또한 2013년 학부모연합회 임원을 했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 수가 많지 않다. 충북학교아버지회연합회도 아버지 회장들의 모임이지만 현재 4개 학교만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창 충북학교아버지회연합회장은 “대표단들끼리는 단체 카톡방으로 통해 의견을 조율한다. 조직력을 갖추고 활동하는 게 아니라 헌장의 문제점을 인식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다. 이재수 대표가 모든 것을 조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수 씨는 이들 8개 단체들을 모아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를 꾸리고 반대운동을 해오고 있다. 권 회장은 “집회가 뜨면 대표들이 참석하기도 하고, 뜻을 같이 하는 지인들이 오기도 한다. 끝나고 같이 대표단끼리는 밥을 먹는다. 갹출할 때도 있고, 후원해 주는 분도 있지만 밝힐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반대집회를 할 때는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 외에도 타 지역에서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권 회장은 “지난번 31일 헌장 선포식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300~400명 중에는 청주사람도 있었지만 대전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경우 대전에 가서 청주사람들이 같이 집회를 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전국단위 기독교 단체들도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K교회가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K교회 목사는 강단에서 ‘헌장 반대’를 강조하는 설교를 하고, 일부 교인들은 반대서명운동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교회 한 교인은 “목사님이 헌장이 제정되면 미혼모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수업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아직 아이들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헌장 제정되면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인사들은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일종의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데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 이들이 학부모 단체의 대표성을 띄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싶다. 언론이 자꾸만 진보-보수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도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