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량 청주과학대 교수 ‘화장 뒤 산골’ 권장

   
“후장(厚葬;호화장례)하는 민족은 망합니다.”
 
청주과학대 노인보건복지과 한규량 교수(사진)는 “묘지에 의한 산림훼손 등 폐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납골묘 지원책이 오히려 자연환경을 더 많이 훼손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장묘 문화 개선을 위해 시범 납골묘 설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호화 납골묘 시설이 대거 건립되면서 또 다른 환경오염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골묘 건립에 최고 2000만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쓰면서 화장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문중이나 특정 집안에서 자체 재원을 보태 호화롭고 거대하게 납골묘를 건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는 전통적으로 조상을 후하게 모시고 싶은 효성의 뜻도 있지만 체면의식에 기인하는 바 크다”고 말했다.

 “분묘는 세월이 지나면 그나마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만 석재와 콘크리트를 쓰는 거대 납골묘는 그렇지 못합니다. 즉 자연친화적이지 못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가다 보면 묘지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낳을 게 뻔합니다.” 한 교수는 “그런만큼 우리의 정서에 맞지는 않지만 화장 후 산골(유골을 흙에 뿌리는 것)을 하거나 얼마전 임학과 교수의 예처럼 화장한 뼛가루를 나무 그릇에 담아 수목 아래 묻어 자연 산화하도록 하고 별도 장소에 고인의 위패를 모시는 방법이 적극 장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화장률(42.6%)에 비해 충북의 화장률(24.6%)이 낮은 이유로 청주를 중심으로 화장장 시설이 전무했거나 부족한 상황을 지적한 한 교수는 “지금과 같은 납골묘는 죽은 자를 위한 아파트를 짓는 꼴”이라며 “예로부터 후장을 하는 민족이 흥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인복지를 전공한 한 교수는 “86년부터 시작한 일본 유학 시절 이후 외국 현지조사를 많이 다녀본 결과 갖게 된 확신”이라며 “일본의 납골묘는 우리처럼 결코 호화롭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철기문화를 번성시키며 신라에 버금갈 정도의 국력을 유지했던 가야가 멸망한 이유도 묘지문화의 사치성 때문이었다”며 “왕이나 족장의 무덤에 철기문화의 정수들을 부장품으로 대거 매장했는데 이를 땅에 묻지 않고 농기구로 활용했더라면 가야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나의 지론”이라는 말도 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