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전해주 대한성공회 청주복대동교회 사제

▲ 전해주 대한성공회 청주복대동교회 사제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교육공동체 헌장을 제정하여 곧 공포한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니 극히 상식적인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것들을 만들어 구호로 외쳐야만 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여서 몹시 서글프기도 하고 또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간 학생들이 얼마나 학습권을 침해받았기에, 또 교사들의 교권이 얼마나 땅에 떨어졌기에 이런 것을 만들어야만 했을까. 교육이 백년대지계라면서 우리는 얼마나 우리 아이들 교육에 무관심하였는가, 학습능력만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왜곡되고 이기적인 교육에 열을 올렸었는가, 그러는 사이 학생들과 교사들의 권리를 되찾아야 할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반성하게 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극히 상식적인 헌장의 내용을 두고도 일부 보수단체와 기독교 관련 종교인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그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여 공포한다는 것이다. 이 헌장의 내용들은 우리 헌법과 인권을 보호하는 각종 관련법에서 이미 충분하게 보장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한 내 의견을 피력해본다.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 관련 종교인들이 제기하는 미혼모와 성소수자에 대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주장은 마치 범죄나 질병의 확산을 우려하고 예방을 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들리는데, 그 저변에는 미혼모나 성소수자를 범죄자나 격리환자로 규정해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미혼모나 성소수자는 범죄자도 아니고 환자도 아니다.

교육은 모든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권리이기도 하다. 여기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국민이면 되는 것이지 별도의 자격이나 예외가 없다는 소리이다. 즉 그가 미혼모라고 해서 성소수자라고 해서 권리를 제한 받아서는 결코 아니 된다.

나의 삶의 준거가 되는 성경에서도 말하기를,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다.’(마태25:40,46)고 하였다.

미혼모나 성소수자는 이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법과 제도로 보호받아야할 사회적 약자, 그 한 사람이다. 이들이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보호 받기는커녕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성서적이지 못할뿐더러 예수의 가르침과도 거리가 멀다. 예수는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차별 받는 그 한 사람에게 주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한 사람의 어려움을 살피고, 그 한 사람의 권리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바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보편적이다. 누구에게도 그 사랑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하물며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를 제한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등 차별을 두는 것은 역그리스도적 행위이다.

나는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에 공포되는 교육공동체 헌장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육일선현장에서 모든 권리를 회복하고 차별을 없애며 다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며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선언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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