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관광 활성화·지역주민 자긍심 고취 등 기대

▲ 고대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제천시 의림지.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역사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제천 의림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 5월 25일 의림지·제림의 가치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시민 설명회를 열고 의림지의 세계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청전동 영상미디어센터 봄 상영관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세명대학교 이창식 교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주용 박사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림지의 역사적, 지리학적 가치를 고찰했다.

의림지는 전북 김제 벽골제, 경남 밀양 수산제, 경북 상주 공갈못 등 고대 저수지 가운데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설치된 고대 유일의 관개용 저수지다.

가야금으로 널리 알려진 우륵이 축조했다는 설과 조선 세종 때 현감 박의림과 세조 때 정인지가 쌓았다는 설 등이 있으나 삼한시대에 축조했다는 설이 정론이다.

‘의림지 지질환경 및 자연과학분석 연구’를 수행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09년 “최하부 유기질 점토층의 퇴적시기와 퇴적비율을 고려할 때 의림지 형성시기는 1900년 전인 삼한시대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저수지 아래 퇴적층 식물편 분석을 통해 이 퇴적층이 1380년(심도 3.625m)~1240년(심도 4.58m) 전에 형성된 사실을 밝혀냈다. 심도는 시추가 이뤄진 깊이를 뜻한다.

연구원은 퇴적층 아래 유기물을 기반으로 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에서도 1910년(심도 6.385m), 1740년(심도 5.84m), 1410년(심도 4.51m) 전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의림지의 연간 퇴적량이 4m 정도인 것을 고려할 때 의림지 퇴적층이 매우 오래 전부터 형성된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1900년전 고대 관개용 저수지

김 박사는 시민 설명회에서 “의림지의 자연 제방이 청동기 시대 말인 기원전 600~400년부터 기원 전후 삼한시대까지 존재했다”면서 삼국사기 등 문헌을 들어 “인위 제방 축조 시기도 1500년 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연구됐다”고 밝혔다.

시는 의림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의림지·제림의 역사적 가치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공인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비지정 문화재 구역에 방치된 문화유산의 밀반출 예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세계유산기금 등 유산 보호에 필요한 재정과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관광객 증가 등으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

제천시 관계자는 “의림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세계유산기금으로부터 기술·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협약국가 간 보존상태 모니터도 가능하다”며 “지역 관광 활성화와 주민의 자긍심 고취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위해 이달 중 50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의림지와 주변 제방 소나무 군락인 ‘제림(堤林)’의 역사성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연구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말까지 잠정목록 등재 연구 용역 후 도를 거쳐 문화재청에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15점 가운데 충북은 지난 2010년 1월 제천·단양·보은·청주·괴산·충주 등에 걸친 ‘중부내륙산성군’이 반영됐다. 보은 속리산 등은 2013년 12월 ‘한국의 전통산사’에 포함돼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되기도 했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은 지난해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12점이다.

시는 이를 위해 국내 최고의 수리 관개시설인 의림지의 과학적 우수성과 수리 역사, 농업사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공간으로 ‘의림지 역사박물관’을 건립한다. 부지는 모산동 223-2 일대로,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 전체면적 4653㎡ 규모다. 올 상반기에 착공해 내년 하반기에 준공·개관할 예정이다.

시는 또 지역 랜드마크이자 문화 교류와 체험교육의 장으로 제공하기 위해 의림지 역사박물관 브랜드 콘셉트 디자인도 외부에 용역한다. 이와 함께 의림지 역사·구조·문화 체험 교육용 콘텐츠도 제작해 학생과 관광객을 위한 교육에 활용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