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전‧아파트분양 순조…자체인구 1만명 돌파
부동산값‧편의시설‘↑’…교육‧문화·의료시설은 태부족

2006년 건설이 시작된 충북혁신도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업 시작 10년만에 진천군 덕산면과 음성군 맹동면의 광활한 689만9000㎡의 부지에 고층아파트와 공공기관 건물이 신기루처럼 솟았다. 함박산 정상이나 꽃동네에서 내려다 보는 혁신도시의 야경은 반짝반짝 빛난다. 이미 7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쳤고 혁신도시 자체 인구도 1만명을 넘었다. 상업지구에는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비롯해 음식점등 190여개 편의시설이 영업을 시작했다. 논과 밭, 얕은 구릉 같은 산 앞에 갑자기 펼쳐지는 혁신도시의 풍경은 그래서 더 생경하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그 위용을 드러낸 충북혁신도시의 진행 상황과 과제를 찾아본다.

 

▲ 함박산 자락에서 바라본 혁신도시 전경. 충북혁신도시는 2020년 까지 11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하고 1만4059호의 공공주택이 건설돼 인구 4만2000명의 도시가 건설될 예정이다.

충북혁신도시(이하 혁신도시)는 계획도시다. 기존 형성된 도시에 새로운 시설을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백지장에 밑그림을 그려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총사업비만 9969억원이 투입되고 기반 시설은 2016년 올해까지 조성을 완료한다. 2020년이면 인구 4만2000명이 거주하는 신도시가 완성된다.

백지장에 새로 도시를 설계한 만큼 혁신도시는 기존 도시에 비해 공원부지가 넓고 공원도 많다. 기존 농수로를 개조해 만든 수변 산책로부터 대형 습지, 놀이 시설 등 공원시설이 많다. 특히 이곳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부지 주변에 함박산을 배경삼아 공원이 연달아 조성돼 있다.

혁신도시에는 현재 아파트 4112호에 주민이 입주를 완료했다. 이곳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만 올 4월말 기준으로 1만229명이다. 이곳으로 이주한 주민은 30~40대의 젊은 세대가 60~70%를 차지한다. 강도규 쌍용예가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경로당 노인회 구성이 어려울 만큼 젊은 세대가 다수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들 젊은 세대는 인터넷 카페 같은 마을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한다. 입주민들은 마을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마을과 관련된 일들에 대해 논의한다. 대표적인 행사가 지난해 10월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던 혁신도시 음악축제. 고병택 충북혁신도시신문 편집국장에 따르면 이 행사에 주민 2000여명이 참여했다.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에 바탕을 둔 지역언론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충북혁신도시신문(대표 윤인섭)이 창간호를 내고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 충북혁신도시 내 상업지구 모습. 청주시 번화가 못지않게 식당 등 편의 시설이 밀집해 있다.

아파트 값은 상승

혁신도시의 주거 형태 중 절대 다수는 공동주택, 즉 아파트다. 충북혁신도시관리본부(본부장 박승영)에 따르면 혁신도시에는 최종 1만4059호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중 진천군 덕산면 지역에 72%가 건설되고 28%는 음성군 맹동면 지역에 짓게 된다. 현재 8242호가 분양을 진행해 이중 93.7%인 8242호가 분양을 마쳤다.

강 대표는 “현재 혁신도시 아파트는 분양 때보다 평당 200여만원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분양을 마친 아파트 입주권도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가 된다”고 밝혔다.

혁신도시 상업지역의 70%는 음성군 맹동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혁신도시에는 은행, SSM(기업형 슈퍼마켓) 7곳, 병의원, 식당 등 190여개 편의시설이 영업을 하고 있다. 2년 전 공동주택 첫 입주가 시작 됐을 때와는 격세지감이다. 상업지역에서는 마사지업소나 단란주점 같은 유흥 시설 간판도 눈에 띈다. 한 주민은 “특정업소에서 불법 성매매를 한다”며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점도 여러 곳 있다. 이곳에선 점심시간이면 목에 소속 표찰을 단 젊은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결코 낯설지가 않다.

상업지역 내 건물 전체가 새로 지어진 건물 인 만큼 외관은 깔끔하고 화려했다. 하지만 건물 뒤편에는 사람 키보다 크고 성인 3명 정도가 양팔을 펼쳐야만 될 정도의 큰 둘레를 가진 대형 LPG 용기가 모든 상가마다 설치돼 있었다.

당초 계획에는 도시가스 공급이 완료돼야 했지만 도시가스 공급업체가 경제성을 이유로 공급을 미루고 있었다.

 

정주여건은 ‘아직’

유흥 시설에 비해 공공 문화시설은 아직 드물다. 지난 해 혁신도시로 이주해 온 K(33)씨는 “지난 주 다섯 살 아이와 진천읍에 있는 복합상영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며 “예전에는 영화를 보려면 충주나 청주로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K씨의 말처럼 혁신도시에는 공연이나 영화를 볼 시설이 없다. 다만 혁신도시 인구를 감안해 지난해 12월 도내에서는 최초로 M복합상영관이 진천읍에서 문을 열었다.

문화시설 뿐만 아니라 의료시설도 부족하다. 현재 이곳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없다. 당연히 야간 응급병원도 없다. 강도규 대표는 “야간에 응급환자가 있으면 응급실이 있는 진천이나 금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K씨는 현재 다섯 살 된 아이를 음성군 금왕읍에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해 이곳 혁신도시에 있는 어린이집 경쟁률이 5.6:1이었다. 거기에 당첨이 안 돼 금왕읍에 있는 어린이집에 보낸다. 차량을 20분이상 태워 보내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나는 아이가 어려 이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지만 중‧고등학생을 둔 공공기관 직원들은 교육문제 때문에 이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혁신도시 관내에는 유치원 2개교, 초등 2개교와 동성중학교만 운영되고 고등학교는 없는 상태다. 고병택 충북혁신도시신문 편집국장은 “이전기관 직원들은 대부분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로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매우 높은데 현재는 고등학교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고 지적했다.

 

행정력 못미쳐…주민 스스로 청소활동

현재 혁신도시 내 상업지구와 주거지역은 인접해 있다. 점심 시간만 되면 상가지역 뿐만이 아니라 주거지역까지 도로 양쪽을 차량이 점거한다. 도로 양편으로 늘어선 차량 행렬은 그 길이가 수백 미터에 이른다.

강도규 대표는 “LH공사가 분양하면서 공공주차용지 같은 주차시설은 생각하지 않고 수익성만을 따져 분양해 생긴 문제 같다”며 “주차공간도 부족하고 불법주차도 심각한데 군은 단속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지나던 한 학부모는 “아이를 혼자 내보내기가 무섭다.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아이들 통행이 위험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불법 주차차량으로 혼잡한 도로와는 달리 인도는 상대적으로 넓게 설계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지난 30일 오전 10시경 이곳 모 아파트 노인회 회원들이 아파트 주변 도로에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강도균 대표는 “불법전단지나 홍보물이 많다. 그런데 청소나 쓰레기 수거가 원활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노인회나 아파트 입주자 단체등이 나서 정화활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원이 많아 좋기는 하지만 현재 관리가 제대로 안 돼 풀이 웃자라고 어떤 곳은 공원인지도 모를 정도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공원들과 인도에는 풀이 성인 무릎 위 까지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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