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떠나는 3선 노영민 의원, 내년 대선 ‘준비된 집권’ 목표
‘한국신성장산업연구원’ 개설, 경제 살릴 미래 성장동력 연구

▲ 노영민 의원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부천 자택에서 20대 총선 낙선자 ‘쫑파티’가 열렸다. 당내 중진의원들이 낙선자들을 위로 격려하는 자리였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윤근 의원은 “원서도 내지 못한 분들이 있다. 나는 시험을 봐서 떨어졌으니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며칠전 식사를 함께 한 노영민·전병헌 의원을 지칭한 말이었다. 4.13 총선에서 ‘원서도 내지 못한’ 3선의 노영민 의원, 선거가 끝나고 한달이 지나서야 미뤄왔던 인터뷰가 성사됐다.

노 의원은 지난해 10월 출판기념회 서적강매 의혹에 휘말려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국회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관행’이었지만 총선 정국의 뇌관이 되고 말았다. 파장이 커지자 노 의원은 지난 2월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을 결심한다.

“알려진 것과 실체적 진실 간 괴리 사이에서 억울한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수원수구(誰怨誰咎), 다 저의 부족함과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다. (중략)반드시 이뤄야 할 총선승리의 길에 제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불출마 기자회견문은 비판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웠고 지지자들로부터 ‘선당후사’(先黨後私) 결단이란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필승론’의 근거는?

그렇다면 ‘알려진 것과 진실 간 괴리’는 무엇일까. 사건이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고 총선도 끝난 마당이라 ‘이제는 말할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때가 되면 소상하게 전모를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종편의 소나기 보도가 끝난 뒤 일부 언론에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출판기념회는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원금 모금행사이며 실제로 대부분 의원들이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출내역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카드단말기 사용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권장사항이며 노 의원 사무실에서 끊은 카드내역은 50만원 1건에 불과했다. 또한 국회산자위 산하 58개 피감기관 가운데 책을 구입한 곳은 13개 기관 뿐이며 기관장 참석과 화환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구입비는 언론보도 이전에 이미 모두 반환조치된 상태였다. 국회의 시쓰는 의원 모임 회원이기도 한 그가 책 때문에 정치적 위기를 겪은 것은 아이러니다.

노 의원은 지난 16년간(낙선 1회 포함) 표밭을 일궈온 청주 흥덕 선거구를 도종환 의원에게 흔쾌히 넘겨줬다. 19대 비례대표였던 도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해 공천확정되자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백의종군한 것. 비록 자신은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이번 총선에 대한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우선 도내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다.

“지역구 첫 선거임에도 도 의원이 선전해 의미있는 승리를 거둔 것이 가장 기쁘다. 개인적으로 청주 상당이나 중부 3군도 시간이 더 주었졌다면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 우리 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들어주신 유권자들의 성원과 격려에 감사드린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년 대선에서 꼭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불출마 선언이후 19대 임기가 끝나면 문재인 대권론에 전력투구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아 친노를 거치지않은 최측근 참모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표는 당내 주요사안을 가장 먼저 상의하는 의원으로 노 의원을 꼽았다. 친노그룹 의원이 한명도 없었던 충북에서 노영민 - 문재인 라인이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일까.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충북권 민주당 의원들의 민원을 잘 들어주었다. 내가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맡아 지역 민주당 의원들과 합석하곤 했다. 나중에 18대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나서 대선기획단에 4명의 현역 의원이 참여했는데 나를 비서실장으로 낙점했다”

▲ 민주당 550일간의 기록(전 3권)

지난 2006년 도지사 선거에서 낙마한 한범덕 후보의 안전행정부 제2차관 발탁도 당시 충북 민주당 의원들과 문 실장간 채널을 통해 성사됐다는 것. 노 의원은 문 후보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아 이른바 ‘친문 의원’으로 등장했다.

이어 노영민, 김부겸, 박영선, 이학영 등 현역 의원 4명이 참여한 대선기획단에서 후보자와 소통창구역인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박 51.6% - 문 48.0% 비록 3.6% 차이로 패배했지만 선거초반 열세를 박빙승부로 끌어올린 결과였다. 18대 대선 결과에 대한 노 의원의 평가는 이렇다

“전통적인 여권텃밭인 부산·울산·경남에서 40%에 육박한 득표를 했다. 반면 충청·강원도에서 격차가 컸다. 과거엔 자민련 같은 보수야당이 존재했는데 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통합하면서 중부권 보수표를 싹쓸이했다”

야당 ‘최장수 대변인’ 기록

한편 19대 총선 결과를 근거로 내년 19대 대선의 ‘문재인 필승론’에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총선에서 더민주당 5명이 당선된 것은 이변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년 대선에서 부울경 50% 득표가 가능하고 대전충남도 안희정 지사의 구심력으로 지지세를 지켜갈 수 있다. 새누리당이 친박비박으로 양분되면서 보수 분당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차기 대선구도는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총선 수도권 압승이 2030세대의 투표율 제고가 원인이라는 점도 내년 대선의 청신호로 꼽았다.

지난 12년간 의정활동 중에 노 의원이 얻은 수식어는 ‘최장수 대변인’이다. 2009년 2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550일간 민주당 대변인을 맡아 단일 임기 최장수 기록이다. 당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최전선 공격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지역구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정치적 부담도 큰 자리다. 그럼에도 최장수 기록을 달성한 것은 정확한 분석력과 격조있는 논평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변인 재임기간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대운하 사업 등 대형 이슈가 터졌고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3번의 재보선과 전국 동시지방선거까지 다사다난했지만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균형의 가치를 잃지않는 논평을 내려고 노력했다” 한국 정치의 또다른 기록이기도 한 노 의원의 논평은 2년전 ‘민주당 550일간의 기록’(전 3권)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29일자로 노 의원의 청주 봉명동 사무실은 ‘한국신성장산업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로 10년간 활동해온 전문성을 살려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0년간 경제실정을 통해 ‘준비없는 집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민들이 알게 됐다. 이런 실패를 피하기위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도 중심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청주에 사무실을 두기로 했다”

비록 ‘원서도 내지 못한 채’ 20대 총선에 낙마했지만 ‘노영민 정치’가 끝났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언론에서는 ‘대권 역할론’ ‘차기 지사출마설’ 등 신성장 동력(?)을 제시하고 있다. 12년 정치역정의 자산과 업적을 근거로 더 큰 그림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는 신뢰와 원칙이라고 믿고 있는데 ‘관행’에 가려 원칙을 지키지못한 것에 대해 다시금 도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심기일전의 재충전 기회로 삼아 공부도 하고 삶의 현장도 더 열심히 찾아가겠다. 또한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갈 ‘준비된 정권’의 탄생을 위해 매진하도록 하겠다” 스스로 국회에서 해방된(?) 정치인 노영민, 여전히 ‘정치는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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