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2.9013 : 1. 로사다 비율(Losada ratio)이다. 2005년 노스캐롤라이나 심리학과의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L. Fredrickson)과 마셜 로사다(Marcial F. Losada) 교수가 제시한 것으로 사람들은 긍정 감정과 부정 감정의 비율이 2.9 대 1 이상이 되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율의 타당성이 지적되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긍정 감정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프레드릭슨과 로사다는 긍정 감정이 부정 감정보다 3배 가까이 더 많아야 하는 이유로 긍정 감정이 많은 개인이나 조직이 더 성장했다는 점을 들기도 하였지만 삶에서 부정적 사건이 긍정적 사건보다 훨씬 더 강하고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중요시하였다.

이러한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r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제시한 프로스펙트 이론 중의 하나인 ‘손실 회피성’이 있다. 사람들은 이익이 발생하는 사건보다는 손실이 발생하는 사건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손실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한 사람이 1만 원을 주웠을 때의 기쁨의 양과 다른 또 한 사람이 1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고통의 양을 비교하면 손실에 대한 고통의 느낌이 약 2내지 2.5배 정도 크고 따라서 사람들은 가급적 돈을 잃어 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로사다 비율’이나 ‘손실 회피성’은 모두 긍정적이고 기쁜 감정을 갖도록 강조하지만 그 전에 부정적이고 슬픈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전제 되어야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회에 나타나는 부정적이고 슬픈 사건들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의도적인 긍정 감정을 갖도록 하여 슬픔을 잊게 할 수도 있겠지만, 부정적이고 슬픈 사건들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여 사회에 대한 자연스런 긍정 감정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갖게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를 보면 부정적이고 슬픈 사건들이 많다. 최근 몇 년 동안만 하더라도 결코 잊혀서는 안 되는 큼직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과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2016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했는데,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들이 결합되어 수 많은 생명을 앗아갔음을 지적하게 된다.

1996년 유공(현 SK케미컬)과 옥시, 애경 등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고 이로인해 영문 모를 죽음이 이어졌고, 막대한 치료비를 들인 가정은 파산상태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PHMG라는 독성물질을 가습기 살균제로 만들어 팔 때 손놓고 바라보기만 했고, 심지어 산업자원부는 살균제 제품에 국가통합인증마크(KS마크)까지 붙여 줬다.

2011년 살균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화평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 제정 논의가 일어났을 때 업계는 전경련까지 나서서 법안 저지에 힘을 기울였다. 화평법이 제정되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화평법 완화에 나섰고, 19대 국회의원들이 결국 화평법을 약화시켰다. 기업과 경제 성장 논리 앞에서 생명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부와 업계를 믿은 소비자들은 생명과 가정을 잃었다.

우리나라 사회는 ‘위험사회’를 경고한 울리히 벡의 입장에서 보면 초위험사회이다. 여기에다 노동시간이 긴 과로사회, 소득격차가 커진 격차사회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의 공통 밑바탕에는 낮은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서로를 믿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보인다.

삶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이고 슬픈 사건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신뢰가 낮은 상태에서 단지 의도적 긍정 감정을 갖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참다운 행복사회를 만들어 갈 수 없다. 참다운 행복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도우면서 부정적이고 슬픈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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