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80대 할머니 살인사건...경찰 "자연사로 기록해달라"

 

경찰이 충북 증평에서 발생한 '80대 할머니 살인사건' 조사과정에서 실제 검안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의 검안서를 근거로 살인사건을 병사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추정) 증평군 증평읍의 한 마을 주택에서 혼자사는 80대 할머니가 인근 마을에 사는 A(57)씨에게 목 졸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괴산경찰서 경찰관들은 증평의 한 병원에서 발급한 검안서를 근거로 사건을 단순 병사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뉴시스 취재결과 이 검안서를 발급한 의사는 당시 검안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난 21일 오후 3시께. 출동한 경찰과 유족은 시신을 수습해 증평의 한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곧바로 병원에서 시신 검안이 진행됐고, 해당 병원에서는 경찰과 유족들에게 사체검안서를 발급했다.

검안서에는 할머니의 사망 원인은 '미상'으로, 사망 종류는 '병사'로 기록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단순 자연사로 종결 처리했다. 유족은 단순 자연사라는 경찰의 말만 믿고 지난 23일 장례까지 마쳤다.

하지만 검안서에 적힌 의사는 당시 할머니 시신 검안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검안서에 적혀 있던 의사는 당시 휴일이라 진료를 하지 않았고, 응급실 당직 의사가 대신 검안하고 작성한 '허위 명의' 검안서였다.

검안서에 적힌 담당 의사도 "당시 검안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의료법상 검안서는 검안에 직접 참여한 의사만 발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은 검안에 직접 참여하지도 않은 의사의 검안서만 믿고 이번 사건을 단순 병사로 종결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다.

뿐만 아니라 검안에 참여했던 경찰관이 병사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병원 측에 '자연사라고 기록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검안서 사망 종류란에 '병사' 바로 옆 수기로 기록한 '(자연사)' 문구가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단순 병사라 해도 타살 혐의점은 없는지 더 살폈어야 할 경찰이 직접 검안도 하지 않은 의사의 검안서를 토대로 살인사건을 단순 자연사로 치부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안 결과는 물론 범죄혐의 가능성이 없고, 유족도 병사를 인정함으로써 당시는 자연사로 볼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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