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확보 못한 채 무의미한 ‘토지사용승낙서’로 청주시 농락

청주시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지역주택조합에 사업승인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확인 결과 사업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을 만한 중대한 위법행위로 큰 파문이 예상된다.

해당사업지는 방서도시개발 사업지역이다. 3개 블록으로 나누어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방서도시개발사업은 1블록 중흥건설, 2블록 GS건설이 참여해 순조롭게 분양을 마쳤고, 지역주택조합사업으로 진행하는 3블록도 시공사를 선정해 6월 분양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본보 취재결과 3블록 사업 진행과정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촌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방서지구 3블록은 3만 642㎡ 부지에 600세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보완 지시하자 ‘토지승낙서’ 첨부

400여명의 조합원을 확보해 지역주택조합자격을 갖춘 평촌지역주택조합은 지난 2월 청주시에 사업승인신청을 했다. 하지만 승인기준을 갖추지 못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해당 경우 ‘100분의 95’ 사용 권원(행위를 정당화하는 법률상의 원인)을 확보해야 사업승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합은 자격만큼의 토지사용 권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청주시는 보완을 지시했다.

평촌지역주택조합은 3월 30일 방서도시개발조합장이 작성한 ‘토지사용승낙서’를 첨부해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청주시는 이를 근거로 4월 5일 사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잘못된 유권해석이다.

확인결과 주택법에 정한 사업승인조건을 갖추려면 전체 토지의 95%에 해당하는 토지를 매입하던지, 95% 면적 토지주의 사용동의를 받아야한다.

청주시는 도시개발사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답변했다. 해당부서 관계자는 “해당 토지는 평촌지역주택조합이 시행하지만 큰 틀에서는 방서도시개발사업부지다. 방서도시개발조합장이 사용승낙서로 100% 사용권원을 확보했다고 판단했다”며 유권해석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토지주 개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추후에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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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의 토지를 확보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3블록(그림 속 ③) 토지 전체의 지분 14%를 보유한 노 모씨의 반대에도 청주시는 해당사업을 승인해줬다.

블럭 토지주들은 방서도시개발조합장 A씨가 평촌조합 등 3블럭 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반면 조합원인 토지주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의 근거가 바로 조합장이 작성한 ‘토지사용승낙서’다.

23일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A조합장은 “사용승낙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사업자가 매입한 토지만 사용 승낙했다”고 말했다. A조합장은 토지에 대한 권리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환지받은 사람들의 땅은 사용승낙서에서 뺐다. 주인이 있는 땅을 내 맘대로 사용 승낙했다면 잘못된 일”이라며 “명단을 확인해봐라”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토지사용승락서에는 3블록 공동주택용지 3만 642㎡를 평촌지역주택조합이 사용하도록 승낙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A조합장이 확인하라는 별도의 명단은 없었다. 다만 방서지구 3블럭 공동주택용지라고 표기돼 있어 해당부지(그림 속 원)를 특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부지(공동주택용지 3블럭)에는 24일 현재까지도 보상 등에 합의하지 않은 조합원 7인의 땅이 포함돼 있다.

공동주택용지 3블록(29-1블록 1로트)은 52명이 집단환지로 받은 땅이다. 그 중 한 명인 노 모씨는 3블록 공동주택용지 내 4394㎡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부지의 14%에 해당한다. 노 씨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95% 사용권원 확보는 불가능하다. 노 씨 외에도 경주김씨 종중 등 7명이 아직까지 사업에 동의하지 않았다.

도시개발사업 관련 민원처리를 담당하는 국토부 정지석 주무관은 이 같은 진행상황에 대해 “남의 땅에 허락도 없이 집을 짓는 행위”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토지주들이 반대한다면 절차에 따라 환지계획변경을 하던지, 토지주들과 원만히 협의해서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 승인 후 조치…청주시 책임져야

토지사용승낙서를 근거로 사업승인을 해준 것이 적법한 절차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이상 청주시는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해법은 방서도시개발조합이 들고 나왔다. 바로 ‘금전청산’이다. 방서도시개발조합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협의했다. A조합장은 “너무 무리한 (보상) 요구를 한다. 금전청산은 이사회 결의사안도 아니다. 정관 40조에 이런 경우 조합장 권한으로 금천청산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관 40조 9항에는 ‘원할한 사업진행에 방해가 되는 사실이 명백할 경우 조합장은 해당 토지에 대해 금전청산 또는 다른 자리로 환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합원들은 반발하지만 금전청산으로 결정된 만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제 수용 수순을 밟게 된다. 이를 통해 평촌지역주택조합은 95%의 토지사용 권원을 확보하게 되고, 조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청주시에 착공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해당 조합원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 조합원은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 개인의 재산권을 협의도 없이 조합이 맘대로 한다는 게 말이 되냐. 정관이 법보다 우선하는지 법적으로 따지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노 씨를 비롯한 7명의 토지는 금전청산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해당 조합원들은 반발했다. 한 조합원은 “개인의 재산권을 아무 협의도 없이 조합 맘대로 한다는 게 말이 되냐. 조합정관이 법보다도 우선하냐”며 “법적으로 따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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