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화장품산단 확정도 안됐는데…보상노린 건축행위 기승
최근 20일간 10건 접수…철콘→철골 변경, 공사기간 단축

보상을 노린 투기성 건축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충북도가 화장품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소식에 오송읍 상정리 일대에 때 아닌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진행하는 개발사업에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찾아간 오송읍 상정리 전원마을. 지난해 조성된 20필지 민간 전원주택단지 이곳저곳이 공사 준비로 바빴다. 주택을 짓고 있는 현장 관계자는 “화장품산업단지가 들어온다잖아요. 우리야 일하니까 돈 벌어서 좋지만 사실 마음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열심히 지으면 뭐합니까. 어차피 부술건데”라고 씁쓸해 했다.

▲ 충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화장품산업단지 예정지역 내 건축행위가 최근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은 기존 건축신고내용을 변경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공사기간을 줄일 수 건축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전형적인 투기성 건축방식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 주택지, 개발 소식에 ‘매진’

이 마을은 2013년 청원군이 식약처를 비롯해 오송 일대 입주기관 직원들의 현지 정착을 위해 29억원을 지원하면서 조성됐다. 입주기관 직원 90여명이 조합을 설립해 총 140억원을 들여 90여필지의 전원주택지를 조성했고 모두에게 분양됐다.

같은 기간 도로 건너편 임야도 민간에 의해 전원주택단지로 탈바꿈했다. 2013년 최초로 건축신고가 들어왔고,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해 2015년 2월 분양에 돌입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처음에는 지지부진했다. 1년 넘도록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더니 최근들어 수요자가 생겨 현재는 모두 분양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상정리에는 전원주택단지 4곳이 있다. 그중 두 곳이 화장품산업단지에 포함된다. 현재 이 두 곳은 전혀 매물이 없고 나머지 2곳도 개발지역 인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개발계획이지만 부동산중개사무소 등 관계자들은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던 정보라는 게 업계의설명이다.

충북도는 투기성 건축행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지난 4일 협조 공문을 청주시와 흥덕구청, 오송읍사무소에 전달했다. 지역발전을 위한 개발취지를 설명하고 설득을 통해 투기성 건축행위를 막아달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지자체의 협조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취재진이 오송읍사무소를 찾아간 23일에도 해당부서에서는 건축행위가 가능한 지 묻는 ‘사전심사청구’ 상담이 이어졌다. 오송읍에 확인한 결과 충북도가 건축행위 제한 지도 공문을 보낸 5월 4일부터 23일 현재까지 새롭게 짓을 짓겠다고 건축신고한 부지가 3곳, 기존 신고지역 중 변경신고가 7곳에 달했다. 20일만에 10건의 건축관련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변경신고는 대부분 전원주택지로 이미 건축신고를 마쳐 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 새롭게 집을 짓겠다는 토지주에게는 현재 상황설명을 하고, 신중히 진행하고 있다. 아직 신고 수리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원주택단지는 원활한 분양을 위해 조성과 함께 건축신고를 마친다.

 

사업 변경 등 변수 많아 낭패 볼 수도

당연히 토지주들은 반발했다. 담당공무원에 따르면 건축신고를 수리해달라는 요구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무원은 “화장품산업단지 조성이나 해당 지역이 포함되는 것, 무엇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잘못하면 재산상 손실을 입으실 수 있다고 유보해줄 것을 권하지만 법적인 제한이 없는 만큼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토지주들은 개발과 무관한 재산권 행사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에서 접수된 변경신고내역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투기성 건축행위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원마을 내 변경신고건을 확인한 결과 공통점이 발견됐다. 기존 건축신고보다 면적이 늘고, 건축방식은 바뀌었다. 철근콘크리트 건축이 철골로 바뀐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철콘의 경우 철골보다 공사기간이 30%이상 길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비용도 더 든다”며 “살려고 짓는 집이 아니라 보상받으려고 짓는 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송 화장품산업단지는 지난 연말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전략산업 규제프리존 정책의 일환으로 상정리를 포함한 이 일대 119만여㎡에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충북도가 3월 말 정부에 사업계획을 제출한 상태로 정부의 승인이 사업추진의 관건이다. 이후로도 정확한 사업지 확정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6월말 건축제한 지정 고시까지 속수무책

 

화장품산업단지 조성이 추진 중인 청주시 오송읍 상정리·공북리 일대 119만여㎡에 대한 민간 건축제한은 빨라도 7월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시는 23일 해당 지역에 대한 주민열람 공고를 시작했다. 개발행위허가 제한과 건축허가 제한지역 지정을 위한 절차다. 공고기간은 6월 7일까지다. 이 기간동안 이해관계인들은 기초자치단체인 청주시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주민의견수렴 결과를 취합하고, 기초자치단체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일반적으로 10여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절차는 개발행위 제한을 결정하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충북도는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6월말 심의위원회가 열리고, 7월초에는 제한 고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통과됐다면 특별법에 의해 더 빠른 제한도 가능하겠지만 20대 국회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도시계획심의위를 통한 제한이 현실적으로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 3당 원내 대표 논의를 거쳐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은 결국 20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19일 마지막 임시국회가 폐회해 입법활동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자동폐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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