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시의원 "무리없이 사업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줘라" 지시

 

공무원에게 외유성 여행경비를 건넨 ㈔글로벌무역진흥협회 충청지부가 청주시의 보조금 수억원을 받는 과정에 청주시의원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청주시 보조금 집행 담당자와 결재 라인에 있던 공무원들을 줄줄이 소환해 민간경상사업보조금(수출지원사업) 3억3000만원을 협회에 지원한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중소기업수출컨설팅 1억8000만원, 해외바이어발굴 및 온 오프라인 마케팅지원 1억2000만원, 청주우한경제교류활성화 3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경찰은 설립된 지 2년 만에 이 협회가 공신력 있는 다른 기관을 뛰어넘어 거액의 중소기업 수출관련 컨설팅 보조금을 지원받은 데 시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보조금 결재라인에 있던 시 과장과 팀장급 공무원들은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보조금 소관 상임위원장을 맡은 시의원 A씨가 협회 사무국장의 명함을 주면서 "무리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원에게 협회 관계자의 명함을 받았을 때 보조금 사업을 밀어주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며 "시의회에서 의뢰가 오면 예산을 세워서 다시 제출하는데 의회에서 요구하는 사업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담당 국장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실은 있지만 명함을 주지 않았다"며 "협회 관계자를 공무원에게 소개하지 않았고, 어려운 중소기업이 있으니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글로벌무역진흥협회 충청지부장은 시의원과 절친인데다, 협회 사무국장은 이 시의원의 고교 후배로 확인돼 시가 업체를 찍어서 보조금을 밀어준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경찰은 시의원이 해당공무원들을 의회로 불러 명함을 주고 협회에 사업을 밀어주라고 요청했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지난해 협회 보조금이 집행됐을 당시 청주시는 보조금 심의위원회도 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에 본사를 둔 이 협회는 지난 2011년 3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다. 충청지부는 2013년께 이 협회의 이름만 빌려 별도로 설립됐다.

경찰은 협회로 부터 외유성 여행경비를 뜯어낸 혐의(뇌물수수)로 청주시 별정직 공무원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같은 부서 7급 공무원 C씨와 함께 지난달 1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여행길에 오르기 전 협회 직원에게서 1인당 140만원씩 모두 280만원을 위안화(1만4900위안)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협회 직원에게 '여행경비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 사업(보조금)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 등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중국 현지에서 가이드와 도우미를 겸하는 속칭 '밀착가이드'를 고용하는 방법으로 성매수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보조금 지급에 문제가 없는지를 파헤치기 위해 시가 협회에 지원한 2년치(6억1500만원)의 보조금 서류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C씨와 해당 시의원을 불러 이 협회에 보조금을 지원하게 된 경위와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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