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서 80대 할머니 사망 … 유족들 CCTV 확인후 신고

경찰이 80대 노모가 이웃 손에 무참히 살해된 사건을 수사 기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단순 병사로 처리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24일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쯤 증평군 증평읍의 한 주택에서 A씨(80·여)가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 시신에서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증평의 한 병원 검안에서도 특이사항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사건을 단순 병사로 마무리했다.

유족도 경찰 말만 믿고 아무런 의심 없이 지난 23일 장례까지 마쳤다.

장례식 이후 유족은 A씨의 사망시간이라도 확인하려 방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됐다.

한 남성이 집에 들어와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성추행까지 하고 달아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유족은 곧바로 경찰에 이를 알렸고 그때야 뒤늦게 수사가 시작됐다.

CCTV 녹화 영상을 확인한 경찰은 탐문수사에 나서 23일 인근 마을에 살던 신모씨(58)를 붙잡았다.

CCTV에 신씨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힌 덕분이다. 녹화 영상을 확인한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다.

유족마저 CCTV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살인사건이 영원히 묻힐뻔했던 것이다.

경찰이 수사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단순 병사로 처리한 흔적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A씨 집 구조가 외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침입할 수 있는데도 경찰은 이를 간과했다. 강력사건 발생 때 외부침입 가능성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기본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신씨는 A씨 집 뒤로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직후 경찰은 유족에게 CCTV를 건네받았지만, 아예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에 꼭 쥐고 있다가 “어머니 사망시간이라도 알고 싶다”는 아들의 요청을 받고 CCTV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수사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대목으로, 수사라인 문책론이 불거지고 있다.

0.1% 타살 가능성만이라도 염두에 뒀다면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졌을 텐데 지휘 선상에서 단 누구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외상을 확인할 수 없었고, 검안을 맡은 의사의 소견에 따라 단순 병사 처리한 것”이라며 “경위를 파악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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