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우암시니어클럽에서 시작…4월 독립 법인으로 분가
휴일근무는 1.5배 수당 지급…하루 5시간 근무, 수입도 ‘쏠쏠’

노인은 일을 해야 행복하다
(2)일자리, 최저임금 이상 받아야

지난 4월 법인을 만들어 분가한 ‘(주)할머니손맛’이 노인일자리의 성공적 발전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출범 2개월째로 섣불리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지만 시장진출형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시작해 자립 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무적인 것은 노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생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받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 지난 4월 법인기업으로 독립한 (주)할머니손맛은 노인일자리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 17명의 노인이 일하고 있는 할머니손맛의 1차 목표는 일자리를 30개로 늘리는 일이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17명이 근무하는 도시락생산업체 ‘할머니손맛’,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이 5년 이상 일한 장기근속자라는 게 이곳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반증이다. 올해로 일흔셋을 맞은 김종욱 씨는 원년 멤버다. 10년 동안 차량을 운행하며 청주 곳곳을 누빈 김씨는 100개가 넘는 도시락을 싣고도 ‘척척’ 한 치의 오차 없이 배달하는 베테랑이다.

할머니손맛에는 또 다른 터줏대감(?)이 있다. 바로 안달순(70) 조리장이다. 젊은 시절 한식과 중식 음식점을 직접 운영했던 안 조리장은 할머니손맛의 ‘주인공’이다. 그의 손에서 할머니손맛 도시락의 맛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양반들은 매일 출근하지 않지만 난 매일 출근해야 한다”는 안 조리장의 말에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함께 느껴진다. 맛있냐는 질문에 “한번 먹어봐” 무뚝뚝하게 반찬그릇을 내민다.

10시 반이 되자 일렬로 정렬된 도시락그릇에 밥을 채우는 작업이 진행됐다. 박순희 부장은 “강내로 이사 온 후 이동거리가 길어졌다. 고객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하기 위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 시간이 가장 바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만든 도시락은 청주 전역에 배달된다. 그렇게 하루 평균 500개의 도시락을 생산·판매한다.

대부분 70대인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궁금했다. 박 부장은 “정확히 공개하긴 어렵지만 노인일자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조리장과 배달직 할아버지를 제외한 대다수 할머니들은 하루 4~5시간 주3회 출근한다.

요즘에는 주말 행사장 주문이 폭주해 토요일·일요일에도 출근한다. 이때는 경쟁이 심하다. 휴일 근무는 평일의 1.5배의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달을 일하면 많은 받는 할머니는 100만원 이상 월급을 받는다. 물론 매일 출근하는 조리장은 그 이상이다.

강내농협과 협약 ‘윈-윈’

노인복지 정부사업 위탁기관인 우암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의 한 유형인 시장형 사업으로 시작한 할머니손맛은 매출이 늘고 참여인원도 늘어나면서 사업단으로 성장했고, 드디어 지난 4월 별도의 법인기업으로 독립했다. 초기자본금은 고령자친화기업 선정을 통해 해결했다. 정부로부터 3억원, 청주시로부터 6000만원을 지원받아 조리기구며 냉장고 등 장비를 마련했고, 사업장은 강내농협이 제공했다. 강내농협은 미호지점 3층 452㎡를 무상임대해줬다. 대신 강내농협 조합원인 노인들을 우선 고용하고, 강내농협 로컬푸드를 사용하는 조건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기업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꾸준히 매출이 늘고, 월식을 대놓고 먹는 단체도 늘었다. 문제는 구인난이다. 박순희 부장은 “청주에 있을 때는 어렵지 않게 사람을 뽑았는데 이곳에서는 여의치 않다. 특히 농번기에는 단기간이지만 밭일 아르바이트가 더 벌이가 좋아 그쪽으로 일손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배달시간도 청주보다 오래 걸린다. 여기에 출근차량 업무까지 더해지다 보니, 도시락을 배달하는 할아버지들이 바빠졌다.

일자리를 30개까지 늘리는 게 할머니손맛의 1차 목표다. 이들은 목표달성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본사 위치의 장점을 살려 오송생명과학단지 단체 고객을 확보하면 양질의 일자리 10여개가 곧 생겨날 것이다.

“어르신·직원 한마음으로 뛰었다”
할머니손맛 출범시킨 김현숙 우암시니어클럽 관장

지자체의 노인일자리사업을 위탁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시니어클럽이다. 청주에만 4개 시니어클럽이 운영되고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 면에서 우암시니어클럽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562개 노인일자리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우암시니어클럽은 도내 시니어클럽 최초이자 유일하게 고령자 친화기업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김현숙 우암시니어클럽 관장은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직원들의 열정을 꼽았다. “여러 유형의 노인일자리사업을 제안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직원은 6명 뿐이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열정적으로 뛴다. 어르신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어느 때 부턴가 서로 ‘으샤으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2006년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시작한 할머니손맛 도시락사업은 자연스럽게 기업화됐다. 할머니손맛 대표이기도 한 김 관장은 “사업초기에는 몇백만원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5억원 매출을 올렸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시장형 사업단을 독립된 기업으로 성장시키길 바랐고, 여러 여건이 맞아서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은퇴연령은 오히려 낮아져 노후의 생활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이런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핵심정책으로 노인일자리가 강조되고 있다”며 “노년기의 일은 경제적인 면 뿐만 아니라 심리적·정서적·건강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일자리는 노년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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