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만원짜리 노인일자리… 빈곤 극복? ‘언 발에 오줌 누기’
65세 이상 도민, 35.6%만 일자리 ‘있다’…노인 실업률 증가

노인은 일을 해야 행복하다
(1)충북 노인일자리 현주소

 

▲ 노인들의 일자리 확보가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노인들이 체계적인 노후준비를 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폐지줍는 노인은 우리시대의 슬픔 자화상이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폐지 줍는 노인의 모습은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노인은 ㎏당 10원을 더 받으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고물상까지 늙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갔다.

노인 빈곤의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자료는 수없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다. OECD가 제공한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49.6%다. 같은 시기 미국은 21.5%·일본은 19.4%였고, 가장 낮은 프랑스는 3.8%·노르웨이는 4.1%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OCED평균의 4배나 됐다.

이후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조사에서도 조금 개선되긴 했지만 47.2%의 노인 인구가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 빈곤률이란 소득이 중위소득(중위소득)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을 말한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해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일반수급자 중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통계자료인 2014년 기준 충북은 전체 수급자 중 31.6%(1만 2429명)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 증가는 빈곤의 확산을 의미한다.

이렇듯 노인 빈곤은 확대되고 있다. 그 시절 가족이 전부였던 어른들은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노인 빈곤 해결은 결국 노인들의 관록과 경험을 녹일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충북 노인일자리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정부가 해마다 노인일자리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일자리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노인인구의 빈곤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충북의 경우 해마다 노인인구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전국 평균을 웃돌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도내 노인 구성비는 2015년 기준, 15%로 시도별 고령화 순위에서 17개 시·도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았다. 4월말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23만 6848명으로 통계청 집계 당시(23만 3958명)보다도 2890명이 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자리도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자료인 2014년 기준 충북지역 65세 이상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은 35.6%로 전년대비 1.4%가 늘었다. 같은 기간 대전(23.2%)과 충남(40.6%)이 각각 0.5%, 1.5% 하락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충북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도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일하는 노인’은 8만 4317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1.6%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월참여시간 30시간, 고정보수인 20만원을 받는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한 일자리다. 충북도는 현재 1만 8273개 노인일자리를 운영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349억원(국비 48%·도비 8%·시군비44%)이다. 하지만 이를 일자리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빈곤층에 노인일자리는 ‘사치’

서원구 흥덕로(사직1동)에 위치한 충청북도노인복지관에는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가 입주해 있다. 노인복지관은 시니어클럽, 노인회와 함께 노인일자리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인 반면 취업지원센터는 민간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기관이다. 안정숙 취업지원센터장은 “같은 건물에 있지만 노인복지관의 노인일자리사업을 찾아가는 사람은 생계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취업지원센터를 찾아오는 사람은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구분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적은 보수와 한시적 일자리라는 점이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하는 일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고정급여(월 활동비) 20만원을 받는다. 도내 노인 3495명이 참여하는 ‘전국형 9988행복지키미’는 12개월간 활동이 보장된다. 행복지키미사업에 선정되면 1년간 240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

행복지키미사업은 도내에서 처음 시작해 우수사례로 전국에 보급된 일자리사업이다. 하지만 ‘지역형 9988행복지키미’사업은 9개월간만 활동비를 보장한다.

월 20만원이라는 활동비가 전업으로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길게 보장해도 12개월에 그치는 일자리의 연속성도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빈곤 노인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다. 한 노인은 “일흔 넘은 사람을 누가 뽑아주겠어. 노인일자리(20만원) 하고, 남는 시간에 폐지를 주워”라고 말했다. 폐지를 모아다 팔면 한 달에 15만원 남짓 번다는 것이 노인의 설명이다. 여기에 기초연금 20만원을 더한 것이 이 노인의 생계 유지 방법이다.

김광홍 대한노인회충북연합회장은 “노인도 일할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재취업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일자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간병 등 사회복지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경험을 살린 전문분야로 특화시킨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할아버지는 ‘구직난’ 할머니는 ‘구인난’
50대 퇴직자, 경비일 싹쓸이…아파트 신축에 청소 인력 부족

“3년 전과 지금 노동시장은 완전히 다르다. 남성들은 일자리가 없고 여성들은 사람이 없다.” 노인들 일자리만 전문적으로 연결해주는 기관인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신일휴 실장의 설명이다. “베이비부머 은퇴시기가 맞물려 60세 안팎 남성 구직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루 평균 7~8명이 방문하는 취업지원센터는 4월 현재 1598명이 일자리를 구해달라며 구직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65세부터를 노인이라고 칭하지만 취업지원센터는 노동시장 환경에 의해 60세 구직자부터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구인업체가 한 살이라도 어린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공급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알선하는 대표적인 일자리는 경비와 청소, 문화재발굴과 골프장 관리다. 안정숙 센터장은 “노인들을 찾는 회사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최대한 많은 노인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면접도 동행하고, 업체들을 방문해 부탁을 하지만 한살이라도 어린 사람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취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청소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반면 노인 남성들의 대표적인 일자리인 아파트 경비 일은 50대 은퇴자들이 진입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게 센터장의 설명이다. 안 센터장은 “3년전만 하더라도 아파트에서 50대 경비원을 뽑지 않았다. 이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없다보니 50대들도 옮길 직장이 없다. 경비직 연령이 낮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주 5일 근무제인 대학 청소용역을 노인들이 가장 선호하고, 70대 이상 취업자는 농촌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센터장은 “도시에서는 70대를 원하는 구인업체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우리도 올 들어 481명을 취업시켰지만 65세미만이 198명으로 가장 많고, 70대 이상은 농촌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센터에 따르면 센터가 주선한 일자리의 경우 남성 노인 평균임금은 150만원, 여성 노인 평균임금은 100만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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