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의 ‘복면가왕’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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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의 ‘복면가왕’은 누구인가?
  • 충청리뷰
  • 승인 2016.05.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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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세평/ 하태현 호죽노동인권센터 공인노무사
▲ 하태현 호죽노동인권센터 공인노무사

고용노동부는 5월 3일 유성기업의 ‘유성기업(주)노조(제2노조)’가 스스로 설립하여 신고한 ‘유성기업새노조(제3노조)’에 대하여 노동조합설립신고필증을 내주며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로써 고용노동부는 제3노조를 헌법과 노조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노조로 대우하겠다는 의사표시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제2노조가 자신의 조직을 유지한 채 직접 제3노조를 설립한 것은 지난 4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제2노조의 설립 자체가 회사가 계획하여 그 주도하에 이루어졌고, 설립 이후 안정화, 세력화에 이르기까지 회사가 광범위하게 개입한 제2노조는 근로자들에 의하여 자주적·독립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어” 제2노조의 설립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 설립된 제3노조는 서울중앙지법이 이른바 ‘어용노조’라고 판결한 제2노조와 전혀 다른 자주적·독립적 노조로 볼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리 보이지 않는다. 제2노조와 제3노조의 위원장이 동일인이고, 조합원의 구성이 동일하며, 제3노조의 설립이 제2노조의 총회에서 결의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제3노조는 간판만 바꿔 단, 제2노조의 ‘위장노조’에 불과할 뿐이라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제2노조에 의한, 제2노조를 위한 또 하나의 ‘위장노조’를 유성기업 노사관계의 한 축으로 인정해 준 셈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지는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제2노조를 노조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자주적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으므로 제2노조에 대한 기존 설립신고를 취소하는 것, 그리고 제2노조의 ‘아바타 노조’에 불과한 제3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를 모두 거부하고 제2노조가 바라는 대로 또 하나의 ‘어용노조’ 설립을 용인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고용노동부의 이번 선택이 최악인 것은 제2노조의 설립 자체가 현대자동차, 유성기업 그리고 창조컨설팅에 의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완성을 위한 핵심적 수단이었다는 점에 있다. 유성기업은 인사권, 징계권 및 노무지휘권 등 사용자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불법적·탈법적 사용도 불사하며)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경제적, 신분상 고통과 정신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가학적 노무관리’를 행하여 왔고, 이러한 고통과 불안으로부터의 도피처로 제2노조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조합활동 내외에 있어 금속노조와 제2노조를 끊임없이 차별해 왔기 때문이다.

노조파괴 시나리오 완성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수단인 ‘가학적 노무관리’는 특정 조합원(종업원)들에 대한 필연적으로 전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인간의 심신을 철저히 피폐화시키기 마련이다. 유성기업 금속노조 조합원인 한광호 열사가 스스로 자결하기에 이른 과정이 ‘가학적 노무관리’의 본질을 비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성기업이 제2노조를 설립한 것, 제2노조가 다시 제3노조를 설립한 것 모두 ‘가학적 노무관리’ 방식을 통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수행과 완성에 그 주된 동기가 있었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결과적으로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종결이 아닌 연장에 기여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고, 고용노동부의 존재 이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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